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멜빌의 모비 딕 (3)

필자 (匹子) 2021. 7. 7. 10:22

14. 아합 선장의 병적 집착의 의미: 멜빌은 선장 아합을 통해서 초인적이고 집요하며 막강한 의지를 실천해내려는 인간형을 구현시켰습니다. 선장 아합은 불굴의 의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파우스트, 프로메테우스 그리고 인조인간을 만들어내는 초인적 자연과학자 프랑켄슈타인 등과 무척 닮았습니다. 그는 죽음을 불사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집요하게 관철시킨다는 점에서 부분적ㅇ로 악한 소설의 비합ㄹ적 인물들을 방불케 합니다.

 

고래 사냥에 대한 선장의 집요할 정도의 병적 집착은 경제적 측면에 있어서 당시 미국 사회가 추구하던 극단적 풍요로움의 추구 행위를 암시해주며, 심리적 측면에 있어서는 무의식 속으로 파고들려고 하는 자기 파괴적인 욕구를 말해주기도 합니다. 삶을 위협하는 주위의 모든 것을 처단하고 이를 척결하려는 선장의 의지는 결국에 이르면 자기 자신을 고립 속에 차단시키게 작용합니다. 아합 선장의 질주는 신적인 무엇 내지 주어진 현실에 처해 있는 인간의 조건에 대항하는 무엇입니다.

 

15. 작가 멜빌의 입장, 자연은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존재다: 작가가 서술하는 고래 사냥에 관한 이야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의지 그리고 천지 창조에 대한 신의 존재에 관한 물음을 암시해줍니다. 멜빌은 주인공 이스마엘을 통해서 자신의 견해를 은근히 반영합니다. 자연의 존재는 멜빌에 의하면 신의 창조물이며,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무엇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주어진 현실 속에는 기적 그리고 경악이 깃들어 있다고 작가는 확신합니다. 비근한 예로 모비 딕은 긍정성과 부정성을 동시에 지닌 찬란하고도 사악한 존재입니다. 그것은 밝은 축제의 이름다움을 표방하지만, 다른 한편 어둡고 끔찍한 비밀스러움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모비 딕은 미물이자 흉물입니다, 거대한 사향 고래는 이 세상의 모든 질서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인간을 경악에 사로잡히게 할 정도의 세상을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스마엘은 마치 아합 선장의 의지에 동정하며 세계에 접근하려고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유유자적하게 균형적 자세를 취하면서 모비 딕에게 다가갈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한편으로는 신의 자연 창조에 대해 회의적 자세를 드러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친구 케퀘크와 마찬가지로 자연에 대해 놀라운 체념적 순응의 자세를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멜빌의 이러한 이중적 입장은 모비 딕에 대한 서술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주인공이 진지하게 모든 자연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모비 딕을 서술하려고 하면, 그럴수록 흰 고래는 더욱더 많은 비밀을 안겨주고 복합적 의미를 안겨줍니다.

 

15 『모비 딕』 집필에 영향을 끼친 사건: 우리는 두 번에 걸치 포경선 난파 사건을 거론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1807년에 에드먼드 가드너 선장은 포경선 유니온을 타고 선운들과 함께 출항하여 대서양 남부로 향했습니다. 10월 10일 밤 10시에 선박은 어느 거대한 물체와 부딪쳐, 바라 아래로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선원들은 구명보트를 타고, 일주일 동안 바다를 떠돌아다니다가 아초렌 군도에 당도했습니다. 가드너 선장은 자신의 선박이 분명히 고래와 부딪쳤다고 추론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모비 딕』 제 45장에 언급되고 있습니다.

 

둘째로 1820년 11월 20일 20명의 선원들은 포경선 에섹스를 타고, 난투케트에서 출항하였습니다. 선박은 거대한 혹등고래와 부딪쳐서 바다 아래로 침몰하였습니다. 20명의 선원들은 세 걔의 구명보트에 나누어 타고, 남태평양을 표류하였습니다. 이때 불과 다섯 명이 살아남았는데,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죽은 동료들의 인육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밖에 세 명의 선원들은 무인도 허드슨 섬에 도착하여 살아남았습니다. 멜빌은 1941년 이때 살아남은 선원의 아들 오언 체이스를 만나, 그의 아버지가 기술한 선박 에섹스 호의 침몰 사건을 접했습니다. 작품 『모비 딕』이 간행된 이후에 멜빌은 당시 에섹스 호에 타고 있었던 선장 조지 플린트를 만났다고 합니다.

 

16.『모비 딕』 집필에 영향을 끼친 책 (1): 첫째로 멜빌이 『모비 딕』을 집필하는 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서 예레미야 N 레이놀즈 (Jeremiah N. Reynolds, 1799 - 1858)의 소설 『모카 딕Mocha Dick』(1839)이 있습니다. 레이놀즈는 소설 속에서 몸 길이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향유고래를 서술하였습니다. 남아메리카 칠레의 섬, 모카에서 출현한 흰 고래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실의 서술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자연을 정복하는 미국의 삶의 방식을 찬양한다는 점에서 문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멜빌은 성서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주제를 작품에 가미함으로써 문학적 다양성 내지 주제의 심층적 의미를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가령 등장인물들이 처하고 있는 기본적 상황, 고해의 바다는 성서에서 말하는 현세의 삶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예컨대 흑인 요리사의 상어에 관한 설교, 선장 아합의 다양하고도 강렬한 내적 독백, 신탁의 기이한 표식 등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연상하게 해줍니다. 게다가 바보 피프는 「리어 왕」의 에드가와 매우 흡사합니다.

 

17.『모비 딕』 집필에 영향을 끼친 책 (2): 둘째로 “미국 탐험대 United States Exploring Expedition”는 1838년에서 1842년까지 대양을 연구하기 위해서 탐험을 강행하였습니다. 탐험대는 1942년 자신의 보고서 100부를 출간했는데, 멜빌은 이 가운데 1부를 구입하여 탐독하였습니다. 보고서에는 이를테면 마오리 추장의 문신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데, 멜빌은 이를 케퀘크의 문신으로 정교하게 묘사하였습니다. 또 한 가지 빠뜨릴 수 없는 사항이 있습니다. 당시 탐험대의 대장은 찰스 와이크스 Charles Wikes라는 사내였는데, 멜빌은 이 자를 아합 선장으로 묘사하였습니다.

 

셋째로 1840년에 리처드 헨리 다나 주니어는 『2년 전의 돛Two Years Before the Mast』이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작가는 범선을 타고 보스턴을 출발하여, 캘리포니아로 향한 다음에, 다시 보스턴으로 항해하였습니다. 멜빌은 자신의 다른 작품에서 남아메리카 남부의 케이프 후른의 항해를 가장 정교하게 묘사한 작품으로서 리처드 헨리 다나 주니어의 작품을 꼽았습니다. 멜빌은 이 책에서 선원들만 사용하는 특수한 전문 용어를 발췌하여 소설 속에 원용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