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회심리론

서로박: 에릭 에릭슨과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 심리 이론 (3)

필자 (匹子) 2019. 1. 8. 10:16

 

(앞에서 이어집니다.)

 

15. 슈타이너의 초기 감각론: 상기한 사항을 전제로 하여 우리는 슈타이너의 인지학에 근거한 초기 감각론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슈타이너는 인간의 신체, 심리 그리고 두뇌의 발달의 토대는 0세부터 6세이 이르는 시기에 거의 완성된다고 주장합니다. 이 점에 있어서 그는 에릭 에릭슨의 심리 발전의 여덟 단계를 보다 세밀하게 천착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건대 루돌프 슈타이너는 영유아의 초기 감각을 발달과정에 따라 네 가지 기본적인 단계로 나눕니다. 첫 번째 단계는 촉각이고, 두 번째 단계는 생명 감각이며, 세 번째 단계는 운동 감각이고, 네 번째 단계는 균형감각을 가리킵니다. 영유아가 네 단계를 거칠 때 주도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이른바 본능에 해당하는 이드입니다. 자아와 초자아는 이 단계에서는 전혀 기능하지 못합니다. 물론 이드, 자아 그리고 초자아의 개념은 프로이트가 사용한 것으로서 슈타이너의 문헌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단어입니다.

 

15. 첫 번째 단계, 촉각 (1): 미리 말씀드리면 촉각은 자신과 세계 사이의 구분을 인지하고, 서로 관계를 맺으려는 동작입니다. 사실 촉각은 피부 감각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피부 감각은 고통 감각, 접촉 감각, 온도 감각 그리고 압력 감각을 포괄합니다. 갓 태어난 아이는 눈부심과 추위를 느낍니다. 어머니의 자궁은 따뜻한 온천과 같아서 태아에게는 자아가 외부와의 구분을 느끼지 못하며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세상 밖으로 나온 영아는 눈부신 바깥세상을 반눈 뜨고 바라봅니다. 게다가 급격한 온도 변화를 느끼면서 몸을 사리게 됩니다. 불현듯 아이의 내면으로 엄습하는 것은 어떤 말할 수 없는 불안의 느낌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미지의 두려움일지 모릅니다. 불안은 대상 없이 나타나는 소스라치는 느낌이지만, 두려움은 분명히 어떤 대상을 전제로 합니다. 여기서 태아와 영아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태아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아무런 불안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굶주림은 탯줄을 통해서 충족되고, 모든 감정은 어머니와 동일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아의 경우는 태아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16. 첫 번째 단계, 촉각 (2): 난생 처음으로 영아는 자신이 지금까지 함께 했던 모체로부터 분리되었다는 것을 감지합니다. 이때 영아는 자신의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더듬기 시작합니다. 피부를 통해서 어떤 온기를 느끼면서, 신체 내부에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감지합니다. 그렇기에 슈타이너는 촉각을 하나의 산으로 비유했습니다. 손가락에 닿는 모든 사물은 그 자체 주위 인식의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영아는 자신의 주위를 손가락으로 두 손으로 더듬고 만지작거리기 시작합니다. 그의 촉각은 대상을 인식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영아의 감정을 분명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불안은 신체적 균형이 무너질 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충격 등이 나타날 때 감지되는 정서입니다. 이 경우 주위 환경이 촉각에 의해서 전혀 파악되지 않을 때 영아는 불안을 느낍니다. 외부의 무게, 온도 그리고 빛 등이 파악되지 않을 때 그는 당혹스러움을 느낍니다. 이러한 당혹스러움은 머리카락의 움직임, 소름, 식은 땀 그리고 몸의 떨림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17. 두 번째 단계, 생명 감각 (1): 여기서 말하는 생명 감각은 자신의 내면을 인식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생명 감각은 신체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을 경우 전혀 감지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신체의 이상이 있을 경우에 이를 알려주는 신호 역할을 담당합니다. 생후 약 9개월이 되면, 영아는 자신의 내면을 분명히 인식하게 됩니다. 이로써 그는 쾌감과 불쾌감을 분명히 구분합니다. 쾌감은 무엇보다도 따뜻한 모유를 접할 때 발생합니다. 모유 수유는 단순히 음식을 공급받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아가 자식과 어머니 사이의 사랑의 교감으로 이해됩니다. 말하자면 젖 빠는 행위는 인간의 첫 번째 사랑의 주고받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모유를 공급받은 아이들의 신체 상태는 그만큼 건강하고 심리 상태는 안정적입니다. 대부분의 영아들은 생후 6개월까지는 외부의 질병에 대한 면역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생후 6개월 이후에 전해지는 모유는 영양공급 외에도 질병에 대한 저항력에 도움을 줍니다. 그밖에 푹신한 침대, 온기, 주위의 여건 등은 영아들에게 쾌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에 반해서 영아들은 불쾌감을 분명히 감지합니다. 배고픔, 목마름, 구역질, 어떤 특정 부위의 통증을 느낄 때 영아들은 울거나 자신의 근육을 위축시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