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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3)

필자 (匹子) 2019. 6. 3. 10:01

 

 

 

제 3부: 판결이 내려진 그해 겨울 미하엘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스키 캠프에 초대받습니다. 추위에 둔감한 그는 셔츠 바람으로 돌아다닙니다. 이때 주인공은 감기에 걸리게 되고, 열병을 앓습니다. 친구들은 왜 추위를 타지 않는가? 하고 그에게 묻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어떤 마비 증세가 온몸을 장악하여 나를 놓아주지 않아.” 이제 대학을 마친 주인공은 사법관 시보로 일합니다. 1968년 학생 운동이 발발하자, 그는 소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주인공은 이렇듯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며 국가 사회주의에 대한 다른 학생들의 비판적 입장으로부터 거리감을 취합니다. 미하엘은 법관 준비생으로서 서서히 경력을 쌓아갑니다. 왕년에 함께 공부했으며, 스키 여행에 참가하기도 했던 게르트루트와 사귑니다. 그미가 임신했을 때, 두 사람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러나 5년 후 두 사람은 이혼하고 맙니다. 미하엘은 게르트루트를 자연스럽게 그리고 뜨겁게 사랑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겪었던 유년 시절의 사랑과 체험은 너무도 강렬했습니다. 그것은 이후의 사랑을 방해할 정도로 한 인간의 내면에 깊은 흔적을 남겼던 것입니다.

 

 

 

 

 

 

제 2차 국가시험을 치르는 동안 미하엘은 몇 년 전에 강제 수용소 세미나를 주도하던 교수의 부음 소식을 접합니다. 장례식에서 그는 옛 친구를 만나고 대화를 나눕니다. 옛 친구는 한나와의 관계는 어떠했는가? 하고 묻습니다. 당시 함께 공부하던 학생들은 한나와 미하엘의 관계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미하엘은 아무런 대답 없이 전차에 오릅니다. 시간이 흘러 주인공은 사법관 시보의 과정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느 법학 교수 밑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법학사를 연구하려고 연구소를 옮기던 시기부터 이때부터 미하엘은 드디어 한나와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미하엘은 카세트테이프에다 자신의 말을 녹음하여, 그것을 송부합니다. 그는 틈틈이 소설을 습작하곤 했는데, 이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주인공의 창작은 한나에게 자신의 책을 읽어주는 것을 시작된 셈이었습니다. 책 내용을 카세트에 녹음하면서, 잘못 표현된 부분은 수정될 수 있었습니다. 미하엘은 다음과 같이 술회합니다. “한나는 내가 있는 힘을 다하여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어느 날 미하엘은 쪽지 하나를 받게 됩니다. 거기에는 한나가 교도소에서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적혀 있었습니다. 뒤이어 한나는 놀라운 일을 행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수년간 주인공이 읽어준 원고들에 대한 짤막한 해설을 정기적으로 보내는 일이었습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 - 그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어를 배우고 습득한다는 것은 그미에게 단순히 문맹 탈피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나아가 과거의 잘못을 깨닫게 해주는 촉진제로 작용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이러한 관계는 무려 9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어느 봄날 미하엘은 감옥의 간수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습니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내년에 한나가 출옥하는데, 출옥 후의 후견인이 되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간수는 그미의 출옥 전에 한 번 면회하러 와달라고 부탁하고 있었습니다. 미하엘은 이를 받아들이고 여러 가지 일을 주선합니다. 그것은 한나의 일자리, 거주지 그리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직업 교습소 등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출옥하기 1주일 전에 반드시 그미를 면회하리라고 결심합니다.

 

미하엘은 한나를 만나려고 감옥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재회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일단 먼발치에서 그미를 바라기로 합니다. 멀리서 관망하니, 한나는 몹시 늙고 수척하게 보였습니다. 일순간 마음속에서 낯선 나이든 여인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이 용솟음쳐 올랐습니다. 주인공은 그미의 출옥을 위한 모든 만반의 준비를 끝냅니다. 그미를 데리러 가는 날 아침에 그는 교도소 간수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때 끔찍한 소식이 주인공에게 전해집니다. 그것은 한나가 감옥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는 간수장과 함께 한나가 살던 방을 찾습니다. 간수장은 한나의 유언장을 읽습니다. 그동안 저축한 돈이 있는데, 이 돈을 불타던 교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모녀에게 전해달라는 게 그미의 유언이었습니다. 감옥을 떠나기 전에 미하엘은 한나의 시신을 바라봅니다. 그미의 죽은 얼굴에서 어떤 살아있는 영혼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한나가 자살하던 바로 그해 가을에 미하엘은 뉴욕에 살고 있는 유대인 딸을 찾아가, 돈을 전달합니다. 그는 그미에게 한나의 삶 그리고 한나와의 관계 등을 이야기해 줍니다. 두 사람은 돈을 유대인 단체에 기증합니다. 이는 글 모르는 유대인이 한나의 도움으로 글을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문명 퇴치를 위한 유대인 단체는 그미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냅니다. 미하엘은 마지막으로 감사의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한나의 묘지를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