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도스 파소스의 삼부작 '미국' (1)

필자 (匹子) 2018. 10. 4. 11:25

(1) 도스 파소스: 친애하는 D, 오늘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화가인 존 도스 파소스 (John Dos Pasos, 1896 - 1970)의 삼부작 『미국 U. S. A.』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도스 파소스는 헤밍웨이 Hemingway와 피츠제럴드 Fitzgerald와 함께 미국의 3대 모던 작가에 해당하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소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1896년 포르투갈 출신의 변호사의 사생아로 세상에 태어나, 어머니와 함께 버지니아에서 비교적 평온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16세의 나이에 그는 가정교사와 함께 고전 건축 예술을 정통으로 공부하기 위해서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그리고 터키 등을 여행하였습니다. 이는 나중에 하버드 대학에서의 건축 예술을 전공하도록 자극합니다. 1916년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 도스 파소스는 스페인으로 가서 건축을 공부하였습니다. 이때는 세계대전이 발발한 무렵이었고, 이듬해에 그는 친구 E. E. 커밍스와 함께 프랑스에서 응급 구조차량 운전병으로 활약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 도스 파소스는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합니다. 젊은 시기에 만난 사람들과 그의 전쟁 경험들은 나중에 소설 속에 구체적으로 반영됩니다.

 

 

 

 

 

(2) 도스 파소스의 삼부작: 도스 파소스는 스스로를 사회 혁명가로 여겼고, 미국은 가난한 주와 부유한 주로 나누어져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사회비판적인 자세는 그의 삼부작, 『미국』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작품 『각도 42 The 42nd Parallel』은 1930년에, 두 번째 작품 『1919』는 1932년에,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작품 『호경기 The Big Money』는 1936년에 차례차례 간행되었습니다. 삼부작 전체는 1938년에 한꺼번에 간행되었습니다. 작가는 1900년에서 1929년 사이에 미국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발전해 왔는가? 하는 내용을 비판적 각도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려고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의 대표작 『맨해튼 역 Manhatten Transfer』(1925)이 탄생하기도 하였습니다.

 

도스 파소스는 복잡하게 변모해온 미국 사회의 구조를 혁명적 시각과 치밀한 기법으로 예리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작가는 세계 공황의 미국에서 탄생한 수많은 글을 몽타주하여 작품 속에 담았습니다. 가령 유명한 미국인의 짤막한 전기, 수많은 운명적 사건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작가는 내적 독백의 형식을 통하여 자신의 과거 체험을 작품 속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품 속에서 “카메라의 눈 Camera Eye”으로 명명됩니다. 나아가 도스 파소스는 신문 기사, 연설문, 노래 가사, 슬로건 등을 텍스트 콜라주로서 작품 속에 삽입시켰습니다. 이로써 작품을 대하는 독자는 미국 사회에 퍼져 있는 역사적, 사회적 그리고 도덕적인 위기 상태를 접할 수 있게 됩니다.

 

(3) 도스 파소스의 정치적 입장 변화: 도스 파소스는 1936년의 시기까지 사회 혁명에 동조하는, 이른바 진보성향의 좌파 지식인의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렇기에 “카메라의 눈”이 모든 유형의 이데올로기의 폐해를 예리하게 지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1936년 이후에는 작가의 정치적 입장은 소련에 대한 호의적 태도를 서서히 저버리게 됩니다. 이는 삼부작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소설에서는 공산주의 이념 속에 담긴 급진적 자유주의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반면에 세 번째 소설 『호경기』에서 작가는 공산주의 역시 동시에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삼부작이 발표된 이후에 도스 파소스의 정치적 변모를 알아차리고, 이에 대해서 신랄하게 감정적으로 비판하였습니다. 작가들은 작품을 우선적으로 논하는 대신에 작가의 정치적 성향을 꼬집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지요. 그렇기에 60년대 초반이후에 이르러 작품은 비로소 공정한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4) 미국인의 꿈과 미국의 상태: 삼부작 『미국』의 기본적 주제는 이미 초기 작품 속에 그대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미국의 꿈” 내지 개인의 자아실현에 대한 확신입니다. 즉 개인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서 경력을 쌓으면 얼마든지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방해하는 것은 도스 파소스에 의하면 자본주의 시스템의 제도화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시장과 자본은 개개인들의 삶의 패턴을 바꾸어버렸으며, 급기야는 대중들로 하여금 이기주의적으로 경력만을 쌓게 하고, 그들을 대중화, 가난, 비겁함 등으로 몰아갔다고 합니다. 심지어 노동자들 역시 서로 협동하고 단결하기는커녕,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겉보기에는 객관적으로 묘사하지만, 내심으로는 자신의 비판적 입장을 은근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존 도스 파소스, 그는 능력 있는 화가였다. 

 

 

(5) 사코와 반제티 사건:「카메라의 눈」50번에서 도스 파소스는 메리 프렌치라는 이상주의의 신념을 지닌 여성을 등장시켜서, 1927년에 발생한 사코와 반제티 Sacco & Vanzetti의 사건을 우회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D, 사코와 반제티가 누구인지 아시는지요? 그들은 급진적 아나키즘 운동에 가담한 외국인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어떤 이중적인 강도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1927년 4월 9일 매사추세츠에서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이들이 과연 유죄인지 무죄인지에 관해서는 오늘날에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당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확정되지 않은 심증만으로 그들을 유죄로 처단할 수 있는가? 사건은 정치적 이유가 도사리고 있는 살인극이 아닌가?” 하고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1977년에 이루러 매사추세츠 주정부는 이들을 복권시켰습니다. 당시 매사추세츠 법정은 공산주의에 대해 끔찍할 정도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이러한 두려움이 급기야는 모든 정황을 따지지 않고, 두 혐의자를 사형시키게 했던 것입니다. 이 사건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처음부터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인권을 빼앗긴 자들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6) 미국에 대한 도스 파소스의 시각: 작가는 젖과 꿀이 흐르는 새로운 땅, 미국을 비판적으로 고찰합니다. 미국은 작가의 눈에는 돈에 환장한 사람들 그리고 이들의 도당에 의해서 타락한 감옥으로 비칩니다. 특히 사악한 인간들은 자본가, 기술적 관료, 법률가 그리고 정치가들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하면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은 미국 사회에서 자신의 권력을 빼앗긴 채 가난하게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일반 사람들이 제 아무리 과거 미국의 찬란한 영화로움을 되찾기 위해서 이들에 대항하여 싸운다 하더라도, 이러한 노력은 도스 파소스에 의하면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말 것이라고 합니다. 가령 작품 여러 곳에서는 1919년 마지막 무렵에 미국의 무명용사들의 묘비에 관한 언급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장면에서 우리는 작가의 도덕적 입장을 분명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작품은 무수한 사회사적인 세부적 사항들로 가득차 있지만, 작가가 옹호하려고 하는 것은 오로지 개인과 개인주의의 이상, 바로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