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펄 벅의 선한 땅

필자 (匹子) 2018. 7. 8. 14:05

펄 벅 (1892 - 1973)은 세 편의 대표적 장편 소설을 남겼다. 즉 "선한 땅 (The Good Earth)", "여러 아들 (Sons)", 그리고 "나누어진 어느 집 (A House Divided)"이 바로 그것들인데, 1931년에서 1935년 사이에 집필되었다. 펄 벅은 오랫동안 중국에 살았다 그미는 1930년대 중국 농민들의 투쟁적인 삶 그리고 서구 문명이 어떻게 오래된 중국의 전통을 잠식해 나가는가를 묘사하였다.

 

「"선한 땅".은 우리에게 “대지”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농부 왕릉 그리고 그미의 아내 오란을 둘러싼 삶을 묘사한다. 오란은 왕년에 부유한 대지주 황의 노예로 일한 바 있다. 왕릉과 오란은 자신의 비참한 생활환경을 극복하기 위하여 힘들게 살아간다. 두 사람은 인내심이 많고, 가족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지니며, 어머니로서의 자연의 마력를 굳게 믿고 있다. 때로는 흉년이 들어 굶주리기도 하고, 때로는 홍수와 전염병과 치열하게 싸우지만, 자연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어느 해 극심한 흉년이 들게 된다. 왕릉과 오란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다. 두 사람은 농사짓던 땅을 등지고, 알거지가 되어 어렵게 살아간다.

 

이때 왕릉의 마을에 혁명이 들이닥친다. 대지주 황이 몰락하게 되자, 주인공 왕릉은 두 사람이 경작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땅을 얻는다. 그리하여 부부는 부자가 되어 풍요로움을 즐기게 된다. 오란은 어느새 다섯 아이의 어머니가 된다. 왕릉은 더 이상 오란에게 만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아름다운 연꽃”이라는 뜻을 지닌 처녀, 미연을 첩으로 데리고 온다. 미연은 찻집에서 일하던 처녀였다. 그럼에도 오란은 자신의 처지를 감수한다. 말하자면 그미는 죽을 때까지 충직하게 남편에게 봉사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홍수로 인해 모든 가옥이 범람했고, 물이 빠진 뒤 하늘을 가득 메운 거대한 메뚜기 떼가 곡식 낱알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먹어치운다. 대지는 그야말로 황폐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 왕릉은 더 이상 자신의 재산을 확장시키지는 못한다. 고달프기는 하나, 그런 대로 살아갈 만하다. 왕릉은 장년기의 나이를 넘어서고, 자식들을 차례대로 결혼시킨다. 그 후에 왕릉은 자신의 머리가 돈 딸 그리고 도화 (桃花)라고 불리는 젊은 노예 등과 함께 과거에 살던 집으로 되돌아간다.

 

왕릉은 아들에게 땅을 물려주며,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팔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아들들에게는 처음부터 농부로서의, 땅에 대한 절대적 애착이 없었다. 그들은 아버지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땅을 처분하고 만다. 왕릉의 아들들은 혁명 1세대로서 고유한 계획 그리고 새로운 이념을 실현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과거의 품위 있는 전통을 고수하고, 땅을 보존하는 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 사람들의 세계관의 변모 및 세대 사이의 갈등 등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간파할 수 있다. 왕릉이 겪어야 하는 이러한 문제점은 비단 특정한 가족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20세기 중국 가정의 보편적 특성으로 드러난 것이 아닐 수 없다.

 

펄벅은 중국어의 명징한 음색 그리고 고대의 문체를 동원하여, 사건을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기술하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미의 문체를 성경의 그것과 비교하기도 했다. 서방 세계의 평자들은 펄벅이 중국인의 삶을 세밀하고도 정확하게 묘사했으며, 동서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가교를 놓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반해 중국 사람들은 펄벅이 모든 것을 피상적으로 다루고, 핵심 사항을 잘못 이해했다고 비난하였다. 

