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빌란트의 "아가톤의 이야기" (1)

필자 (匹子) 2022. 1. 18. 11:06

계몽주의와 로코코 예술 사이를 오가는 남부 독일의 소설가, 크리스토프 M. 빌란트 (Chr. M. Wieland, 1733 - 1813)의 『아가톤의 이야기』는 빌란트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서, 1766년과 1767년에 걸쳐 첫 번째 원고를 두 권으로 간행되었다. 1773년에 빌란트는 두 번째 원고를 집필하여, “아가톤”이라는 제목으로 네 권으로 간행하였다. 여기에는 「아가톤에 담긴 역사적인 무엇에 관하여」라는 일종의 서언, 「다나에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라는 장면이 첨가되어 있다. 세 번째 마지막 원고는 1794년에 완결되었다. 여기에는 「아르히타스Archytas의 시스템」 그리고 아가톤과 아르히타스의 대화 부분이 다시 첨가되었다.

 

빌란트는 1794년 전집을 간행하면서, 다음과 같이 술회한 바 있다. 즉 『아가톤의 이야기』는 이미 1761년에 비베라흐에서 처음으로 집필되었는데, 문체에 있어서 일관성이 결여되고, 예술적인 하자가 눈에 띄는데, 마지막 판에서도 이는 완전히 제거되지 못했다고 한다. 소설은 특히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내면의 모티브에 있어서 몇 가지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소설은 원래의 의도에 의하면 체험 소설로 집필된 것이었다.

 

빌란트는 비베라흐 지역에서 크리스티네 호겔Christine Hogel, 일명 “비비”라는 아름다운 처녀를 알게 되었는데, 주위의 폐쇄적인 분위기 내지 여건 등으로 인하여, 자신의 사랑을 성취하지 못했다. 그러나 빌란트는 나중에 작품을 도덕적 이념적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자신의 어떤 윤리적 구상을 위해서 첨가된 것이 바로 아가톤과 아르히타스의 대화였다.

 

통상적으로 빌란트는 고대 그리스를 로코코 식으로 휘황찬란하게 묘사하지 않고, 자신의 시대에 합당한 문화의 번성기로 파악하였다. 소설 역시 문화적 번성기로서의 고대 그리스를 도입하고 있다. 실존 인물, 아가톤은 기원전 445년에서 400년경까지 살았던 아테네 출신의 비극 시인이다. 그는 기원전 416년 디오니소스 대축제에서 극시를 발표하여, 우승하였다. 이 사건은 플라톤의 대화 편 ?향연?의 소재가 되었으며, 대화의 배경인 연회 장소 역시 아가톤의 집으로 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아가톤이 두 가지 사항을 혁신했다고 했다. 첫째로 아가톤은 「꽃」이라는 연극 작품을 집필하면서, 내용을 그리스 신화에서 따오지 않고, 스스로 창조했다. 둘째로 그는 합창을 극적 행동에 대한 논평으로 다루지 않고, 다만 음악적 여흥으로 삽입시켰다. 이러한 방식은 고대의 전통적 극예술 창작 방식과는 다른 것이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아가톤에 대해 묘한 경쟁심을 느꼈다고 한다.

 

빌란트의 작품은 아가톤의 젊은 시절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청년 아가톤은 자신의 고향, 아테네로부터 추방당한다. 그는 미덕과 축복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을 몹시 동경한다. (왜 그가 고향으로부터 추방당했는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언급된다.) 우연히 아가톤은 방종하고 격렬하게 춤추는 디오니소스의 무녀 집단 속에 휩쓸린다. 무녀들은 아가톤을 차례로 겁탈한 다음에, 그의 알몸을 갈기갈기 찢어, 디오니소스 신의 제물로 바치려고 계획한다. 반쯤 옷이 벗겨진 아가톤은 새파랗게 질려 있다. 박카스의 무녀들이 한꺼번에 성적으로 농락하려고 춤을 추고 있다. 바로 이 순간 아가톤은 구조된다. 실리치아 출신의 해적들이 저녁 무렵 박카스의 무녀 집단을 급습했던 것이다. 아가톤은 해적들의 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해적의 배에서 아가톤은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아름다운 처녀, 프시케를 만난다. 프시케는 이전에 이미 해적들에게 붙잡혀 노예 신세로 전락해 있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안타깝게도 다시 이별해야 한다. 실리치아 해적들은 스미르나에 도착하여 아가톤을 노예로 팔았기 때문이다. 아가톤은 그곳 지역에서 잘 알려진 부유한 궤변론자 히피아스의 노예가 된다. 히피아스는 재능 있는 젊은이를 모아서 교육시키려 했다. 그는 아가톤에게 자신의 이상주의에 열광해줄 것을 강요한다.

 

그러나 아가톤의 눈에는 히피아스는 기껏해야 치졸한 부자로서 향락주의를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 범인으로 보일 뿐이다. 아가톤은 히피아스와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이때 그는 보다 높고도 보다 이상적인 신적 근원의 진리에 대한 플라톤의 믿음을 옹호한다. 새로 맞이한 노예가 영혼만을 사랑한다는 데 대해 히피아스는 몹시 격분한다. 그의 관심은 그리스의 가장 아름답고도 교양 있는 창녀, “다나에”에게로 향한다. 다나에 역시 두 남자의 대화를 경청한다. 그렇지만 그미는 아가톤의 편협적인 애정관에 결코 동조하지 않는다.

 

다나에는 거창한 축제를 벌린다. 이때 아가톤은 그미가 창녀 출신이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 이때 그는 다나에의 아름다운 자태에 반하게 되고, 그미의 아름다운 영혼에 마침내 항복을 선언한다. 다나에는 아가톤을 자신의 집 관리인으로 명하고, 이때부터 주인공은 언제나 다나에의 근처에 머문다. 다나에의 육체는 완전성 바로 그 자체였다. 주어진 정황 그리고 아가톤의 감정 등은 어느새 주인공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플라토닉한 사랑의 감정을 포기하게 만든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동안 성스러운 축복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 그렇지만 아가톤의 마음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은 떠나간 옛 애인, 프시케에 대한 슬픈 기억이었다. 다나에는 주인공의 면모에 감추어져 있는 슬픈 그림자를 대하며, 그의 과거사를 알고 싶어 한다. 다나에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던 아가톤은 자신의 과거사를 하나씩 들려주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