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로마의 변화된 정치적 상황을 알게 되는 테렌티우스: 테렌티우스 스카페르는 로마의 변화된 정치적 분위기 그리고 카이사르가 어떠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등에 관해서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딸, 루칠리아는 티투스 라루스와 오래 전에 약혼한 바 있었습니다. 그는 가족들을 데리고 폼페이우스의 항구를 지나칩니다. 그곳에서는 카이사르와 원로원 사람들을 맞이하려고 인민들이 집결해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카이사르를 더 이상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때 테렌티우스는 처음으로 카이사르가 사람들의 신망을 잃게 되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감지합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상관, 카이사르에게서 기대할 게 없음을 알게 됩니다. 로마 사람들은 페르시아 동방 정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지닌다는 사실 그리고 전쟁터에서 공을 세운 군인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 역시 모조리 끊겼다는 사실 등을 접한 것도 바로 그 시점이었습니다.
11. 티투스 라루스와 테렌티우스 스카페르 사이의 대화: 카이사르의 도서관에서 테렌티우스 스카페르는 자신의 사위가 될 티투스 라루스와 만납니다. 로마에 정착하려면 그에게는 돈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일단 사위에게서 약간의 돈을 빌리려고 합니다. 티투스 라루스는 처음에는 더 이상 장인의 경제적 문제에 관여하려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시급히 행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쨌든 두 사람의 대화에서 여러 가지의 정황이 드러납니다. 카이사르가 티투스 라루스를 에스파냐의 은행가에게 보내어 동방 정벌을 반대하는 세력을 밝혀내려고 했다는 사실 그리고 티투스 라루스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거대한 서류 뭉치를 얻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카이사르의 정책 담당관들로부터 문책 당했다는 사실 등이 그러한 정황이었습니다. 어쨌든 티투스 라루스는 그의 장인과 약혼녀가 필요로 하는 자금, 300 세스터스를 마련하려고 하지도, 마련할 수도 없게 됩니다. 테렌티우스는 처음에는 로마에 정착하기 위한 자금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는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상실한 카이사르를 로마의 성 밖으로 빼돌려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300 세스터스는 카이사르의 구출을 위한 자금으로 지불되어야 했습니다.
12. 아버지의 계획을 위해서 매춘으로 돈을 마련하는 루칠리아: 이 와중에서 루칠리아는 인접한 피혁 공장을 찾아가서 그곳 주인 폼필리우스로부터 돈을 마련하여 집으로 가지고 옵니다. 사실인즉 피혁 공장의 주인인 폼필리우스는 성욕이 강한 사내였습니다. 젊고 싱싱한 처녀, 루칠리아는 눈물을 흘리면서, 아버지가 그토록 원하는 300 세스터스를 위해서 피혁 공장 주인에게 고이 간직했던 처녀성을 바칩니다. 나중에 이 문제로 감옥에 들어가지만, 폼필리우스는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서 즉시 방면됩니다. 이 사실을 접한 티투스 라루스는 질투심에 휩싸여 고래고함을 지르면서 자신이 자금을 마련하겠으니, 이 돈을 도로 돌려주라고 일갈합니다. 이후에 티투스 라루스는 거의 정신을 잃은 채 천민 정치가들을 만나서 그들의 속내를 알라오라는 카이사르의 임무를 저버리고, 장인이 될 사람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끝내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13. 카이사르 구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다.: 테렌티우스 스카페르는 딸의 매춘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자신의 가난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지불하지 않습니다. 그는 카이사르를 로마 밖으로 탈출시킬 계획을 위한 자금으로 그 돈을 지출합니다. 테렌티우스는 300 세스터스를 주고 주위에서 황소와 수레를 구입합니다. 말하자면 몰래 카이사르를 황소의 수레에 은닉시켜 로마를 빠져나오는 게 구체적 계획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자신이 모시는 상관이 아무도 몰래 브룬디시움의 지역을 거쳐서 자신의 군대와 함께 배를 타고 알렉산드리아로 항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테렌티우스의 계획은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합니다. 이를테면 카이사르가 처음부터 이런 지저분한 계획에 선뜻 동의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래서 구출 작전은 처음부터 실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테렌티우스는 가족들 그리고 몇 가지 가재도구를 실은 마차를 타고 로마의 성을 빠져나옵니다. 늙은 군인 한 사람이 처참한 몰골로 황소 수레를 타고 자신의 가족들을 태우고 도시 밖으로 나오는 장면은 그 자체 카이사르의 패망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카이사르의 용병, 테렌티우스 스카페르는 카이사르의 몰락으로 인한 희생물로 전락합니다. 루칠리아는 아버지의 헛된 꿈 때문에 부유한 낯선 사내, 피혁공장의 사장, 폼필리우스에게 자신의 몸을 맡깁니다. 그미는 거액을 마련했으나, 아버지는 이 돈으로 카이사르 구출 작전을 위한 자금으로 탕진해버립니다. 이로써 루칠리아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조소당하고, 결혼을 약속했던 티투스 라루스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마저 상실하고 맙니다. 역사학자 수에톤의 기록에 의하면 300 세스터스의 돈은 카이사르가 모든 로마 시민들에게 유언으로 남긴 거액이었습니다.
14. 어용 지식인 티투스 라루스: 티투스 라루스는 카이사르 왕국의 비서이자, 카이사르의 부하의 사위였는데, 국가의 정책과 인민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는 권력에 봉사하는 지식인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카이사르를 위해서 일을 하는 자였습니다. 그는 오로지 권력에 빌붙어서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기회주의적 지식인의 전형입니다. 티투스 라루스는 나중에야 비로소 로마 사람들이 전쟁에 반대하고, 천민 출신의 정치가 역시 카이사르의 의도로부터 등을 돌린 채 민주적인 개혁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는 카이사르의지지 세력의 힘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어떻게 해서든 카이사르를 다른 지역으로 도피시켜야 한다고 확신하고, 이를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만약 그가 재정 심의위원의 블랙리스트 그리고 이와 관련된 서류를 지니지 않았더라면, 카이사르가 순간적으로 몰락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3월 15일 밤에 티투스 라루스는 누군가로부터 살해당합니다. 어쩌면 그는 자신과 카이사르가 구출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지 말았어야 옳았습니다.
