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동구러문헌

서로박: 프로이트의 '도스토예프스키와 아버지 살해' (1)

필자 (匹子) 2020. 9. 11. 10:43

1. 갈등으로 가득 찬 작가, 도스토예프스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최고의 작가로 꼽으며, 그의 작품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대해 자신의 정신분석학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원래 이 글은 다음과 같은 계기로 집필되었습니다. 어느 독일의 출판업자는 1925년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간행하려고 했는데, 프로이트에게 작품 분석을 의뢰하였던 것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아버지 살해」는 프로이트의 나이 69세 때 완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글 속에는 프로이트의 말년의 정신분석학 이론이 용해되어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이 논문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죄의식 등을 새롭게 기술합니다. 가령 지금까지 인간의 자위행위에 관해서는 초기 저작물에서는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2. 그는 경건한 무신론자, 그게 아니라면 신경증 환자이자 최고의 문호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작가였고, 신경증 환자였습니다. 그는 경건한 윤리적 정신을 지니고 있었으며,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아마 도스토예프스키만큼 성서를 깊이 애호하면서, 동시에 성서를 내팽개친 사람도 아마 없을 것입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가장 장엄한 소설이고, 심리적인 모순을 담고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덕적 인간을 높은 경지에 도달한 자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작가에 의하면 도덕적인 인간은 결코 죄를 저지르지 않는 인간이 아닙니다. 인간은 신이 될 수 없습니다. 도덕적 인간은 죄에 대한 유혹에 사로잡히지만, 이에 대해서 결연히 저항하는 자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스스로 신경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인간의 내적 고뇌를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훌륭한 교육자도 아니었고, 인간 해방의 기수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위대한 러시아 작가는 도덕적 문제를 둘러싸고 인간이 어떻게 고뇌하고, 이를 거부해 나가는가? 하는 과정을 예리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한마디로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은 결코 도덕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3. 자기중심적 인간, 사랑의 부재로 인한 도박과 욕정: 정신분석학자들은 도스토예프스키를 범죄자로 간주하고, 심한 혐오감을 느낍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제어할 수 없는 자아 중심주의에 사로잡혀 있고, 강한 파괴 욕구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작가가 그러한 태도를 취하게 되는 근본적 동기는 사랑의 부재에 있다.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사랑의 대상이 있는데, 그에게는 사랑의 대상이 없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사랑하고 싶은 과도한 욕구 그리고 사랑 받고 싶은 욕망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습니다. 사랑의 욕구와 능력은 도스토예프스키가 과도한 선행을 베풀 때 엿보입니다. 실제로 도스토예프스키는 남는 시간에 도박을 즐겼습니다. 또한 그는 단 한번 나이 어린 소녀를 유혹하여, 어디론가 데리고 가서 겁탈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심각한 고통 그리고 회한에 사로잡혔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강력한 파괴 충동이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게 했던 것입니다.

 

4. 도스토예프스키에 나타난 신경증의 증세: 프로이트는 도스토예프스키에게서 성도착의 요인을 발견하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그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속에 자주 “피학대 음란증 (마조히즘)”과 죄의식 등이 묘사되는 것을 지적합니다. 작가는 프로이트에 의하면 때로는 남에게 고통을 주고자 하는 성향을 지녔고,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용서하지 못하는 편협함을 내심 품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학대 음란증 (사디즘)”은 자신에게 향함으로써 “피학대 음란증”으로 뒤바뀐다고 합니다. 나아가 도스토예프스키는 감정의 충일 상태에서 성도착의 증세를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등장인물을 마구잡이로 학대함으로써 느끼는 쾌감이었습니다. 여기에 개입된 것은 작가의 신경증 증세였다고 합니다.

 

5. 간질은 왜 발생하는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스스로를 간질환자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는 졸도, 근육 경련, 순간적인 무기력 현상을 느꼈고, 이를 스스로 간질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프로이트에 의하면 간질이 아니라, 신경증의 증후에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도스토예프스키는 순간적으로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곤 했습니다. 이러한 질병은 실제 삶에서 신경질 내지 공격성으로 나타나곤 하였습니다. 이러한 발작은 혀를 깨물거나 요실금 현상을 동반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때로는 의식 불명이나 단순한 현기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환자는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밖에 두뇌 손상이나 지능 저하의 인간이 간질 증세를 보이곤 합니다. 가령 세포조직의 손상이라든가 독극물에 의한 뇌 활동의 마비는 그러한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6. 간질과 오르가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 현상은 성행위와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옛날부터 의사들은 성교 시의 오르가슴 현상을 “작은 규모의 간질”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간에 절정의 순간 신체적 경련을 일으키고, 일순간 마치 의식이 마비되는 것과 같은 쾌감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성적 최고점에 이르는 순간 사람들은 심리적 흥분의 덩어리들을 신체 밖으로 배출하게 됩니다. 간질이란 여기서 이러한 흥분된 에너지가 밖으로 배출되는 현상입니다. 이로써 간질적인 반응은 히스테리의 증후가 됩니다. 나이든 여성들이 히스테리의 행동을 드러내는 경우도 프로이트에 의하면 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오르가슴을 발산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므로, 육체 내부에 성적 에너지가 마냥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고로 간질 발작은 신체적 간질과 정서적 간질로 나누어집니다. 전자는 뇌의 손상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이고, 후자는 신경증 환자의 경우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간질은 두 번째 종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확증할만한 증거는 없습니다. 그가 18세 되었을 때 그의 아버지가 살해되었고, 이때까지 도스토예프스키는 간질 증세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나타나는 아버지 살해는 작가의 체험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간질로 발전하기 이전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작은 발작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형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잠자기 전에 머리맡에 종이를 준비해 두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