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칼렌바크의 에코토피아 (2)

필자 (匹子) 2022. 2. 21. 09:24

 

 

 

에코토피아인들은 가급적이면 모든 물건을 직접 손으로 제작합니다. 조립된 미니버스라든가 통나무 트럭들은 전복 껍질로 치장해 있으며, 최대한 시속 50 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습니다. 차체 앞 축의 받침대는 금속 대신에 나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에코토피아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목재 산업과 관련된 것입니다. 에코토피아인들은 나무를 거의 숭배하다시피 귀하게 여깁니다. 굳이 목조 건물을 짓고 싶은 사람은 일단 삼림 캠프에 가서 일정 기간 동안 “삼림 봉사”의 일을 행해야 합니다. 나무를 소비하려는 자는 그만큼의 새로운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에코토피아인들은 죽은 나무들을 함부로 없애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죽은 나무는 딱따구리 그리고 사슴들의 서식지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에코토피아는 어떠한 경우에도 목재를 외국으로 수출하지 않습니다. 특히 가파른 지형에서의 벌채는 철저히 법으로 금지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무를 베어버리면 토양 침식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에코토피아인들은 나무가 얼마나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벽의 그림은 소규모 생태 공동체의 마을 구도를 그려놓고 있다.

 

 

에코토피아인들은 미국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언한 다음에 다량의 농산물 생산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고심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사람들은 넓은 땅에 트렉터를 동원하여 화학 비료를 뿌리면서 농작물을 생산해 왔습니다. 그러나 에코토피아인들은 이윤 추구를 위한 농산물 재배, 땅을 오염시키는 영농방식을 종결시켜야 한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농업의 영역에서도 새로운 고용 정책이 도입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하루 4시간 (주당 20시간)만 일하도록 조처했습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가공 식품, 포장 식품의 생산이 중단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러한 생산 중단이 무조건 강제적으로 시행된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제초제, 살충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농산품을 생산하려고 시도하였습니다. 이로써 땅의 오염은 사전에 차단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잡초를 없애고 벌레들을 쫓기 위해서 주로 천적을 이용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대안 농업에 해당하는 유기 농업 체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에코토피아에는 징역형이 존속합니다. 횡령, 사기, 공문서 조작 등의 범죄는 폭행과 강도 살인처럼 엄중하게 처벌 받게 됩니다. 놀라운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벌금형이 선고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고위층 사람들이 벌금을 내고 징역형을 면제받는 시민 사회의 예를 생각하면, 벌금형이 없다는 것은 한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국가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한 법질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가리킵니다. 특히 폭행죄는 가혹하게 처벌됩니다. 폭행 범죄인은 뉴욕의 경우 1년에서 5년 사이의 구금형선고에 18개월 복역하고 출소하지만, 에코토피아에서는 꼬박 5년 만기를 채운 뒤 출소합니다. 이 경우 가석방 제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습니다. 에코토피아인들은 개인 소득, 매출 그리고 자신의 재산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대신에 토지세는 엄중하게 징수됩니다. 토지세를 과도하게 징수하는 이유는 오로지 인구 분산 정책에 기인합니다.

 

 

 

 

 

에코토피아인들은 얼핏 보기에 학교를 가장 낙후하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첫째로 시간표가 느슨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지각과 조퇴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학교에는 교무실이 없습니다. 시작을 알리거나 끝을 알리는 종은 아예 없습니다. 수업은 하루에 한 시간 정도 행해지는데, 주로 탐험과 실습으로 이루어집니다. 학생들은 배낭을 메고 여행하거나, 험준한 지역에서 야영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기초 학문이 아니라, 생존 기술입니다. 가령 황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학생들은 낚싯바늘, 덫, 활, 화살 등을 만드는 법을 배웁니다. 또한 학생들은 사슴, 여우, 산토끼, 퓨마, 살쾡이 회색 곰 그리고 늑대까지 사냥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힙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는 활과 화살입니다. 학생들은 식용실물의 뿌리나 열매를 식별하는 방법을 배우고, 비누 대용으로 비누나무를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나뭇가지로 냄비집게를 만드는 법을 습득합니다. 모든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목공 일을 배우고, 남녀 모두 기능공작업을 차례대로 배웁니다.