15. 카이사르의 패망은 인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소설은 브레히트가 생각한 역사적 법칙성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여기다 작가는 현재, 다시 말해서 히틀러의 정책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건은 사회적 긴장관계 그리고 계층과 계급의 관심사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만약 거대 자본가가 자본주의의 군수 산업을 일으키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전쟁을 필요로 한다면, 이를 수행해야 하는 정치가 그리고 장교들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전쟁이 산업과 무역을 위태롭게 할 경우가 있습니다.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전혀 경제적인 이득을 올릴 수 없다면, 거대 자본가는 더 이상 전쟁이라는 방식을 추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처음에 카이사르는 인민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는 작은 사람들의 희망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카이사르는 정복 전쟁을 위해서 도시의 자본을 필요로 합니다. 이를 위해서 그는 무엇보다도 도시의 귀족과 부자들을 필요로 합니다. 카이사르가 귀족과 부자들의 요구 사항에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인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합니다. 인민은 고통을 받으면서 자신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기다립니다. 만약 인민이 계급을 의식한다면, 더 이상 권력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중에 카이사르가 인민의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이려고 해도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인민은 더 이상 카이사르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카이사르의 패배는 궁극적으로 인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데 기인합니다.
16. 죽음을 알려 하지 않는 태도는 순간적 몰락을 안겨준다..: 카이사르가 개인적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것도 문제입니다. 그는 도망칠 수 있는 기회를 지녔으나, 이를 놓치게 됩니다. 그에게서 문제점은 자신의 미래가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지 않으려는 데에서 발견됩니다. 다시 말해 카이사르는 자신의 전략이 더 이상 어떠한 해결책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두 번째 장에서 카이사르는 마지막에 이르러 이성적인 판단을 떠올리지만, 때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테렌티우스 스카페르는 카이사르의 군대를 위하여 열심히 싸웠습니다. 그는 카이사르의 추진력을 알기 때문에 로마에서도 승승장구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테렌티우스는 카이사르의 시대가 지났음을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말하자면 테렌티우스 역시 너무 늦게 로마에 당도한 것이었습니다. 늙은 테렌티우스가 다시 한 번 팔을 걷어붙이고 전쟁터에서 싸울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자신의 사위인 라루스 역시도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라루스는 테렌티우스가 가지고 있던 현금마저 모조리 자신의 주인인 카이사르를 위해서 지출하려고 돈을 가지고 가버립니다. 결국 티투스 라루스는 끝까지 카이사르의 충복으로 행하다가 목숨을 잃습니다.
17. 서로 얽혀 있는 카이사르와 그의 부하: 테렌티우스의 가족에게도 목숨을 부지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카이사르가 몰락하자, 재산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의 늙은 용병 역시 경제적 토대를 상실합니다. 왜냐하면 전쟁이 더 이상 발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카이사르의 몰락으로 인하여 장차 자신의 경제적 후원자가 될 자신의 사위를 잃게 됩니다. 가족들은 각자의 삶이 위인의 정책에 의해서 의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험합니다. 두 이야기가 서로 얽혀 있듯이 카이사르의 삶과 그의 부하 테렌티우스의 삶 역시 얽혀 있습니다. 윗사람이 행동하면, 아랫사람은 마치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테렌티우스는 카이사르처럼 헛된 희망을 품으며, 한 번도 실제의 정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테렌티우스 스카페르는 자신의 삶이 카이사르와 결착도어 있다는 것을 체득합니다. 라루스는 두 세계를 이어주는 모뎀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죽을 때까지 주인에게 봉사하는 것 – 그것이 결국 테렌티우스 스카페르를 결국 몰락하게 만듭니다.
18. 돈의 기능: 이야기가 생존의 문제를 시사하듯이, 돈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쟁을 위한 신용 담보, 도시에서 행해지는 사업들 그리고 루칠리아의 매춘으로 벌어들이는 돈 역시 소설 속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고대의 정치적 비극과 같은 운명을 돈을 통한 권력 쟁탈전으로 고찰할 수 있습니다. 권력의 상실은 카이사르에게서 사라지는 자금과 부동산의 상실과 병행하고 있습니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브레히트에 의하면 오로지 돈의 문제와 직결되고 있습니다. 카이사르가 권력을 잃게 된 것은 자신의 비밀 자금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보관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도시 로마는 그에게 어떠한 담보 대출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테렌티우스가 로마로 온 것도 주인의 재산을 상실했기 때문이며, 루칠리아가 자신의 몸을 판 것도 돈 때문이었습니다. 테렌티우스 가족은 루칠리아의 매춘 행위로 인하여 티투스 라루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결국 스스로 그리고 자신의 상관인 카이사르를 몰락하게 만든 것입니다. 브레히트의 소설이 남기는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정 사회에서 특정한 인간의 행위는 다른 인간의 삶, 경제적 토대, 사랑의 삶에 직접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한 인간의 권력 추구의 행위는 그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고, 그들의 경제적 토대를 상실하게 만들며, 급기야는 사랑의 삶을 망치게 만듭니다. 한 가지 첨가할 사항이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카이사르의 동방 정벌은 히틀러의 러시아의 정벌과 비유될 수 있으며, 카이사르의 마지막 날은 얼마든지 파시즘 전쟁과 관련되는 소재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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