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도스 파소스의 삼부작 '미국' (2)

(1) 『각도 42 The 42nd Parallel』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 친애하는 D, 이제 우리는 도스 파소스의 삼부작의 세부적 사항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합시다. 첫 번째 작품 『각도 42』의 시기는 미국이 제 1차 세계대전에 참가하는 1917년입니다. 소설 삼부작은 워낙 방대하여, 소설의 일직선적인 줄거리를 요약하기란 매우 힘이 듭니다. 게다가 작가는 하나의 보편적인 거대 서사를 독자에게 전하려고 의도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작가는 서로 관련되지 않는 세부적 사건들을 짜 맞추는 기법, 다시 말해서 몽타주 식으로 서술하므로, 전편에 걸쳐 일관된 이야기를 도출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나는 이 자리에서 소설의 일목요연한 줄거리 대신에 중요한 인물들과 그들의 활동만을 요약하기로 하겠습니다.

 

 

 

 

 1936년 에스파냐 내전에 참가한 네 명의 지식인들, 왼쪽으로부터 존 도스 파소스, 요리스 이벤스, 시드니 플랭클린, 어네스트 헤밍웨이

 

 (2) 작품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가상적인 인물 (1): 첫 번째의 인물은 인쇄공 페니안 맥클레리 Fenian McCreary입니다. 작품에서는 “맥”으로 불리곤 하지요. 그는 빈민가에서 자라난 청년으로서 급진 좌파의 세계관을 지니게 됩니다. 맥은 나중에 노동조합의 임원으로 열심히 일하다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낍니다. 여기에는 맥의 개인적으로 쓰린 경험이 작용하게 되지요. 그래서 그는 멕시코의 땅을 방랑하다가, 불행하게도 노동자의 투쟁과 혁명 운동에 연루되고 맙니다. 이로 인하여 멕시코에서 도서 상인으로 일하면서 편하게 살려고 하던 맥의 희망은 수포로 돌아가 버립니다. 두 번째의 인물은 저널리스트 J. 워드 모어하우스 J. Ward Moorehouse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신문 방송의 일로 경력을 쌓으려고 하다가, 나중에는 거대한 사업 big business의 경영 전문가로 활약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의 일감은 기업의 이윤이 어떠한 방식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지요. 워드 모어하우스의 사업은 두 번째 책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3) 작품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가상적인 인물 (2): 세 번째 등장인물은 엘레노어 스토다드라 Eleanor Stoddard는 젊은 여성입니다. 그미는 전근대적인 부모의 집을 박차고 나와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엘레노어는 먼 훗날 인테리어의 사업으로 성공하기를 갈망하지요. 그런데 그미는 삶의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떤 어설픈 유미주의를 신봉하며, 워드 모어하우스에 대해 그저 심정적으로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네 번째 인물은 자니 윌리엄스 Janey Williams라는 젊은 여성입니다. 자니는 소시민 가정 출신으로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입니다. 그미는 나중에 어느 노동자를 이끄는 남자를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등장인물은 찰리 앤더슨 Charlie Anderson이라는 젊은 기술자입니다. 그는 북 다코타 지역의 파고 출신으로서 자본주의 시스템을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워드 모어하우스의 태도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1916년 군에 자원입대하여 유럽으로 떠납니다. 찰리 앤더슨이 군복무 이후의 운명은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의 핵심적 내용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4) 소설 속에 삽입되는 유명인사의 생애: 기회주의자 모어하우스는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은 채 그저 광고를 통해서 자신의 부 그리고 경력을 쌓아나갑니다. 이는 작품 속에서 20세기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사람들의 개별적 삶의 과정은 바로 이러한 자본주의의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지요. 작가는 유명 인사 여덟 명을 임의로 선정하여, 이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약술합니다. 이러한 약술은 소설 속에 간간이 삽입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여덟 명의 유명 인사들의 특징과 행위 등은 앞에서 언급한 다섯 명의 등장인물과 기이하게도 대비됩니다. 여기서 모조리 인용할 수는 없지만 가령 노동자 대표이자 수차례 미국 대통령 후보자 유진 뎁스 Eugene Debs, 발명왕 토마스 알바 에디슨 Thomas A. Edison, 식물 재배의 영역에서 신기원을 이룩한 루터 버뱅크 Luther Burbank 그리고 산업 경영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앤드루 카네기 Andrew Carnegie 등이 바로 그들이지요. 비유적으로 말해서 작가 도스 파소스는 이들에 관한 명징한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데, 작가의 묘사는 마치 산문시를 방불케 합니다.

