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조형 예술

피라미드

필자 (匹子) 2019. 3. 23. 11:10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는 대작, "희망의 원리"에서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중세의 고딕 건물을 모든 건축의 표본적 모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피라미드가 영혼 불멸의 갈망을 담고 있는 건축물이라면, 고딕 건물은 천국에서의 찬란한 삶에 대한 갈망의 상을 담고 있는 건축물입니다. 인간의 영혼은 하늘 위로 올라서 행성을 지나, 12개의 수대를 거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영원히 살아가게 되리라는 꿈은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이어졌습니다.  

 

 

피라미드는 고대의 건축물입니다. 피라미드 πυραμίδες는 어원상 "무덤"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주로 정방형의 토대에 사각뿔의 구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점성술에 의거해서 지은 것입니다. 피라미드는 이집트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라틴아메리카, 중국 그리고 에스파냐에 속해 있는 카나리아 섬에서도 존재합니다. 사진은 카이로 근교에 있는 피라미드의 모습을 찍은 것입니다. 가운데에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가 보입니다.

 

 

 

하늘에서 태양의 빛이 지구로 뻗는 모습을 찍은 것입니다. 어쩌면 고대인들은 바로 이러한 모습에서 피라미드의 형상을 착안해내었는지 모릅니다. 피라미드는 영원한 삶을 갈구하는 고대인들의 갈망의 상이 반영된 것입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인간이 죽으면, 그 영혼이 마치 나비처럼 날아서 다른 빛의 세계로 이전되어 영원히 생명을 유지한다고 믿었습니다. 생명을 뜻하는 단어 "프시케 ψυχή"는 처음에는 하나의 숨결로 이해되었는데, 마치 나비처럼 날아서 빛의 다른 세상으로 떠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프시케는 그리스어에 의하면 나비를 가리킵니다.

 

 

고대인들은 빛을 따라서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 Stairway to Heaven"을 통해서 수호신 레 Re에게 갈 수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영혼이 천국으로 향하려면, 12개의 수대 (獸帶)를 거쳐야 합니다. 수대에는 12명의 집정관이 서성거리며, 천국으로 향하는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선한 영혼만이 이러한 수대를 지나 천국으로 향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피라미드의 계단은 바로 이러한 천국으로 향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피라미드는 맨 처음에 단계식으로 축조된 것입니다. 사진은 이집트의 사카라에 있는 파라오 죠서의 피라미드입니다. 기원전 2650년에 완성된 것으로서 62.5미터의 높이, 121미터의 길이, 109미터의 넓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파라오 죠서의 피라미드는 현존하는 피라미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파라오 죠서의 피라미드의 원래의 건축물의 가상적 평면도입니다. 1. 단계식 피라미드, 2. 남쪽 무덤, 3. 궁전의 예배당, 4. 사원 T, 5. 남쪽 궁전, ....8. 죽음의 사원, 9. 서쪽 회랑, 10, 입구, 11. 북쪽 궁전, 15 북쪽 제단.놀라운 것은 북쪽에 죽음의 사원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나쁜 기운을 없애고, 파라오를 방어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남동쪽의 부분이 허물어져 지금도 보수공사가 필요합니다. 주로 피라미드는 주로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4666년의 오랜 세월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의 도표는 지구상에 나타난 피라미드 형태의 건축물의 윤곽을 서로 비교한 것입니다. 가장 높은 건물은 평양에 현재 건축중인 류경 호텔입니다. 카타르의 도하에 있는 높은 빌딩 역시 삼각형의 구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진시황제의 무덤 역시 피라미드 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평양에 건설 중인 류경 호텔의 건물입니다. 평행사변형 꼴로 동서쪽으로 뻗어있는 특이한 모양으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류경'은 '버드나무의 도시'라는 의미로 조선 시대에 평양에 버드나무가 많아 시원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지상 330m(323m라는 설도 있음), 지상 101층, 지하 4층의 건물로, 대한민국 최고층 빌딩인 인천 동북아트레이드타워보다 약 17m 정도 높습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추한 10대 건물 가운데 하나로 뽑혔습니다.

 

 

이것은 진시황제의 무덤의 가상적 상입니다. 윗부분이 무너져서 지금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아마 후세의 사람들이 추측하여 이러한 건물을 추론해내고 있습니다. 진시황제의 무덤은 중국 시안에서 북동쪽으로 약 36킬로미터의 지역에 위치합니다. 내부는 1200미터 길이에, 550미터 넓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1975년 진시황제의 무덤이 발굴되었을 때 그곳에 비치되어 있던 조각상의 모습입니다. 마치 위대한 권력자를 수호하는 충신과 무사들이 집결해 있는 것과 같은 인상을 풍깁니다. 현재는 모든 조각상들은 테러코타 전사 박물관으로 이전되었습니다.

 

 

2002년에 만들어진 테타코타 전사 박물관의 전경입니다. 이곳에서는 1087 명의 전사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1987년에 세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진시황제의 무덤은 1974년에 발굴되었습니다. 이로써 그 내부가 공개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무덤을 지키는 무사들이 보입니다. 7278명의 무사들은 황제를 수호하는 군사들입니다. 가장자리에는 204명의 궁수들이 자리하고, 그 사이에 6000명의 보병과 기병이 위치합니다. 전차와 말 그리고 각종 무기의 모습 역시 그대로 자리합니다. 모든 조각품은 테라코타 (점토로 구운 조형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것을 바라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이것은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입니다. 높이 147 미터, 밑변은 230미터에 달하는 피라미드로서 세계 7대 불가사이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이 피라미드는 기원전 2560년 경에 건설되었으며, 주로 석회암과 화강암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빛의 반사를 통해서 피라미드 내부를 어둡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통풍구도 설계되어 있습니다. 피라미드의 각도는 북극성의 별빛 방향과 일치합니다. 빛과 공기를 고려한 기하학적 구도는 놀랍기 이를 데 없습니다. 밑변은 정확하게 동서남북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입구를 아랫쪽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침입자는 한 번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 없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들어갈 수는 있지만 나올 수는 없는 미로 - 이것이 피라미드의 통로였습니다.

 

 

이것은 대 피라미드의 터널 입구입니다. 기원전 1200년에 만든 것인데, 도굴을 막기 위해서 축조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로 내려갈 수는 있지만, 통로 위로 오를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침임자는 함정에 갇힐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있어야 합니다. (아리아드네는 누구인가요?) 요약하건대 피라미드는 죽음을 극복하고 영생을 누리려는 고대인들의 갈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오로지 파라오와 같은 권력자들만이 이러한 혜택(?)을 누렸다는 사실입니다. 고대인들은 철저히 계층 차이를 천부적으로 이해하였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상류 계층 내지 하급으로 내려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