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회심리론

서로박: 에릭 에릭슨과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 심리 이론 (1)

필자 (匹子) 2019. 1. 8. 10:14

 

1. 보덴 호수 위를 달려온 기사: 갑자기 보덴 호수 위를 달려온 기사에 관한 동화가 생각 납니다. 어느 기사는 참으로 중요한 일을 해치우기 위해서 말을 타고 황급히 길을 떠나야 했습니다. 겨울이라 주위는 온통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습니다. 그래서 기사는 그곳이 호수인지, 대로인지 전혀 분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사는 눈을 질끈 감고 애마의 가슴에 박차를 가합니다. 실제로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애마가 호수 위를 달려 건너온 것이었습니다. 기사는 자신의 용무를 마친 다음에 자신이 그렇게 광활한 보덴 호수 위를 달려온 것을 기억해냅니다. 기사는 불가능할 정도로 놀라운 일을 행한 기억으로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즉사합니다. 보덴 호수의 이야기는 히틀러 독재를 겪어온 독일인들에게 자주 회자되는 이야기입니다. 끔찍한 사건보다는 끔찍한 사건에 대한 기억이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들곤 하지요, 친애하는 S, 당신은 지금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멋모르고 임을 만나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살다가 그만 심리적으로 고통을 겪는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과거를 되돌아보면 참으로 기막히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치 통과의례처럼 거치는 출산과 결혼이지만, 사랑과 가정을 꾸리는 삶은 우리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지요. 우리는 이를 뒤늦게 깨닫고 절망에 빠지곤 합니다.2

 

2. 찬란한 탄생: 친애하는 S, 나는 당신의 우울증세 그리고 당신의 아이를 생각합니다. 행여나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내가 염려하는 것은 당신의 아기입니다. 아기를 잘 키워야 하는데, 당신의 코는 석자라서 그럴 수 없다는 게 내 마음을 몹시 아프게 합니다. 나의 관심은 현재 당신의 딸로 향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심리적 고통을 겪으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딸이 감당해야 하니까, 이게 문제입니다. 당신은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알고 계시지요? 세 살 때의 버릇은 너무나 강렬합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오랫동안 지배합니다. 물론 우리 대부분은 아마도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와 처음으로 세상을 바라본 경험을 기억해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후에 축적된 수많은 체험들이 갓 태어난 광경에 대한 기억을 망각하게 하니까요, 산부인과 의사의 손에서 거꾸로 매달린 채 울음을 터뜨리면서 세상을 처음으로 바라보는 광경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갓 태어난 우리는 마치 박쥐처럼 매달린 채 눈이 부시고, 불안해하면서 울음을 터뜨렸을 테니까요.  

 

3. 아직 칠해지지 않은 칠판: 갓 태어난 당신 아기의 뇌는 마치 백지 (白紙)와 같습니다. 그것은 아직 칠해지지 않은 칠판 tabula rasa”처럼 깨끗합니다. 아기의 두뇌는 바로 거기에 난생 처음으로 경험한 바를 기억으로 남깁니다. 아니, 아기의 신체에 처음으로 작용하는 것은 뇌가 아니라, 신경일지 모릅니다. 어쨌든 처음에 세상에 태어나서 경험하는 것은 너무나 강렬합니다. 그래, 갓 태어난 아기의 몸과 뇌는 아직 칠해지지 않은 칠판으로 비유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학교의 교실의 아직 칠해지지 않은 칠판에 무언가 잘못된 사항을 기술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그것은 나중에 어느 정도 지워지지만, 지운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잘못된 글씨는 얼마든지 지워질 수 있지만, 기억의 칠판에는 글씨의 흔적이 흐릿하게 남아 있습니다. 가령 영어 단어 하나를 잘못 기억했다가 나중에 낭패를 겪는 학생을 생각해 보세요, 이렇듯 인간은 무언가를 잘못 습득하면, 이를 수정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4. 영유아기의 시기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영유아의 시기는 인간의 신체와 영혼 그리고 두뇌의 발달에 가장 중요한 기간입니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생각해 보세요. 영유아는 어른이 하루에 경험한 일보다도 열배 이상의 강렬한 무엇을 체험합니다. 어른이 접하는 경험은 이전에 수없이 경험한 것들의 반복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영아들은 난생 처음으로 모든 것을 마치 창세기에 처음 생성된 사물처럼 그렇게 생생하게 받아들입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영유아가 어린 나이의 시기에 처음으로 접한 체험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인간의 초기 감각의 발달과정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칩니다. 그것은 이후에 이어질 사회적 삶 내지 사랑의 삶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최초의 잣대로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태어나 6년 동안에 습득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생각한다면, 출산 그리고 영유아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에릭 에릭슨 Erik Erikson은 독일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입니다. 흔히 임상 치료 분야에서 밀턴 에릭슨 Milton Erickson의 최면 치료를 언급하는데, 에릭 에릭슨은 그와 다른 사람입니다. (이종영: 243 이하) 에릭 에릭슨은 인간의 사회 심리적 발전을 여덟 단계로 나눈 바 있는데, 첫 번째에서 세 번째의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을 0세에서 6세의 나이에 해당하는 아이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영유아 시기는 인간 삶에서 중요합니다.

 

5. 에릭슨의 인간의 심리 발전의 여덟 단계: (1): 일단 에릭 에릭슨의 심리 발달의 여덟 단계 및 위기에 관한 이론을 살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여덟 단계마다 한 번씩 위기를 겪게 됩니다. 인간은 이 단계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습니다. 발전 단계상의 문제를 성공리에 극복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당사자에게 많은 도움을 줍니다. 특정 단계에서의 갈등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지만, 평생 하나의 기억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인간이 발전을 거듭하기 위해서는 특정 단계에서 자아의 문제에 관한 충분한 심리 진단을 끝내야 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원초적 신뢰의 단계로서 1세의 나이 때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주는 대로 나는 존재한다.” 영아는 한 사람 (어머니)에게 의존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 시기에 영아에게 육체적 안전이라든가, 음식 등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으면, 영아의 마음속에는 두려움이라는 위협적 감정이 생겨납니다. 음식, 안온한 어머니의 가슴 등이 결여되어 있으면, 영아의 마음속에는 세계에 대한 근원적 불신의 감정이 자라납니다. 이러한 감정은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두려움으로 이해됩니다. 자극의 결핍, 탐욕, 공허함, 우울, 어머니를 대리할 수 있는 사람에 강하게 종속 받으려는 욕구 등이 한 인간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6. 에릭슨의 인간의 심리 발전의 여덟 단계: (2): 인간의 심리 발전의 두 번째 단계는 자율성의 단계로서 2세에서 3세 사이에 겪는 경험과 관련됩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존재한다.” 에릭슨은 이 시기를 사랑과 미움, 자발적인 의지와 강제성, 자유로운 표현과 억압사이의 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합니다. 이 시기의 영아들은 비록 말을 잘 하지 못하더라도 자기 의지를 관철시키려고 애를 씁니다. 만약 아이의 자기 의지가 언제나 무조건적으로 꺾이게 되면, 아이의 마음속에는 수치심과 불안감이 쌓입니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는 결코 성취되는 법이 없다는 것을 서서히 체득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영아들의 기는 꺾이게 되고, 모든 일에 의기소침해지게 됩니다. 영아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욕구가 더러운 것이며, 수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질서, 시간 준수, 청결 등이 강조되면, 영아는 너무 일찍 자기 자신에 대해 엄격해지고, 자기 비판적인 성격을 지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영아는 자기 자신에 대해 몹시 초조해 하고, 과도할 정도로 청소를 자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