31 동구러문헌

서로박: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 (1)

필자 (匹子) 2019. 1. 17. 06:11

1. 그리스도 백작: 친애하는 D, 오늘은 표도르 M. 도스토예프스키 (1821 - 1881)의 소설 "백치 (白痴)"를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1868/ 69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작가는 어떤 아름다운 인간을 묘사하려 했습니다. 아름다움이란 도스토예프스키에게는 미적 가상이라기보다는, 가장 고귀한 도덕적 능력을 지닌 존재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가장 아름답고 자유로운 인간은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로서 구현될 수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지상의 비참한 상황이 뭍 인간들에게 정말로 선하고 순수한 면을 요청한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이로써 탄생한 인물이 바로 므이쉬킨 공작인데, 작가의 창작 노트에는 “그리스도 백작”이라고 명명되어 있습니다.


 


2. 어째서 선한 사람이 백치로 취급당하는가?: 물론 므이쉬킨 공작이 예수처럼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정신 질환을 앓으며, 간간이 출현하는 간질 증세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천성적으로 놀라울 만큼 겸손하고도 겸허합니다. 므이쉬킨 공작은 육체적으로는 어른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순진무구한 아이와 같습니다. 자신의 이타주의의 태도로 인하여 주위로부터 백치 취급당하지만,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습니다. 이를테면 그는 사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명예를 지키고 신뢰감을 드러내며, 힘든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고, 타인을 용서하는 등 므이쉬킨 공작은 무엇보다도 주위 인물들의 내면에 도사린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3. 주인공, 므이쉬킨 그리고 로고친: 작품의 줄거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 므이쉬킨은 오랫동안 스위스에 체류하다가 고향인 성 페테르부르크로 되돌아옵니다. 열차 안에서 주인공은 우연히 로고친이라는 상인을 만나, 그와 대화를 나눕니다. 로고친은 거칠고 남성적 강인함을 지닌 사내였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나스타시아 필리포브나에 관한 이야기를 둘려줍니다. 자신은 어떻게 해서든 매력적인 그미의 몸과 마음을 차지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내심 로고친의 속물적 사고를 저주하며, 실망감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로고친은 여성의 비너스 산을 정복하는 짓꺼리를 최상의 과업으로 여기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 므이쉬킨 공작은 비록 나쁜 소문을 지니고 있으나, 힘들게 살아가는 여성, 나스타시아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나스타시아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여 실컷 이용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어떠한 남자에게도 마음을 열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미는 생계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돈 있는 남자와 결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 그미의 영혼을 서서히 갉아먹게 합니다.

 


4. 아름다운 귀족 처녀, 아글라야: 같은 날 므이쉬킨 공작은 자신의 먼 친척인 에파킨 제후의 집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그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의 초상화를 바라봅니다. 그림 속의 여성은 제후의 딸, 아글라야였습니다. 원래 에파킨 제후에게는 두 명의 딸이 있습니다. 첫째 딸은 너무 못생겼으나, 둘째 딸은 너무나 아름다운 여성이었습니다. 제후는 막내딸을 자신의 비서, 이볼긴과 결혼시키려 했습니다. 왜냐하면 트로키라는 재벌이 오래 전부터 음탕함을 드러냄면서 자신의 딸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볼긴은 에파킨의 눈에는 사업적 수완이 뛰어난 눈치 빠른 일꾼으로 비쳤습니다. 그렇기에 에파킨 제후는 자신의 큰 딸을 재벌, 트로키와, 자신의 둘째 딸을 이볼긴과 정략적으로 결혼시키는 게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몇 시간 후에 므이쉬킨 공작은 아글라야와 만납니다. 그들은 처음보자마자 상대방에 대해 호감을 품습니다. 그날 밤 므이쉬킨 공작은 아글라야에게 결혼을 신청합니다. 주인공은 내심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속물, 이볼긴으로부터 그미를 보호해주고 싶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백치의 한 장면

 


5. 나스타샤와 로고친의 해프닝: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므이시킨 공작은 다른 사람의 소개로 가냐라는 이름을 지닌 제후의 집에 당분간 거주하게 됩니다. 그는 가냐 제후가 나스타시아와 결혼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두 사람 사이의 약혼에 관한 소식이 알려졌을 때, 로고친이 나타나서 이를 방해합니다. 두 사람 사이의 약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방해 공작을 펼친 것입니다. 나스타샤 역시 가냐 제후를 공개적 구혼을 거부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든 말든 간에 로고친의 품에 안깁니다. 므이시킨 공작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관망하면서 번민에 번민을 거듭합니다. 공작의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은 두 개의 강렬한 감정이었습니다. 그 하나는 아글라야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었습니다. 주인공으로서는 순진무구한 처녀가 아버지의 뜻에 따라서 이볼긴이라고 하는 기회주의적인 모사꾼과 정략적으로 결혼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글라야에게 결혼을 신청하게 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나스타시아에 대한 깊은 연민 내지는 사랑의 감정이었습니다. 로고친의 품에 안기는 나스타시아의 표정은 무척 어색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행복의 감정과는 달랐습니다. 그미는 가냐 제후와 결혼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그러한 해프닝을 벌였던 것입니다. 공작은 불행한 여인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간파하고, 그미의 불행을 치유해주고 싶었습니다.

 


6. 소설 속의 압권, 하나의 에피소드: 뒤이어 주인공은 나스타시아를 우연히 조우합니다. 살롱에는 상류층에 해당하는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서 소설 속에 놀라운 에피소드 하나가 삽입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므이쉬킨 공작이 스위스에서 체험했던 이야기입니다. 공작은 자신의 과거 경험담을 나스타시아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들려줍니다. 그곳에서는 마리라는 처녀가 살았는데, 어느 남자에게 농락당한 뒤에 버림받게 됩니다. 주위에는 그미를 도와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마리는 주위 사람들의 경멸과 외면 속에서 육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서서히 병들어갑니다. 그미의 심리적 고통은 마리의 병든 육체를 더욱더 아프게 만듭니다. 이때 므이쉬킨 공작은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할 곳 없는 마리를 찾아가서, 성심성의껏 그미를 보살펴줍니다. 그렇지만 마리의 몸 상태는 악화일로에 처해 있습니다. 소설 속의 압권은 주인공이 마리에 대한 주민들의 증오심을 사라지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마을사람들은 마리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그미를 도와주는 공작에 대해서도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은 공작의 헌신적인 보살핌이 순수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깨달음의 시점은 안타깝게도 마리의 시신이 땅에 묻힌 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