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라캉: 팔루스의 의미 (6)

(앞에서 계속됩니다.)

 

대학 병원에서 행해지는 여러 가지 실험은 다음의 사항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적어도 주체 스스로 현실적 차원에서 하나의 팔루스를 지니고 있는지, 아닌가? 그렇지 않는가? 하는 점을 깨달을 경우 타자의 열망을 통한 이러한 검증 작업은 그다지 결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머니가 팔루스를 지니고 있지 않는가? 하는 물음이야 말로 타자의 열망을 분명히 간파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항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유형을 의료적 경험을 통해서 순간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불안과 같은) 병의 증상의 결과라든가. 그게 아니라면 거세 콤플렉스에서 파생되는 (마치 남근선망과 같은) 구조적인 결과 등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팔루스로서의 기표가 어머니의 심리 속에 명징하게 각인되어 있는가 하는 물음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경우 우리는 성적인 열망이 거의 특징적으로 자신에 대한 심리적 위협이라든가 결핍을 그리워하는 심리와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주체의 미래의 삶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그것은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버지에 의해서 어떤 순서대로 도입되는 법칙에 의존됩니다. 만약 우리가 팔루스의 기능을 어느 정도 제한한다면, 우리는 상기한 내용과 관련되는 어떤 구조를 그려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여러 성 (性) 사이의 관계를 주도적으로 장악하는 구조 말입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 성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존재의 문제 그리고 어떤 소유의 문제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기표 내지 팔루스의 작용과 관련되는데, 이것은 상호 반대로 향하면서 자신의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상호 반대로 작용하는 이러한 영향성은 한편으로는 주체에게 이러한 기표를 통해서 현실성을 부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 구조적 의미가 밝혀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다른 현실적 감각을 부여하여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인간은 한편으로는 자신을 보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타자 속에 자신이 결핍되어 있다는 점을 은폐하기 위하여 소유 대신에 하나의 가상을 끄집어내어 성적 파트너와의 관계 속에 적용시킵니다. 그리하여 인간의 삶에 투영되는 것은 거의 마치 희극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결과입니다. 인간은 성에 대한 모든 사람들의 태도가 이상적이든 유형적이든, 그가 아니라면 극한적 성적 결합이든 간에 이러한 가상으로 인하여 혼란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성에 대한 사람들의 이상적 자세는 성의 갈망이 충족될 수 있다는 요구 사항을 더욱 강화시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믿으면서 사랑의 요구 사항에 집착하곤 합니다. 사랑에 대한 집착은 결국 성적 열망을 축소화시키고 그것을 연정으로 대치시키도록 작용합니다.

 

물론 다음과 같은 표현이 지극히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릅니다만, 우리는 그럼에도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여성에게 팔루스는 타자의 열망의 기표와 동일하게 인지됩니다. 그렇기에 타자의 열망의 기표에 해당하는 팔루스 그리고 여성성의 본질적 부분 그리고 이와 연결되는 모든 부수적 개념들은 여성들로 하여금 상대방을 “거부하거나rejeter” 어떤 가면 속에서 억지로 행동하도록 자극합니다. 물론 팔루스는 여성의 특징 그 자체는 아닙니다. 그렇기에 여성은 열망의 대상이 되거나, 사랑 받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미는 자신의 고유한 성적 열망을 위해서 스스로 갈망하는 사랑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신체 속에서 하나의 기표를 발견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즉 기표의 기능으로 가장한 신체 기관으로서의 팔루스는 여성에게 성적 흥분의 대상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사항 말입니다. 물론 여성의 경우 사랑 그리고 성적 욕망이 동시에 남아 있는 결과가 주어집니다. 바꾸어 말해서 여성은 동일한 대상에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데, 이는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이상적 관점에서 사랑의 감정으로 인하여 객체에 의해 부여되는 성적 열망의 감정을 현저하게 약화시키게 됩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그 속에서 기표로 발견되는 성적 열망은 여성의 마음속에 그대로 온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즉 성적 욕구와 직결되어 있는 충족은 여성의 경우 대체로 결핍되어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여성들은 성적으로 냉담한 특징을 비교적 오래 감수할 수 있으며, 그 대신에 성적 열망 속에 내재해 있는 억압의 강도는 남성들보다 훨씬 약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남자의 경우 사랑의 갈망과 성욕 사이의 변증법은 보다 분명하게 작동되고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변증법을 확신하면서 하나의 교차점으로 해명하려고 하였습니다. 즉 사랑과 성을 쟁취하려는 남성의 갈망은 프로이트에 의하면 사랑의 삶에 있어서 어떤 특수한 굴욕 내지 비참성이라는 제목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성들은 자신의 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어떠한 굴욕도 감내해야 합니다. 우리는 프로이트의 이러한 작용에 해명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입니다.

 

한 남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한 여자와의 관계에서 정말로 사랑에 대한 자신의 요구를 성공리에 충족시킬 때도 있습니다. 남자는 그미에게 원래 주어지지 않은 사랑을 여자에게 전하게 되는데, 이로써 그미의 마음속에는 팔루스의 기표가 아주 편안하게 형성됩니다. 바로 이 경우 남자는 자신의 성적 열망이 충족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남자는 한 여자에게서 성적으로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한해서만 만족을 느낄 뿐입니다. 왜냐하면 팔루스에 대한 성적 열망은 한 여자에 의해서 완전히 충족되지 않습니다. 남자에게 팔루스는 자신의 성을 자극하는 상으로 기능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경우 “어떤 다른 여자”에 대한 배후에 남아 있는 불일치의 상을 통해서 출현할 수 있습니다. 남성의 성을 자극하는 것은 “어떤 다른 여자”를 통해서 가능한데, 이는 -다른 처녀, 혹은 창녀를 지칭하든 간에- 다른 방식의 팔루스를 의미합니다. 이로써 사랑의 삶에 있어서 성 충동은 남성의 경우 완전히 충족되지 않고 마치 원 주위를 끝없이 빙빙 도는 경향으로 출현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향은 성적 열망 속에 내재한 이른바 억압이라는 보다 큰 의미로 작동되다가, 잘못될 경우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성 불능으로 귀결되기도 합니다.

 

(7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