 

물론 펄벅은 이국적인 나라를 낭만적으로 대하려는 시각을 지니고 있다. 또한 그미의 소설은 유교주의의 생활관이 중국에서 인간적 공동 삶에 대해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가? 하는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펄벅의 소설은 극동 지역의 일상적 문제점들을 자세히 묘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였다. 펄벅은 이 소설로 1938년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된다.

 

"아들들 (Sons)"에서 왕릉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왕릉이 죽은 뒤에 세 아들은 유산을 분할한다. 첫째는 대지주로서 한가로운 삶을 살아가고, 둘째는 교활한 사업가로 활동한다. 셋째는 중국 남부의 혁명군 장교인데, 어떤 군사적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아버지의 유산을 사용한다. 미약한 정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셋째는 자신의 군대를 동원하여, 두 개의 지방을 정복한다. 어찌나 악랄하고 사나운지, 사람들은 그를 “왕 호랑이”라고 일컬을 정도이다. 셋째의 군대가 급습하는 지역에서 부자들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이에 반해 가난한 사람들은 셋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

 

셋째는 조금도 사적인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스스로 거느린 세 명의 마누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고, 아들 역시 그의 눈에는 실패자로 보일 뿐이다. 셋째는 자신의 아들을 위대한 용사로 키우고 싶었던 것이다. 아들은 대지를 사랑하고 농부로서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결국 사람들이 “왕 호랑이”라고 일컫는 셋째는 왕년의 상관이었던 나이든 장성에게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그는 만인이 흠모하는 유명한 국민적 영웅이 아니라, 기껏해야 강도 떼의 대장이라는 것이다. 자신은 사회적 혁명에 몸을 바친 게 아니라, 개인적 갈망을 성취하려고 애를 썼다는 게 그의 고백이었다.

 

이 소설은 한마디로 중국을 무대로 한 로빈후드의 이야기나 다름이 없다. 이와 같은 제재는 중국의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것이다. 소설의 분위기는 비현실적이며, 심지어 동화적 냄새마저 풍길 정도이다. 특히 주인공을 둘러싼 사건의 전개 과정은 전설적인 색채로 과장되어 있다.

 

펄벅의 세 번째 소설, "나누어진 어느 집"의 주인공은 “왕 호랑이”의 아들, 유안이다. 유안은 계모의 집에서 살면서, 도시의 삶 그리고 서구 문명에 입각한 현대적 교육 방식을 접한다. 아버지는 스스로 아들, 유안의 아내를 골라서 결혼시키려고 한다. 이러한 조처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유안은 집을 뛰쳐나와, 어느 혁명 그룹에 가담한다. 유안은 결찰에 체포되지만,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농학을 전공한다. 미국에서 백인들과 함께 살아가기란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럼에도 몇몇 친구를 사귄다.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혁명이 거의 정점에 달해 있었다. 아버지는 혁명 세력에 의해서 심한 고문을 당하여 끝내 목숨을 잃는다. 아버지의 재산 역시 거의 몰수당한 지 오래였다. 유안의 계모는 오래 전부터 딸아이를 입양하여 키웠는데, 그미의 이름은 마이링인데, 서양의 교육을 받으면서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해 있었다. 유안과 마이링은 서로 사랑한다. 두 사람은 과거로부터 내려온 전통적 덕목을 존중하면서, 아울러 중국 사회의 진보를 추구하려는, 그러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세 번째 소설에서 펄벅은 소설의 환경을 미국으로 확장시켰다. 이로써 작가는 자신이 언제나 열정적으로 고취시키려는 의도를 작품 속에 형상화시킬 수 있었다. 즉 여러 인종들이 동등한 권한을 지니며, 서로 평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게 바로 작가의 의도였다. 세 번째 작품의 배경은 다양하다. 그렇기에 "나뉘어진 어느 집"은 첫 번째 작품 구도에서 치밀하지는 않으며, 작가의 발언 역시 강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하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