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동구러문헌

서로박: 나보코프의 '롤리타' (1)

필자 (匹子) 2021. 12. 30. 11:15

1. 패션, 모름다움, 순간적으로 강렬한 허상: 친애하는 N, 아름다움과 반대되는 단어는 신영복 교수에 의하면 “모름다움”이라는 조어로 표현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패션을 따르는 행위는 “모름다움”에 탐닉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우리가 아는 것이라면 “모름다움”은 어쩌면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가상의 미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미(美)란 “큰 양 (大羊)”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허상입니다. 그렇지만 특히 젊은 사람들은 이러한 허상으로서의 미에 열광하곤 합니다. 그들로 하여금 겉모습을 추종하게 하여, 모습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하게 작용하는 것은 청춘일까요?

 

그렇기에 십대들이 마치 홍역을 앓듯이 유행에 열광하다가 잠시 자신의 “얼”을 잃는 것은 젊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눈부신 아이돌의 노랫소리 그들의 찬란한 몸짓과 춤사위 그리고 그들의 미소는 젊은이들의 넋을 잃게 하지요, 한마디로 “모름다움”의 전형은 상품미학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유행이 우리 곁에 잠깐 머물다 금방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마치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풍기는 향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잠깐 다만 몇 분 우리의 후각 주위를 맴돌다가, 어느새 사라지는 어떤 향수제품을 생각해 보세요. 그것은 더 이상 맡을 수 없는 향기의 흔적과 같습니다. 어쨌든 불혹의 나이가 되면, 사람들은 이러한 향기가 그저 허망한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2. 나보코프는 누구인가? (1): 러시아 출신의 미국 소설가, 문학이론가이자 나비 채집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1899 – 1977)의 기이한 연애 소설 『롤리타』이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나보코프는 러시아에서 관료주의의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할아버지는 러시아의 법률장관이었고, 그의 아버지는 공화주의자로서 폭군 차르를 권좌에서 추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정치가였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러시아의 대지주의 딸로서 사해동포주의의 세계관을 견지하고 있었습니다. 나보코프는 어린 시절부터 병약했고, 주로 독서와 공상 그리고 나비 채집에 몰입하곤 하였습니다. 17세의 나이에 시집을 간행할 정도로 조숙하였습니다.

 

1917년 러시아에서 10월 혁명이 발발하기 전에 가족들과 일단 런던으로 도주했습니다.1926년에 가족은 다시 베를린으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약 10년간 살았습니다. 베를린에는 소련 망명객들이 많았습니다. 나보코프는 그곳에서 “베라”라는 여인을 만나 결혼합니다. 1933년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했을 때 그는 처음에는 베를린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내인 베라가 유대인 출신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일단 헤어집니다. 나보코프는 1936년에 혼자서 파리로 건너갑니다. 베라는 자신의 부모가 있는 체코에서 당분간 은거하며 지냅니다. 이때 나보코프는 프랑스에서 고독한 삶을 힘들게 영위합니다. 이 시기에 무척 나이 어린 프랑스 소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이 사건은 롤리타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3. 나보코프는 누구인가? (2): 1940년에 그는 미국으로 떠나 그곳에서 아내, 베라와 재회합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대학에서 문학 그리고 외국어를 가르치면서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1955년에 간행된 그의 두 번째 소설인 『롤리타』가 널리 회자되었고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처음에 그는 미국에서 출판사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작품은 프랑스의 파리에 있는 올림피아 프레스라는 출판사에 의해서 처음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어쨌든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게 되자, 나보코프는 코르넬 대학교의 강의를 그만두고, 오로지 집필에만 몰두하게 됩니다.

 

60년대 초에 나보코프 부부는 미국을 떠나, 유럽으로 돌아옵니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의 방랑벽입니다. 나보코프는 자신의 사택을 마련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아내와 호텔을 전전하며 살았습니다. 약 60년의 유랑 생활이 그를 유목하는 인간으로 만들어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낭만적인 보헤미안의 생활방식이라고 설명했는데, 주소가 없는 떠돌이의 삶은 주위의 여러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였습니다. 결국 그는 스위스 몽트레 Monteux에 있는 호텔 팔라스에서 유명을 달리합니다.