 

윌리엄은 우연한 기회에 마리사라는 젊은 여자를 사귀게 됩니다. 마리사는 일곱 명으로 구성된 삼림위원회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삼림위원회는 수천 에이커에 달하는 숲과 캠프의 관리를 담당하는 단체입니다. 주인공이 삼림위원회를 탐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그곳을 찾았는데, 마리사가 모든 사항을 브리핑해주었습니다. 모든 일정을 끝낸 마리사는 윌리엄을 자기의 집에 초대하였습니다. 넒은 방에는 책상과 책이 꽂혀 있었고, 방의 한 구석에는 침대가 놓여 있었습니다. 침대 옆에는 사진이 놓여 있었는데, 사진 속에는 마리사와 어느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습니다. 남자의 모습이 여러 사진 속에 담겨 있는 것으로 미루어 그는 마리사의 애인인 것 같았습니다.

 

윌리엄과 마리사는 술을 마신 뒤에 그날 밤 서로의 몸을 탐합니다. 다음날 아침에 기상하여 반쯤 벗은 모습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사진 속의 바로 그 남자가 마리사의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윌리엄은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 그 남자에게 겸연쩍은 표정을 짓습니다. 남자는 마리사가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는데도, 질투의 기색을 전혀 드러내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에게는 다른 애인이 있는 게 확실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북쪽에는 마셜이라는 소도시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매년 전쟁놀이가 개최됩니다. 양 팀은 25명으로 구성됩니다. 전사들은 흥분제 내지 마취제를 커다란 가마솥으로 끓여서, 그것을 마법의 음료수로 마십니다. 대부분의 전사들은 16세에서 30세 사이의 젊은 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제각기 창을 들고 상대방과 싸웁니다. 약 30분간 피터지게 싸운 뒤, 휴식시간이 주어집니다. 이때 부상자는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마법의 음료수를 마실 수 있습니다. 결국 승리한 팀과 패배한 팀이 가려집니다.

 

승리한 팀은 멋진 음악을 들으면서 환호한 다음에 선수들은 각자 여자들을 데리고 덤불 속으로 사라집니다. 마리사 역시 전쟁놀이에 승리한 전사와 정을 통합니다. 전쟁놀이는 신체적 경쟁을 부추기는 원시적인 유희인 것 같지만, 장점도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싸울 수 있는 기회, 돌격과 후퇴의 기회, 동료애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 민첩함과 강인함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전쟁놀이를 통해서 매년 50명씩 사망합니다. 이는 미국의 연간 고속도로 사망자 75000 명, 전쟁의 전사자 5000명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윌리엄 역시 나중에 전쟁놀이에 참석합니다.

 

 

페미니즘의 로고: 만국의 여성들이여, 궐기하라!

 

 

"에코토피아"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자연 순환 그리고 생태 시스템의 원칙적으로 가능한 안전성에 대한 견해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은 학문적으로 검증된 것입니다. 칼렌바하는 자연 속에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폐쇄된 생태 시스템을 고찰합니다. 자연은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영원히 재생 과정을 되풀이하는 안정성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상 사회의 상태 그리고 퇴화의 위험 등에 관한 지식은 에코토피아에 사는 사람들의 정치적 결단 및 생활 방식의 기본적 토대로 작용합니다. 더욱이 여당으로 활동하는 이른바 페미니즘의 “생존 당”은 개개인의 “생물학적 생존”을 도모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인류의 생존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산, 분배 그리고 소비 등과 같은 제반 인간 활동은 이른바 “생태 보존을 통한 살아남기”라는 대 명제에 바탕을 두어 개진됩니다. 이로써 에코토피아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인구를 감소시키려고 애씁니다. 그들은 대도시 대신에, 인구 밀집도를 낮추기 위한 소규모의 공동체를 다양하게 건설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소규모 단위의 자치 마을은 자생적이어야 하며, -마치 흑인들이 그러하듯이- 그들 고유의 삶 내지 문화의 형태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칼렌바크의 소설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왜냐하면 생태공동체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대체로 세 가지 사항으로 요약되는데, 이는 에코토피아에서 구체적 대안으로 묘사된 바 있습니다. “1. 생태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자본주의의 메가 시스템을 극복하고 재생 에너지를 개발하여 공동적 삶의 가치를 추구해 나간다. 2. 생태공동체는 많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자활 자치 그리고 평화에 근거한 삶을 실천해나간다. 이로써 국익 우선의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삶의 형태는 하나의 전체주의적인 일원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3. 생태공동체 사람들은 모든 것을 개인 소유로 확정짓는 도덕적 기준, 이를테면 일부일처제에 근거한 강제적 성윤리 등을 조금씩 극복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