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웰스의 모던 유토피아 (3)

11. 경제 문제에 있어서의 국가의 중재 작업: 웰스의 세계국가가 제 3의 경제적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여기에는 분명히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두 개의 서로 다른 영역은 크기와 세력에 있어서 어떤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세계국가는 어떤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중재하고 어떤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문제점의 방향을 인위적으로 조절해나갈 수 있습니다. 앞에서 암시했듯이 세계국가는 유산 제도를 철폐함으로써 사유재산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데 직접 관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생시몽주의자들이 긍정적으로 수용한 경제적 대안과 관련됩니다. 이로써 세계국가는 생산에 가담하고 지하자원을 관장하며, 재산의 인위적 분배 작업에도 얼마든지 참여하게 됩니다. 나아가 국가는 공적인 질서, 이를테면 교통의 시스템, 출생률 조정 화폐 발행 등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얼마든지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국가는 경제적 차원에서 계획을 설립하고 시행하는 작업에 독점적으로 가담할 수 있습니다.

 

12. 사적인 사업을 장려하는 세계국가: 비록 경제적 측면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한다고 하지만, 세계국가는 개개인의 사적인 사업이라든가 이익 창출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장려합니다. 사업 추진을 위한 혁신적 선택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렇기에 개인과 회사는 새로운 사업과 혁신적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웰스는 국가 경제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개개인의 사업이 과연 어떻게 기능하는가? 하는 문제를 세밀하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의 사적 계약이라든가 노동 조건 등은 공장의 거대한 게시판에 낱낱이 공개됩니다. 임금 노동자와 사업주 사이에는 평의회가 구성되어, 이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사업 추진과 물품 생산에 관한 문제라든가 이득을 분배하는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합니다. 노동조합은 과거에는 헌법에 명시된 합법적인 기구였지만, 이제는 평의회가 과거 노동조합의 일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개별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에 둘러싼 여러 가지 조건들에 관해서 주어진 범위 내에서 고용주와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습니다.

 

13. 분배의 문제, 금의 활용에 관하여: 웰스는 재화의 분배 문제를 새롭게 해결합니다. 대부분 유토피아주의자들은 화폐의 존재를 한결같이 부정적으로 여겼지만, 웰스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정확하게 사용할 경우 돈은 “선한 무엇”이라고 합니다. 가령 작가는 벨러미의 유토피아에서 나타나는 신용채권이라든가 물품 저장소에서 자유롭게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교환권을 매우 강조합니다. 이는 피히테의 「폐쇄적 상업국가」에서 통용되는 곡물 증권과 유사한 것입니다. 인간은 얼마든지 부패의 나락에 빠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에게서 돈을 배제시킬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웰스는 한 가지 사항을 거절합니다. 귀금속인 금을 화폐 대신에 축적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금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돈의 가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투기의 목적으로 재화를 저장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은 생산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에너지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4. 과학 기술 연구의 중요성: 『모던 유토피아』에 반영된 기술, 노동 그리고 인간의 경제적 욕구 등에 관한 내용은 19세기 유토피아에 나타난 그것들과는 커다란 차이를 지닙니다. 가령 기술은 웰스의 유토피아에서 가장 커다란 역할을 수행하는 동인입니다. 실제로 세계국가 내에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수많은 자연과학자 그리고 기술자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솔로몬의 집”이라고 상상했던 내용이 실제 현실로 화해 있습니다. 세계의 모든 대학들은 제각기 자신의 고유 분야에서 최상의 기능을 수행하며, 지방의 에너지 센터 그리고 광산 그리고 거대한 공장들은 대학의 실험실과 연계하여 제 역할을 수행합니다. 말하자면 솔로몬의 집은 세계 전체의 수백만의 연구자들을 모조리 포괄하여 관할하는 셈입니다. (Wells 67: 275). 어떤 실험에 관한 연구 보고는 새로운 소통 수단을 통해서 순식간에 전 세계로 전해집니다.

 

15. 최저 노동을 위한 세계 국가의 조처: 학문과 과학 기술의 발전은 결국 모든 노동을 기계로 대치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던 유토피아』에서는 실업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세계 국가는 이를 위해서 세 가지 정책을 수행합니다. 첫째로 노동자들은 기계의 도입으로 인한 노동 시간 단축으로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합니다. 둘째로 세계국가는 지방행정기관에 최저임금의 토대가 되는 기준지표를 보냅니다. 이로써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노동을 국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동참하며, 최저 임금을 받게 됩니다. 말하자면 세계 국가는 마치 예비 고용주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여, 증가한 노동의 생산력을 노동자에게 분산시켜서 고용의 안정을 유지합니다. 노동의 생산력이 최대한으로 증가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는 결코 인위적으로 사람들에게 열심히 일하라고 독려하지도 않습니다.