 

4. 12세 소녀에게서 사랑의 허상을 찾는 이야기: 『롤리타』에 관해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1940년 미국입니다. 주인공은 1910년에 파리에서 태어난 험버트 험버트라는 이름을 지닌 프안스 남자인데,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험버트”라는 이름은 깨끗한 질서와는 거리감이 있는 사악한 이미지를 드러내는 이름입니다. 성과 이름이 같다는 것도 기괴할 뿐더러 섬뜩한 분위기를 느끼게까지 합니다. 1952년 가을에 험버트는 자신의 연적인 청년 한 사람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수감된 채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완전히 지배하게 한 사건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47년 초에 험버트는 돌로레스라는 이름을 지닌 12세의 소녀를 처음으로 만납니다. 그미는 주인공에 의해서 “롤리타”라고 명명되고, 친구들을 그미를 “돌리”, “로” 등으로 부르곤 합니다. 롤리타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을 때 주인공의 마음속은 참으로 묘한 감정들이 교차하게 됩니다. 그것은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슴 속에 뜨겁게 끓어오르는 사랑의 감정이었습니다. 험버트 험버트는 혼자 괴로워하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웁니다. 그런데 롤리타는 조인공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사랑을 일기에는 당시에는 너무나 나이 어린 소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5.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그토록 중요한 유년의 체험: 험버트는 어린 시절에도 어떤 고통스러운 사랑을 체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에드거 알란 포우 Edger Allan Poe의 「애너벨리」에 대한 하나의 반향으로 나타난 체험이었습니다. 말하자면 험버트는 어린 시절 아홉 살에서 열네 살 먹은 마치 악령과 같은 소녀에 대해 강력한 집착 증세를 보였습니다. 소녀는 요정이라고 명명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오로지 자신과 같은 예술가 혹은 정신병자만이 그미의 진면목을 알아차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요정으로서의 상은 주인공이 떠올린 편집망상의 상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어쨌든 험버트는 1947년 초에 미국의 램스데일이라는 소도시에 방을 구하려고 합니다. 그는 삼촌으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아서 그렇게 경제적으로 힘든 형편은 아니었습니다만, 미국 대학생들을 위한 프랑스 문학의 입문서를 집필하거나, 대학에서 외국어를 가르치려고 하였습니다. 방을 구하려고 돌아다니다가 그는 요정과 같은 롤리타를 처음으로 만나게 됩니다. 부드럽고 꿈꾸는 것과 같은 유년 그리고 어떤 악령과 같은 유형의 조야함이 롤리타의 모습에서 풍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롤리타의 어머니, 샬롯 해즈는 과부로서 딸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험버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미는 미국의 시민 사회에 익숙해 있는 과부였습니다.

 

5. 사랑에 대한 병적 집착: 험버트는 샬롯의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롤리타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그 집에 세 들어 삽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험버트에 대한 그미의 호감이 서서히 연정으로 뒤바뀌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험버트는 틈만 나면 롤리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이를 자신의 일기장에 기록합니다. 자신과 롤리타 사이에 그미의 어머니가 버티고 있다는 것을 무척 안타깝게 여깁니다. 3주가 지나게 되었을 때 샬롯이 어디론가 출타 중이었습니다.

 

험버트는 샬롯의 소파에서 롤리타를 애무하는 등 에로틱한 장난을 칩니다. 그렇게 해야만 그미가 비밀스러운 오르가슴에 도달하게 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복잡한 내면이 롤리타와의 육체적인 사랑을 방해하고 맙니다. 왜냐하면 그의 마음의 한구석에는 아름다운 요정의 순수성을 보존하고 싶은 욕구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험버트는 나이 어린 로리타에서 어떤 무엇을 얻어내려고 합니다. 그게 사랑인지 욕정인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