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라캉: 팔루스의 의미 (7)

(앞에서 계속됩니다.)

 

상기한 사항을 고찰하면 마치 남성의 성적 기능이 여성과는 달리 처음부터 정조를 파기하는 식으로 처음부터 확정된 유형 같이 보이는데, 이는 무조건 남성만이 지닌 고유한 특징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세밀하게 고찰하면 연인 그리고 기표로서의 팔루스 사이의 분화 현상은 여성에게도 엿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차이가 온존합니다. 여성의 경우 사랑의 타자가 몹시 나쁘고 사악한 존재로 내면에 각인될 수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바람둥이 사내는 여자와 관계를 맺은 다음에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이는 여자의 마음속에 한 사내가 베푼, 기표로서의 팔루스를 다시 빼앗아가는, 이른바 강탈과 같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로써 남성은 내심 그미가 사랑하는 상징적 대상으로서의 사랑의 타자에 비해 훨씬 모자라는 하찮은 존재로 각인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별도로 동성연애자의 경우를 추가 설명하려고 합니다. 남성 동성연애자들은 대체로 자신의 성적 열망 속에서 팔루스를 떠올리는데, 기표로서의 팔루스는 이와 정비례하게 구성됩니다. 그렇지만 여성 동성연애자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미 앞에서 설명한 바 있듯이 성적 열망을 통해서 팔루스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엄청난 실망감과 조우하게 됩니다. 이러한 실망감은 오히려 사랑에 대한 요구 사항을 더욱더 강화시키도록 작용합니다. 이는 결국 여성들에게 어떤 가면의 기능을 다시 기억하고 이를 세밀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합니다. 여성들로 하여금 팔루스의 요청을 거부하게 하는 제반 장애물을 뛰어넘음으로써 자시 동일성을 되찾게 해주도록 기능하는 것은 바로 하나의 가면입니다.

 

여성은 이미 언급했듯이 성적 열망으로서의 기표로서의 팔루스를 떠올리지만, 이를 발견할 수 없다는 데 대한 실망감으로 인하여 스스로의 심리를 차단시키고 억압시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여성은 하나의 가면을 필요로 하고, 바로 그 속에서 자신의 도피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사람들 틈에서 남성적인 행렬 속에서 일부러 자신이 여성이라는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이는 참으로 기묘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상호적으로 지금까지 거의 밝혀지지 않은 심리적 사항의 토대를 추론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프로이트가 직관적으로 간파하여 그 깊이를 측정한 바 있는 내용입니다. 프로이트는 어째서 단 하나의 성충동이 있다고 주장했을까요? 그의 텍스트는 프로이트가 성충동을 남성적 특성으로 파악하려고 했음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이와 관련하여 기표로서의 팔루스의 기능은 가장 밀접하게 그가 말하는 성 충동과 부딪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뜻하는 의미는 고대에 살던 사람들이 “인지 능력Νούς” 그리고 “잠Αωγός”이라는 표현으로써 구현하려고 하던 성적인 관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