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1)

필자 (匹子) 2018. 8. 30. 15:32

 

친애하는 L, 오늘은 블로흐의 표현에 의하면 “센티멘털한 남근 작가 (der sentimentale Penis-Dichter)”, 데이비드 허버드 로렌스 (1885 - 1930)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고찰하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1928년에 완성되었습니다. 로렌스는 자신의 마지막 소설을 1926년 10월 이탈리아에서 집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듬해 2월에 첫 번째 원고가 탈고되었는데, 이 원고는 “퍼스트 레이디 채털리 (The First Lady Chatterley)”라는 제목으로 먼 훗날, 1944년에 비로소 발표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비교적 스토리 전개가 간략하고도 냉담하게 진행되는 반면에, 정치적 특성이 특히 강하게 부각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원고는 비교적 방대한 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954년 “두 번째 부인 채털리 (La seconda Lady Chatterley)”라는 제목으로 이탈리아어로, 1972년 “존 토마스와 레이디 제인 (John Thomas and Lady Jane)”이라는 제목으로 영어로 간행되었습니다. 두 번째 원고에는 첫 번째 원고에서 나타나는 암울한 분위기가 제거되어 있으며, 서정적 분위기 그리고 자연에 대한 생명력이 작품 속에 가미되어 있습니다.

 

 

 

 

 

 

로렌스는 1927년 말부터 이듬해 1월까지 작품을 다시금 개작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세 번째 원고에서 작가는 사건의 진행 과정에 보다 그럴듯한 리얼리티를 가미하였을 뿐 아니라, 작품 주제를 더욱 첨예하게 다듬었습니다. 작가가 특정 작품을 개작하는 것은 그 자체 커다란 의미를 지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개작을 통하여 작가의 의도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세 번째 원고에서 연애 장면의 묘사가 앞 작품에 비해 거침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작가의 필치는 무척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합니다. 로렌스의 작품은 프랑스에서는 아무런 삭제 없이 간행되었지만, 런던과 뉴욕판은 검열을 거친 것이었으므로, 작품의 부분이 삭제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영국과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판매금지 조처가 내려지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로렌스의 세 번째 작품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겠습니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이전 원고에 비해서 정교하고도 세밀한 구도에 의해서 직조되어 있습니다. 사건은 주로 두 장소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채털리 가의 거주지인 렉비 홀 (Wragby Hall)이며, 다른 하나는 산지기 멜로어 (Mellor)의 피신처인 렉비 우드 (Wragby Wood)입니다.

 

전자는 로렌스의 고향인 노팅헴프셔 그리고 더비샤이어라는 백작 지역을 가리키며, 후자는 철광산이 있는 “테버스홀”이라는 고적한 마을을 지칭합니다. 특히 테버스홀 마을에는 악취가 풍기고, 언제나 연기로 자욱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곳 광산에서 석탄과 광물을 채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곳은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더러우며, 자연 파괴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아마도 작가는 이곳 마을을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는 문명의 상태에 대한 비유 장소로 선정한 게 틀림없습니다.

 

무미건조하고 결실을 맺지 못하는 특성은 렉비홀의 주인인 클리포드 채털리의 성격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는 세계대전에 참가하여 불구로서 언제나 휠체어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클리포드는 성 불구자입니다. 그는 정신적 창조 행위를 통해서 성 불능을 보상받으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습작품에 담긴 것은 자신의 친구 그리고 사회 계층 사람들의 생활상일 뿐입니다. 한마디로 클리포드의 작품은 문학적 감동과 치열함을 담지 못할 정도로, 수준 이하에 불과합니다.

 

더 이상 문학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게 되자, 창작 행위를 집어치우고 클리포드는 광산업에 뛰어듭니다. 그의 아내, 콘스탄스 (약칭: 코니)는 클리포드와는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이십대 후반의 코니는 젊고 아름다우며, 자유분방한 환경에서 자란, 생명력이 넘치는 여성이지요. 그미는 남편이 행하는 모든 일에 “따뜻한 인간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립니다.

 

 

 

 

 

 

성불구의 클리포드가 아내를 성적으로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아내를 자신의 식솔로 취급한다는 사실입니다. 코니는 그에게는 아름다운 화초 내지는 하나의 장신구와 불과합니다. 코니는 클리포드에게서 사랑을 얻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남편은 그미에게 끝없이 모든 것을 챙겨주어야 하는 아기와 같습니다. 이에 대해 코니는 몹시 갑갑함을 느낍니다. 그런데도 클리포드는 코니와 이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설령 아내가 외간 남자와 정을 통하여, 사생아를 낳는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를 자신의 법적인 자식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하나의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즉 아이의 친아버지가 좋은 가문의 출신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클리포드의 사고가 고루한 귀족의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코니는 남편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 젊은 극작가 미하엘리스와 만나 어색하게 데이트합니다. 그러나 코니의 마음속에는 미하엘리스에 대해서 어떠한 사랑의 감정도 솟아오르지 않습니다. 그와 일시적으로 성 관계를 맺지만, 코니가 아무런 오르가슴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자신이 클리포드로부터 멀어져 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남편을 보살펴야 한다는 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하여, 코니는 볼톤 부인을 고용합니다. 그러나 클리포드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생활환경에 대해 심리적 압박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