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은 다음과 같다. Jacques Lacan (2015): Schriften 1, Vollständiger Text, übersetzt von Hans-Dieter Gondek, Wien-Berlin, S. 109 - 117. 부디 나의 번역본이 라캉을 연구하는 분들에게 약간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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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단계의 구상은 내가 약 13년 전에 개최된 국제 정신분석학회의 지난 총회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그 이후에 프랑스의 정신분석학 연구 팀에 의해서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활용된 바 있으므로 여러분들에게 이에 대해 자세하게 기억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잘못된 처사하고 여겨집니다.
특히 오늘날 우리의 정신 분석이 이룩한 경험은 자아의 기능과 관련하여 어떤 놀라운 계몽적 사항을 마련했다고 여겨집니다. 이러한 경험과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종래의 철학이 “나는 생각한다.Cogito”라는 직접적인 인식 행위에서 비롯된 데 비하면 우리가 찾아낸 정신 분석학의 경험은 이와는 정반대된다고 말입니다.
어쩌면 여러분 가운데 몇몇 분들은 아마도 비교 심리학의 어떤 구체적 사실에 입각한 인간의 행동에 관한 하나의 이론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젊은 사내아이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성장 과정의 시기 동안에, 다시 말해 아주 짧은 시기에 도구적 지성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인간이 침팬지보다도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특히 이를테면 거울 앞에서의 자신의 상을 바라볼 때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가령 빛이 환하게 비치는 모습을 모방함으로써 “아하 그렇지”라는 체험을 통해 인식에 도달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언젠가 쾰러는 이러한 상황의 “통각Apperzeption”을 한마디로 지적 행위의 본질적 시간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원숭이가 거울이라는 전혀 중요하지 않는 대상에 비친 여러 가지 상들을 바라보고 반복적으로 행동하다가 기진맥진한 채 찾아낸, 대상을 다루는 단순한 방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사내아이는 원숭이와는 달리 거울 앞에서 여러 가지 제스처를 취하다가 무언가의 의미를 찾아냅니다. 아이는 거울 앞에서 놀라운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자신에 의해 이행되는 상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합니다. 말하자면 그는 재미 삼아 거울에 비춰진 주위 환경 그리고 거울에 이중적으로 드러나는 놀라운 복합체로서의 현실에 대한 상의 움직임을 검증하고 실험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현실이란 자기 자신의 육체, 개인 그리고 주위에 주어져 있는 객체 등 전체를 가리킵니다.
이러한 결과는 볼드윈이 자신의 이론을 제시한 이래로 생후 6개월부터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계속 반복해서 거울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우리는 아이들이 행하는 이러한 연기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깊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게 됩니다. 가령 생후 6개월이 지난 젖먹이 아이는 아직 일어서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데도 거울 그리고 거울 속의 자신의 상이 과연 무엇인지 골똘히 바라보고 이를 파악합니다.
아이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혹은 인공적인 걸음걸이 연습 의자를 탄 채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기구를 “걸음 연습 기구trotte-bébé”라고 명명하곤 합니다.), 연습 의자에 자신의 몸을 고정시켜서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그럴 때면 부모 내지 보모는 이를 바라보고 환호하곤 합니다. 그럴 때 아이는 마치 공중에 매달린 듯하지만, 그래도 다소 의자에 의존한 채 자신의 포즈를 취하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떠나서 방금 전의 거울 속의 모습을 다시 세심하게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볼드윈이 주장한 바 있듯이 18개월 되기까지 이러한 행동을 계속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아이가 거울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 문제를 던지면서 어떤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는 골똘히 거울을 들여다보며 거울 속의 자신의 상에 골몰합니다. 아이의 이러한 행동은 한마디로 지금까지 하나의 문제로 간주되었던 성 충동의 역동성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어쩌면 인간의 세계에 대한 존재론적인 구조가 편집적인 인식에 관한 인간의 반응을 통해서 출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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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4, 5, 6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심리학자는 볼프강 쾰러 (Wolfgang Köhler, 1887 – 1967)을 가리킨다. 그는 막스 베르트하이머와 쿠르트 코프카와 함께 게슈탈트 심리학을 추적하였다.
제임스 마크 볼드윈 (James Mark Baldwin, 1861 – 1934)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제시하였다. 즉 아이는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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