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동구러문헌

서로박: 나보코브의 아다, 혹은 열정 (1)

필자 (匹子) 2021. 1. 29. 13:46

1.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사람들은 특정 작가를 생각하며, 잘 알려진 작품 하나만 떠올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단 하나의 작품에 의해서 이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브는 롤리타라는 작품으로 커다란 문학적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롤리타속에 다루어진 소녀 성욕Korophilie”이라는 주제가 너무 강렬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나보코브의 문학 전체를 제대로 관망하지 못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작품, 아다, 혹은 열정Ada or Ardor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1969년에 영어 판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장편 소설은 어느 가족 연감으로부터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나보코브의 비교적 방대한 소설에서 중요한 것으로 부각되는 것은 등장인물의 운명입니다. 그들은 친남매로서 서로 사랑합니다. 친남매의 사랑은 현실에서 수많은 난관에 부딪칩니다. 그밖에 나보코브의 문학 속에서는 시간적 배경과 관련된 실험적 특징이 드러납니다. 왜냐하면 작품은 여러 시간을 설정한 다음에 이를 복합적으로 직조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실험적 요소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비밀스러운 무엇을 추적하는 작품, 롤리타와는 전적으로 대조를 이룹니다.

 

2. 반의 회고록: 주인공 반은 90세의 노인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반이라고 명명합니다. 반은 100년 가까이 다가가는 자신의 삶의 행적을 글로 기술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갈망, 아쉬움 그리고 해원 등을 회고록에 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과 조우하여 수많은 사랑의 경험을 쌓았습니다만, 이는 오로지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한 가지 열정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어떤 강박적 집착이었습니다.

 

주인공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한 그 열정은 사랑과 성에 대한 열망이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성욕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언제나 떠나 있기에 다가갈 수 없는 임에 대한 광적인 집착 Erotomanie”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이성 가운데에서 한 사람을 평생 그리워하고 그 이성과의 사랑을 실현하려는 마음가짐은 그 자체 아름다운 것이지만, 어쩌면 집착으로 표현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집착을 지니게 된 배경에는 아다에 대한 반의 깊은 사랑이 깊이 개입하고 있었습니다.

 

3. 처제를 사랑한 아버지: 반은 70여 년 전의 시절을 회고합니다. 오래 전에 반은 14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낍니다. 아다라는 이름을 지닌 12세의 소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사실 두 사람은 친남매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그미를 주인공의 사촌여동생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이한 비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모든 비극적 이야기는 아버지, 발터 데몬이 자신의 처제, 마리나와 불륜 관계를 맺음으로써 시작됩니다. 어머니, 아크바, 두르마노프 부인은 어느 날 임신한 몸으로 스키를 타다가 큰 사고를 당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미가 유산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이 시점에 그미의 쌍둥이 여동생, 마리나 역시 아기를 출산하였습니다. 마리나는 의식 불명 상태에 있는 언니를 달래기 위하여 갓 태어난 아들을 살그머니 언니의 침실 곁에 놓아둡니다. 반이 바로 그 바로 이 아기였습니다.

 

 

 

 

 

4. 형부를 사랑한 마리나: 마리나는 미혼이었는데, 오래 전부터 언니의 남편, 즉 은행가인 발터 데몬과 불륜을 맺고 있었습니다. 아크바는 처음에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다가, 서서히 남편의 외도를 유추하게 됩니다. 남편이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과 깊은 연인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되자, 주인공의 어머니의 마음은 혼란스러움과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후로 아크바 정신 착란은 극심해져서, 때로는 판단력을 상실하기도 합니다. 아크바는 가족들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합니다.

 

그미는 아들, 반을 마치 자신의 남편으로 대하고, 마리나를 자신의 딸이라고 간주할 정도입니다. 주인공이 태어난 지 3년이 지난 어느 날 미혼녀, 마리나가 재차 임신하게 되자, 아버지, 발터 데몬은 마리나를 설득하여, 그미를 사촌 동생인 다니엘 단과 부랴부랴 결혼시켰습니다. 마리나는 결혼한 지 7개월 후에 어여쁜 딸을 출산합니다. 딸이 바로 아델라이다, 즉 아다였습니다. 반과 아다는 법적으로는 사촌지간이지만, 실제로서는 친남매임이 나중에야 비로소 밝혀지게 됩니다.

 

5. 어머니의 자살. 친남매, 반과 아다는 서로 사랑하다: 1884년에 주인공 반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합니다. 반의 어머니, 아크바는 우울증 내지 정신착란증으로 인하여 1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은 반에게 가슴 한 덩어리가 떨어지는 고통을 가합니다.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반은 아다의 가족을 방문합니다. 이 무렵 반과 아다는 손을 잡고 공원과 숲을 돌아다니면서 사랑을 만끽합니다. 아다가 있었기에, 반은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어느 정도 위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사랑을 더욱더 아다에게 쏟아 붓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1884년 여름 방학은 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시기였습니다. 삼촌 다니엘 단 소유인 시골 농장은 러시아와 미국의 양식을 서로 가미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주인공은 순수한 행복을 느끼면서 아다를 애무하고 포옹합니다. 그들은 친남매로서 범해서는 안 되는 선을 넘고 맙니다. 가을이 다가오자 반은 다시 학교 기숙사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4년 후, 1888년에 반은 다시 아다가 거주하는 아르디스 농가를 찾아갑니다. 두 젊은이의 사랑의 불꽃은 재차 더욱 뜨겁게 타오릅니다. 두 사람의 재회는 세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망각하게 했고, 서로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반과 아다는 사랑의 황홀경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강물, 푸른 녹색으로 치장한 숲 그리고 새소리 등은 마치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때 아다의 여동생, 루세트는 사랑하는 두 연인을 바라보며 몹시 부러워합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루세트는 이때부터 반을 연모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