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글

핀란드와 한국의 국회의원

필자 (匹子) 2021. 5. 26. 10:16

(1) 선거철 외에도 일반 사람들을 만나주었으면 좋겠다.: 핀란드에서는 정치가라고 해서 그들이 일반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국회 위원들은 대개의 경우 일반 사람들 위에 군림한다. 바로 이 점이야말로 가장 큰 근본적 차이일 것이다. 왜 많은 수의 한국 국회위원들이 안하무인 (眼下無人)처럼 행세하는지 당신은 알고 있는가? 그들은 일반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게 때문에 그들의 눈앞에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아래 것들을 향해 “깔”본다.

 

(2)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법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핀란드 정치가들은 크든 작든 간에 법 자체를 몹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가들은 법 자체보다는 자신의 “힘”, 세력, 입지 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제로 핀란드의 경우 정치가들은 세부적 사항들을 미리 조목조목 법으로 만들어 둔다. 그러길래 법 규정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지만, 규정과 규정 사이에 여백은 거의 없다. 한국의 정치가들은 처음부터 법 조항을 간략하게 정해 둔다. 형법, 민법, 소송법 등이 너무나 얄팍하게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판사가 유건 해석 내리기가 몹시 힘들다.

 

(3) 누구에게 유리한가? Cui bono?를 따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핀란드에서는 매사가 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처리되므로, 핀란드의 정치가들은 처리된 사항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그렇지 않는지를 고려할 겨를이 없다. 법규정의 개폐 문제와 자신의 경제적 소득은 핀란드 사람들에게는 서로 별개이다. 한국에서는 매사가 아전인수격으로 처리되므로, 한국의 정치가들은 법개정 시 “힘겨루기”를 행한다. 날치기도 때로는 커다란 효력을 발휘한다. 왜 한국의 정치가들이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무력행사를 자행하는가? 그 이유는 법 규정의 개폐가 무엇보다도 그들 자신의 부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4) 명분과 절차 대신에, 실리와 내용을 중시했으면 좋겠다. : 주지하다시피 남한 사람들은 명분을 중시하는 반면에, 일본 사람들은 실리를 중시한다. 그렇기에 한국의 정치가들은 토론의 내용보다는 를 중시하는지 모른다. 핀란드에서는 신랄하게 토론을 벌릴 때 정치가들은 절차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토론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토론할 때 정치가들은 토론 내용 대신에 절차를 따지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그들은 특히 순서 내지는 절차의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훼방을 놓고, 불리한 절차에 대해서는 명분을 내세우며 이를 차단시킨다.

 

(5) 제발 약속 좀 지켰으면 좋겠다.: 핀란드 국회위원들은 스스로 정한 약속이라면 그것을 반드시 지킨다. 한국의 정치가들은 이른바 큰일을 행한다고, 개인적 사적인 약속을 거의 무시한다.

 

(6) 겸손하고 친절하게 고개 숙이면 좋겠다.: 대다수는 아니지만, 한국의 정치가들은 대체로 술을 잘 마시고 담배를 많이 피우며, 여자들을 좋아한다. 그렇지 않은 자들은 동료들로부터 배포가 작은 졸장부라고 놀림 당한다. 이에 비하면 핀란드의 정치가들은 대체로 술, 담배, 여자 그리고 배포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7) 견해 차이와 인간관계를 구별했으면 좋겠다.: 한국의 정치가들이나 핀란드의 정치가들은 제각기 상대방에게 견해 차이를 드러낸다. 그런데 여기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핀란드에서는 비록 견해 차이가 온존하더라도, 상대방과의 인간관계가 깨어지는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견해는 견해이고, 인간관계는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견해 차이가 발생할 경우, 정치가들은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고, 그를 오랫동안 증오한다.

 

(8) 반대파의 견해 또한 존중하고 사안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핀란드의 정치가들은 법 개정 자체에 관한 토론 내용에 모든 관심을 집중시킨다. 한국의 정치가들은 그들과는 다르다. 가령 여당의 정치가는 토론자의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 보다는 그 주장이 어느 편에서 나온 견해인가를 먼저 파악하려고 한다. 만약 어느 주장이 반대편 정당에서 나온 것이라면, 일단 무조건 반대하고 본다.

 

(9) 제발 당 이름을 자주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 핀란드 국회 위원들이 “훌륭한 적”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반면에, 한국의 국회위원들은 술자리에서 “미운 우리 편”을 더욱 감싼다. 이는 보수 정당일 경우 더욱 심하다. 핀란드 국회의원들은 정당의 이름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조령모개 식으로 당의 이름을 바꾼다. 핀란드 사람들은 하나의 정당이 어떠한 정책을 추진하는가를 분명히 파악한다. 왜냐하면 정당은 수십년 내지 백년 이상의 전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언제 정당의 이름이 바뀌었는지, 언제 정치가들이 헤쳐모여 하여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는지 잘 모른다. 

 

(10) 겸허한 자세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을 품었으면 좋겠다.: 핀란드의 정치가들은 지연, 혈연, 학연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넥타이 차림을 싫어하며, 가까운 길일 경우 주로 자전거를 애용한다. 한국의 국회 위원들은 운전사를 고용하여 중형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그리고 해외 나들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많은 수의 한국의 국회위원들은 대부분의 경우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서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11) 당수에게 고개 숙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핀란드 정치가들은 “대세는 기울었다. 줄이나 잘 서라”는 협박성 발언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헤쳐 모여” 등과 같은 원시적 정치 운동을 이미 오래 전에 철폐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사실, 진리 국민의 발언 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국회 위원은 당수의 말에 누구보다도 빨리 복종한다. 그들은 까만 양복과 까만 자동차 그리고 까만 구두를 타고 다니지만, 당수 앞에서는 물 먹은 쥐새끼처럼 고개 숙인다.

 

(12) 그렇지만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현상이 조금씩 변해 나간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