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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고골의 '죽은 영혼' (1)

필자 (匹子) 2018. 8. 23. 09:57

1. 고골의 장편은 시편과 같다: 오늘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바실레비치 고골 (Nikolaj V. Gogol, 1809 - 1852)의 작품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그것은 장편 소설 죽은 영혼인데, 1권은 1835년에서 1841년 사이에 집필되었습니다. 그것은 1842년에 간행되었는데, 당국의 검열에 걸려서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시치코프의 모험 혹은 죽은 영혼. 하나의 시편”. 2권은 1842년에서 1852년 사이에 간행되었으며, 미완성의 형태로는 1855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고골은 제 3권의 집필에 착수할 수 없었습니다.

 

고골은 처음에는 자신의 작품을 장편 소설이라고 명명했지만, 나중에는 시편이라고 칭했습니다. 말하자면 산문Epopöe” 그리고 장편 사이에 해당하는, 이른바 산문 작품의 작은 형태라는 것이었습니다. 고골은 소설을 세 단락으로 구분했는데, 이는 처음부터 단테의 신곡을 문학적 표본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2. 개별 작품들, 미완성으로 남다.: 1권은 폭군 차르가 지배하는 러시아의 역겹고도 비참한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권은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인공, 시치코프가 어떻게 긍정적이고 선량한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단점과 사악함을 치유하고 정화해나가는가? 하는 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주인공 시치코프의 변화 과정을 예술적으로 리얼하게 서술해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2권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두 명을 예로 들겠습니다.

 

한 사람은 가부장주의를 신봉하는, 코스탄초클로라는 이름을 지닌 농장주이며, 다른 한 사람은 이상적 면모를 드러내는 무라초프라는 총독입니다. 특히 코스탄초글로는 제 1권에서 흐릿하게 소개되는 일부 긍정적 특징을 지닌 인물입니다. 사실 고골은 동시대의 러시아 사회의 삶을 내적으로 정화시키는 것을 창작의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그가 선택한 개별적 인물들은 이러한 목표를 위해 설정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고골의 이러한 엄청난 시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작가의 예술적 재능과 함께 갈등을 일으켜서, 결국에는 현실 왜곡의 이데올로기로 판명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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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죽은 영혼을 구매하기: 시인 푸시킨은 친구 고골에게 작품에 대한 암시를 전해준 바 있습니다. 작품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주인공 치치코프는 국세청의 관리로 일하고 있습니다. 1830년 말에 그는 여행을 떠나 러시아의 지방 여러 곳을 지나치는데, “죽은 영혼을 사들입니다. 여관에 머물 때 치치코프는 그곳의 종업원으로부터 현()의 지사와 부지사, 재판 소장, 경찰서장, 전매인, 국영공장 감독관 등을 비롯해 근처의 지주들의 재산 상태에서부터 성격과 버릇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파악합니다.

 

나아가 특정 지역의 문제점, 이를테면 악성 열병이나 많은 사망자를 낸 유행성 역병, 천연두 등을 파고들었습니다. 이러한 사전 준비 작업이 끝난 뒤에 치치코프는 중요 인물들을 차례로 방문해 안면을 익힙니다. 뒤이어 그는 드디어 죽은 노예들을 구매하기 위해서, 여러 곳을 여행을 시작합니다. 당시에 러시아는 농노제를 표방하고 있었는데, 호구 조사는 빈번하게 실시되지 못했습니다. 10년 사이에 농노가 죽게 되더라도 호적상으로 살아 있었기 때문에, 지주는 그 사람 몫의 인두세까지 납부해야 했습니다. 천하의 사기꾼, 치치코프는 지주들에게는 백해무익한 죽은 농노들을 구매하겠다고 지주들에게 공언합니다.

 

4. 국가로부터 거대한 이윤을 빼내려는 주인공, 자본주의 경제구도의 허구: 이러한 이야기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작가, 바실리 나레츠니V. T. Nareznyj가 악한 소설, 러시아인 길브라스 혹은 제후 치스치아코프의 모험(1814)에서 이미 묘사된 바 있었습니다. 고골은 사악한 사기꾼의 영혼의 구매에 관항 이야기를 통해서 러시아 귀족들의 기괴하게 일그러진 면모 그리고 도시에서 활보하는 관리들의 부패한 실상을 풍자하려고 했습니다. 주인공, 치치코프의 인간성 그리고 그의 의도는 오랫동안 베일 속에 감추어져 있었습니다.

 

1권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그의 이전의 삶이 밝혀지고, 이익을 추구하려는 놀라운 음모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됩니다. 말하자면 치치코프는 남쪽 황야의 땅을 거의 무상으로 사들여서, 서류상으로 구매한 노예들을 그곳으로 이주시켜놓은 다음에, 이 농노가 딸린 토지를 담보로 국가로부터 큰돈을 빼내려는 기상천외한 계획을 세웠던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치치코프의 이윤추구의 충동을 긍정적인 측면으로 전환시키려는 작가의 의도는 실현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치치코프는 이른바 몰락하는 봉건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상승하려고 하는 사업가로 이해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