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근대영문헌

서로박: 윈스탠리의 '자유의 법' (2)

필자 (匹子) 2018. 10. 9. 10:22

9. 소작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경제 정책: 17세기 중엽 영국의 수많은 소작인들은 내전에 참가하여 힘들게 살아왔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경작지, 거주지 그리고 생필품입니다. 따라서 모든 정책은 윈스탠리의 견해에 의하면 소작농, 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윈스탠리는 다음의 사실을 통찰하고 있었습니다. 즉 찰스 1세는 처형되었지만, 군주제는 여전히 온존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의 화폐 경제는 변화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따라서 군주제의 폐지 그리고 자본주의의 화폐 경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소작농과 임금노동자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폭정과 수탈에 의해서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 뻔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윈스탠리는 자본주의 화폐 경제를 전복시키고, 시장의 유통구조를 철폐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게 됩니다.

 

10. 단위 조합 운동: 가장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바로 물품의 매매를 통한 상인들의 이윤 추구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윈스탠리의 유토피아는 화폐의 철폐, 시장의 철폐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회의 경제 구조는 단위 조합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음식의 생산이라든가 재화의 창출은 어떤 조합의 형태를 통해서 영위되고 있습니다. 재화의 분배는 이른바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매매의 방식에 의해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매매를 위한 시장은 철폐되고, 모든 가족구성원들은 자신이 필요한 만큼의 물건을 공적인 물품 보관소 내지 저장소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공동체 내에서는 감독관이 존재하므로 공동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기존 사회에서 나타나는 구걸 행위라든가, 놀고먹는 생활 습관은 모조리 사라지게 됩니다. (Winstanley: 268). 나아가 윈스탠리는 학문과 수공업에서 얻어낸 사항들을 신속하게 활용함으로써 각 단위조합들이 가급적이면 많은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병행하여 그는 사치스러운 삶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사람들이 충분한 음식, 편안한 거주 공간 그리고 마음에 드는 옷 등을 얻게 되면, 더 이상 어떠한 무엇도 소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공동체가 물품의 품귀현상을 겪지 않고 순조롭게 영위될 수 있다고 합니다.

 

 

 

 

11.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의 사유재산제도의 용인: 윈스탠리는 거주지로서의 주택, 가재도구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식품 등에 한해서는 사유 재산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대신에 생산에 필요한 토대, , 기계 공장 그리고 그 밖의 공공 부동산 등은 정부의 감독관으로 하여금 관리하도록 조처하였습니다. 이를테면 국가에서는 거대한 중앙 관리소가 있어서 1년 동안 생산되는 모든 농업 생산품을 모아두며, 이를 지방으로 분배합니다. 물론 인접 지역의 물물교환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밀을 생산하는 마을은 치즈를 생산하는 마을과 일정한 기준에 의하여 물물을 교환합니다. 윈스탠리의 새로운 공동체는 공적인 삶과 사생활 사이의 엄격한 분리를 용인하지 않습니다. 이상적인 공동체는 어떤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이어야 하므로, 공적이며 사적인 공간의 구분이 필요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회 유토피아가 주민들의 거주 공간의 교체를 강조하지만, 윈스탠리의 유토피아는 이를 채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12. 부동산의 공유화 정책: 소유의 문제가 해결되면, 모든 정치적인 부자유스러운 삶은 종언을 고하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윈스탠리의 유토피아에서는 인간의 평등 외에도 자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제도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부동산의 철저한 공유화 정책입니다. 공동체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 땅을 자기 소유로 삼으려고 할 경우, 공동체는 이를 제지하기 위해서 당사자에게 죽음의 형벌을 내린 뒤 이를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모어의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공동체 사람들은 금과 같은 귀금속을 매매할 수 없습니다. 금과 은은 결코 교환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오로지 그릇이라든가 가정집의 치장을 위해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게 윈스탠리의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윈스탠리의 공동체에서는 한 가지 경우에 한해서만 사유재산이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외국과의 무역을 위한 자금 조달에 있어서 재화는 정부 차원에서 축적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금과 은이 교환 가치의 물품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외국과의 교역에 국한됩니다. 이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도 서술되고 있는데, 윈스탠리가 모어의 작품을 읽었는지에 관해서는 오늘날 의견이 분분합니다.

 

13. 평신도의 교육: 종교인들은 새로운 공동체에서 더 이상 자신의 과도한 권한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신부, 목사 그리고 수사들은 인민의 위에서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회나 성당을 떠나서 인민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정부는 1년에 한 번씩 젊은 평신도를 선발하여서 그들을 교육시킵니다. 이를 담당하는 사람은 종교인들입니다. 평신도들은 나라에서 발생하는 최신 정보들을 접하게 되며, 역사, 예술, 학문 (의학, 외과 수술, 천문학, 해양학, 농업 등)을 익히게 됩니다. 성당과 교회는 더 이상 천당과 지옥을 언급하면서 일반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지 말아야 합니다.

 

14. 일부일처제의 고수와 여성 차별: 윈스탠리는 플라톤과 캄파넬라가 강조한 여성 공동체 내지 유아의 공동 교육을 강조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부일처제는 오래 전부터 존속되는 체제라는 것입니다. 물론 명시적으로는 남녀평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가정을 이끄는 자는 가장인 남자의 몫이라고 합니다. 또한 남자는 자신의 아내를 고를 때 국가에 의해서 방해받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Winstanley: 275). 가장은 자신의 가족을 이끌기 위해서 7년 동안 특별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가족 가운데 가장 한 사람만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인구의 절반이 되는 여성들에게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습니다. 그리고 왕년에 권력을 휘두른 군국주의자 내지 귀족, 향락주의자 사기꾼 그리고 범법자들 역시 정치에 관한 아무런 권한을 지니지 못합니다. 오로지 20세에서 40세에 이르는 남자들만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지니고 있습니다.

 

15. 국회의 역할: 윈스탠리의 이상 국가에서 입법, 행정 사법을 관장하는 체제는 국회입니다. 국회는 무엇보다도 억압당하며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단체입니다. 국회는 토지 소유에 관한 기존의 법령을 폐지하고, 자본주의의 시장 제도를 보완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만약 국회가 인민의 권익에 위배되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인민들은 투표를 통해서 이를 제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17세기 절대 왕정의 시대를 종결시키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게 되는 출발점으로서의 규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16. 윈스탠리의 유토피아: 요악하건대 윈스탠리는 무엇보다도 당시 영국의 비참한 경제적 상황을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은 이러한 문제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사회의 제 방면에 있어서의 구체적 체계에 관해 서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윈스탠리의 사회 설계는 고전적 유토피아에 담겨 있는 그것들과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여줍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윈스탠리는 어떤 실천적 정책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를테면 윈스탠리는 법과 시민 군대를 무엇보다도 중시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영국 사회에는 내외적으로 수많은 적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윈스탠리가 주어진 비참한 현실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서 과도한 범위의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윈스탠리의 구성적인 사회 설계는 실천과 실현의 의향을 강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모든 사항은 실제 현실의 실질적 변화와의 관계 속에서 거론되고 추진되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블로흐, 에른스트: 자연법과 인간의 존엄성, 열린책들 2011.

- Berneri, Marie Luise: Reise nach Utopia, Berlin 1982.

- Saage, Richard: Utopie und Revolution: Zu Gerrard Winstanleys Das Gesetz der Freiheit, in: Utopie kreativ, H. 94, 1998, 71 82.

- Schölderle, Thomas: Geschichte der Utopie, Wien/Köln/Weimar 2012.

- Winstanley, Gerrard: Gleichheit im Recht der Freiheit, Frankfurt a. M.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