 

(5)『1919』의 내용: 친애하는 D, 이제 두 번째 작품을 언급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제 1차 세계대전의 시기와 이후의 몇 달 동안에 드러난 미국의 전체적 입장을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미국의 호경기는 유럽 사람들이 사회를 급진적으로 개혁하다가 실패하여, 결국 이로 인해 세계대전을 치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경기가 20년대까지 좋았던 것은 유럽의 나쁜 경기에 대한 반대급부의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전쟁을 통해 이득을 챙긴 나라는 미국이며, 미국의 경제 상황은 20년대 끝까지 훌륭하게 이어집니다. 그렇기에 앞에서 언급한 다섯 명의 등장인물들의 삶은 미국의 호경기라는 시대적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운명은 중간 계층 혹은 하류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깊은 관련을 맺고 있지요.

 

(6) 『1919』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등장인물 (1): 가령 조 윌리엄스 Joe Williams는 쌍끌이 어선 선장의 아들이며, 첫 번째 작품 『각도 42 The 42th Parallel』에 등장하는 자니 윌리엄스의 오빠인데, 해군 함대에서 탈영한 다음에 신분증을 위조하여, 영국과 미국을 오고가는 화물선의 선원이 됩니다. 정치적으로 거의 무감각한 조 윌리엄스는 전쟁의 시기에 프랑스 땅을 밟은 뒤에 이리저리 활보하다가 결국에는 개죽음 당합니다. 프랑스의 항구도시 생나제르의 홍등가를 배회하던 그는 사람들의 데모에 연루되어, 맞아죽습니다.

 

하버드 대학에 다니던 리처드 엘워스 사비지 Richard Ellworth Savage라는 인물도 등장합니다. 그는 위생병으로 자원입대하여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미군의 의료 팀에서 근무합니다. 리처드는 우연히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몇몇 고위 정치가를 신랄하게 비난합니다. 이기적인 정치가들이 미국 젊은이들을 이러한 더러운 전쟁에 참전하도록 요구했으며, 미군은 가급적이면 빨리 철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처드는 군인으로서의 임무를 포기하는 것을 비굴하다고 생각하고, 어느 영향력 있는 사람의 도움으로 장교로 차출되어, 프랑스에 주둔해 있는 미국 병참부대로 떠나갑니다. 전쟁이 끝나기 전에 그는 대위로 승진하게 됩니다. 리처드는 파리에서 우연한 기회에 모어하우스와 만나게 됩니다. 리처드는 뒤이어 파리에 거주하면서 평화 회담의 급사로 일하게 되고, 모어하우스를 도와줍니다. 모어하우스는 앞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거대한 재벌 그룹의 광고 전문가인데, 국제 금융자본의 경제 각료 회의에 참가하게 됩니다. 나중에 리처드는 모어하우스의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나갑니다.

 

 

 

 

 

 도스 파소스의 책의 일부인 "맨하턴 역"의 겉표지

 

 

(7)『1919』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등장인물 (2): 상기한 시점과 병행하여 작품은 이블린 허친 Eveline Hutchin가 도덕적으로 몰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서술합니다. 자유분방한 이블린은 예술적 재능은 없지만, 그래도 나중에 배우가 되려는 꿈을 꾸는 젊은 처녀입니다. 그미는 (첫 번째 작품 『각도 42』에 등장한 바 있는) 여자친구 엘레노어 스토다드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적십자사 단체의 선전 부서에서 함께 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블린은 소비적 사회 내에서 향락에 빠져들어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그미는 삶의 공허함을 떨치기 위하여 수많은 남자들과 살을 섞곤 합니다. 결국 이블린은 자살로써 무의미한 삶을 마감하고 맙니다.

 

앤 엘리자베스 트렌트 Anne Elizabeth Trent는 텍사스 주에서 활약하는 변호사의 딸인데,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뉴저지의 파터슨이라는 지역에서 면직물 노동자들의 피비린내 나는 데모를 직접 목격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그미는 노동자의 데모, 이들의 이권 그리고 사회 봉사 등에 커다란 관심을 갖게 됩니다. 앤은 전쟁이 끝난 뒤에 중동 지방 봉사를 위한 단체에 가담하여 유럽으로 떠납니다. 그미는 프랑스의 파리에서 우연히 리처드 엘워스 사비지를 만나 일시적으로 그의 애인이 됩니다. 그러나 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리처드와 헤어지고 돌아오다가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8) 『1919』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등장인물 (3): 그밖에 벤 콤턴 Ben Compton이라는 인물도 등장합니다. 그는 유대인 소신민 가정에서 태어난 자인데, 세계대전에 가담하기를 거부하고, 노동자 단체에 가담합니다. 그가 가입한 기관은 “세계 산업 노동자 Industrial Workers of thr World”라는 단체였습니다. 벤은 공산주의 세계 혁명을 애타게 갈구하는 좌파 노동자로 거듭납니다. 그는 휴전 협정이 체결되기 며칠 전에 재차 정보국에 체포됩니다. 벤 콤턴은 스파이로 일했다는 혐의로 인하여 재판을 받게 되고, 감옥에서 오랜 세월을 보냅니다. 그는 훗날에 자신이 속해 있던 노동조합 Trade Union에 엄청난 실망감을 느꼈는데, 벤 콤턴의 경험은 이어지는 세 번째 작품 『호경기』에서 자세히 언급됩니다.