 

16. 고도의 경제적 수준을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들: 고전적 유토피아주의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사치를 금지시켰습니다. 그러나 19세기에 출현한 유토피아처럼, 웰스의 유토피아에서는 사치가 금지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개인적 삶에 있어서 최상의 수준으로 살아갑니다. 개개인의 거주지에는 의상실, 도서관, 서재 그리고 아름다운 정원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가령 모어의 『유토피아』에서는 모든 식당에 철폐되어 있으며, 그곳 사람들은 전혀 술을 입에 대지 않습니다. 마치 국가 공무원들이 국가 공무원이 철도와 도로에서 감시하고 감독하듯이, 식당과 술집을 관찰합니다. 술 마시고 거리에서 행패를 부리는 짓거리 그리고 미성년자들에게 술을 파는 행위는 범죄로 처벌 받습니다.

 

그렇지만 웰스의 경우 어른이 자신의 집에서 포도주, 맥주 혹은 소주를 마시는 것은 개인의 양심의 문제 내지는 건강상의 문제로 치부될 뿐입니다. 그렇지만 사회의 지도층은 이러한 향락적인 삶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사회의 지도층이 향락적 삶을 추구하면, 사회 전체의 기강은 흐트러지고 만다는 게 웰스의 지론입니다. 세계국가 사람들은 모두 유니폼을 걸치며, 어떠한 유행을 따르지 않습니다. 요약하건대 웰스의 세계국가 시스템은 경제적 측면에서 전체주의의 틀을 갖추고 있으며, 깨끗하고 질서 잡힌 면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투자와 분배에 관한 개개인의 혁신 동력에 대해서 거의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17. 세계국가에서의 결혼: 그렇다면 웰스의 세계국가는 남녀의 성생활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요? 『모던 유토피아』에 나타난 사랑의 삶에 관한 웰스의 구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플라톤의 입장과 구별되고 있습니다. 우선 세계 국가는 플라톤과 캄파넬라가 설계한 이른바 “혼인 없는 여성 공동체”의 체제를 거부합니다. 웰스는 일부일처제의 결혼 생활을 지지하지만, 사랑의 파트너는 자유롭게 선택되어야 하고, 남녀의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신에 체제로서의 결혼, 다시 말해서 결혼하려는 남녀는 반드시 국가의 엄격한 중재 하에서 혼인을 치러야 합니다. 결혼하려는 자는 국가가 설정한 결혼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첫째로 남자는 26세 내지 27세, 여자는 21세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에게도 빚을 지지 않고, 국가가 설정한 최저 임금을 수령하는 자라면 누구나 결혼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전염병 환자가 아니어야 하며, 육체적으로 성숙되어 있어야 합니다. (Wells 67: 191).

 

18. 백퍼센트의 남녀평등은 없다: 웰스는 세계국가에는 남녀평등이 자리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남녀는 경제적으로 평등하게 살아갑니다. 남녀 누구에게나 최저임금제가 보장되어 있으며, 출산 역시 국가에 대한 봉사의 행위로 인정받습니다. 그런데 성적인 차원에서 완전하게 평등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국가는 남녀의 자손 문제에만 관여할 뿐 그들의 성생활에 전혀 간섭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웰스는 몇 가지 제한 사항을 둡니다. 첫째로 세계국가에서는 남자는 원할 경우 얼마든지 성적으로 개방된 삶을 즐길 수 있지만, 여자에게는 남편에 대한 정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여자가 가정 내에서 제 구실을 못하면, 이는 이혼 사유가 되며, 여성이 공공연하게 비난당하게 됩니다. 셋째로 결혼 후 3년이 지나도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부는 자동으로 해체됩니다. 세계 국가 내에서의 성적인 불평등은 웰스의 남성 중심적 관점에서 태동한 것이라는 점에서 얼마든지 비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가가 아내의 정절을 강조한 것은 열등한 생명의 불법적인 출산을 막아야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이상화: 112)

 

19. 육아 그리고 가정에 대한 국가의 지원: 출산과 육아는 세계 국가에 대한 봉사로 간주됩니다. 국가는 아이들과 그 가정에게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유아 교육이 최선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돕습니다. 세계국가는 훌륭한 아이를 키운 가정에게 포상금을 지급합니다. 최상의 국가를 위해서는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훌륭한 자손이 이어지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국가는 가정에서의 사랑의 삶과 유아 교육에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국가는 이러한 조처를 취함으로써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결격 사유를 지닌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도록 조처합니다. 웰스는 이렇듯 이전의 유토피아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태어나서 잘 교육 받는 것을 국가 번영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지하다시피 히틀러의 제 3제국은 정신병자, 술꾼, 마약 중독자 그리고 범법자 등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가급적이면 우량한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도록 조처했습니다. 웰스의 세계국가에서는 정신병자, 술꾼, 마약중독자 그리고 범법자들은 미리 선별되어, 고립된 섬으로 보내집니다. 고립된 섬에는 수사와 수녀들이 관장하는 수도원 내지 수녀원이 많이 있는데,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문제를 지닌 인간들은 남녀 구분되어 수도원과 수녀원에서 살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