 

(9) 세 번째 작품 『호경기 The Big Money』: 도스 파소스는 지금까지의 소설에서 다음의 사항을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즉 산업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는 개개인의 삶을 거의 파괴한다는 점 말입니다. 소설은 다음의 사항을 묘사합니다. 즉 세계대전은 사회의 강자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약자를 더욱 약하게 변화킨다는 점, 그리고 개개인이 제 아무리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항의해도 이러한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 말입니다. 작가는 앞에서도 그러했듯이 미국의 유명인사 테디 루즈벨트 Teddy Roosevelt, 우드로 윌슨 Woodrow Wilson, 노동자 지도자 조 힐 Joe Hill 그리고 은행가 모간 Morgan의 생애와 그의 활동을 소설 간간이 삽입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절들은 전쟁 등으로 인한 일반 시민들의 고통, 거의 숙명적으로 정해져 있는 가난한 삶과 계층을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 등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작가가 논평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카메라의 눈”은 프랑스 파리의 간이 병동의 참담함 그리고 파리 평화 회담의 시기를 예리하게 투시하고 있습니다.

 

(10) 『호경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1): 세 번째 작품은 20년대의 미국과 유럽 사회의 영화로움과 궁핍함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의 중심부에는 다시금 다섯 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합니다. 찰리 앤더슨 Charlie Anderson은 앞의 작품에 기술자로 이미 등장한 바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비행기를 멋지게 꾸민 채 귀국하여, 뉴욕에 정착합니다. 찰리 앤더슨은 부유한 삶에 친숙하게 되어 주로 상류층 사람들과 교제합니다. 이를 위해서 찰리 앤더슨은 오로지 막대한 재화를 거머쥐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가 엄청난 돈을 끌어 모으려는 이유는 아름다운 여자들과 방탕한 생활을 보내기 위함이었지요. 이러한 내용은 스코트 피츠제럴드의 소설의 내용과 흡사하지요.

 

찰리 앤더슨은 미니아폴리스에서 잠시 쉬다가, 뉴욕에서 비행기 제작업자로 활약합니다. 비행기 제작보다 증권 사업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자, 그는 자신의 회사를 집어삼킨 거대 재벌의 경영자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사업 일에 쫓기다가 급기야는 아내와 이혼하는 비운을 맛봅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돈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찰리 앤더슨은 여배우 마고 도올링 Margo Dowling을 만나게 됩니다. 그미는 헐리웃에 진출하여 일약 유명한 여배우로 각광을 받게 된 가난한 소시민의 딸이었습니다. 그러나 찰리 앤더슨의 삶은 파국으로 끝납니다. 그는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자동차를 타고 급행열차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합니다. 엄청나게 속력을 내던 그의 자동차는 길가의 나무를 들이받았고, 차에 불이 붙어서 찰리 앤더슨은 목숨을 잃습니다.

 

(11) 『호경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2): 소설 속에는 마고 도올링 외에도 이상을 꿈꾸는 처녀, 마리 프렌치 Mary French가 등장합니다. 그미는 노조원으로 일하다가 좌파 급진주의를 표방합니다. 비록 노조 운동이 그미를 실망스럽게 만들지만, 마리 프렌치는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고, 작업을 계속해 나갑니다. 미군의 위생병으로 일하던 리처드 엘워스 사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는 기회주의적으로 호경기를 최대한 이용하여, 부와 권력을 장악합니다. J. 워드 모어하우스가 사망한 뒤에 리처드는 그의 후임을 맡게 됩니다.

 

소설은 그밖에도 아홉 명의 유명인사를 선택하여 그들의 삶을 하나씩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국의 대통령 우드로 윌슨, 『유한계급론』을 저술한 경제학자, 톨스타인 베블렌 Thorstein Veblen, 지구상의 수많은 남성들을 황홀경으로 몰아넣은 댄서 이사도라 던컨 Isadora Duncan, 자동차와 신문의 왕이라고 일컫는 헨리 포드 Henry Ford와 윌리엄 허스트 William Hearst, 영화계에서 우상으로 알려진 루돌프 발렌티노 Rudolf Valentino가 바로 그들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 도스 파소스의 소설은 20년대 황금의 시대를 비판적으로 돌이켜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도스 파소스는 자신의 고유한 몽타주 기법으로 후세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가령 장 폴 사르트르 Jean Paul Sartre의 『자유의 길 Les chemins de la liberté』 그리고 노먼 메일러 Norman Mailer의 『헐벗은 자들과 시체들 The Naked and the Dead』이라는 명작은 도스 파소스의 삼부작 『미국』이 없었더라면 세상에 출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