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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카를 비틀링거의 은하수를 아시나요?

필자 (匹子) 2021. 2. 3. 09:07

친애하는 W, 독일의 극작가, 카를 비틀링거 (Karl Wittlinger, 1922 - 1996)의 극작품 「은하수를 아시나요? Kennsen Sie Milchstasse?」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환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맨 처음 이 작품을 감상했을 때 나는 20대의 젊은이였습니다. 나에게 오랜 감동을 전해준 것은 무엇보다도 줄거리의 구성과 배우들의 무대 위에서의 연기 등이었습니다. 아마추어 배우들 역시 얼마든지 훌륭하게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준 작품이 바로 「은하수를 아시나요?」였으니까요.

 

그로부터 8년후에 나는 독일 뮌헨의 극장에서 레싱의 극작품, 「에밀리아 갈로티」의 공연을 접하였습니다. 연극 관람 후에 나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레싱의 작품이 아니라, 십여 년 전에 감상한 극작품, 「은하수를 아시나요?」였습니다. 왜냐하면 연극의 공연의 성패는 거창한 주제에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줄거리의 연결과 배우와 배우들 간의 소통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카를 비팅거는 문학사에 이름을 남길 만큼의 명작을 많이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작가 소개를 빠뜨릴 수는 없지요. 1922년 5월 17일 카를스루에에서 예술탁자 제작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1940년 아비투어를 마친 다음에 그는 군대에 징집되었습니다. 전투로 인하여 부상당하여 프랑스 포로수용소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1946년 비팅거는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독문학을 공부하였으며, 생계를 위해서 난방기술자, 야경꾼, 통역사 그리고 가정교사로 일하였습니다. 1949년 처음으로 극작품을 집필하게 되었고, 1949년에는 대학생으로 구성된 영어 공연의 극단의 단장으로 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950년부터 1952년 사이에 카를 비팅거는 프라이부르크 시립 극장의 연출과 조연출 담당으로 일했습니다. 그의 극작품 「은하수를 아시나요?」는 1956년에 쾰른 시립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국내외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1962년 비팅거의 시나리오 「영혼의 방랑」은 WDR (서독 방송국)에서 처음으로 방영되었는데, 그 해에 비팅거는 이탈리아 TV 방송 축제에서 몬테카를로 국제 방송 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특히 그가 남긴 시나리오 가운데에는 한스 팔라다 Hans Fallada의 소설 『한 남자는 성공을 갈망한다.』가 있습니다.

 

 

 

 

 

당신을 위하여 작품의 배경을 간략하게 재구성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주인공은 사무엘 키퍼라는 젊은이입니다. 그는 서류상으로 사망해 있으나, 생물학적으로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사무엘은 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약 10년 전부터 실종되어, 끝내 사망한 군인으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는 가족이 한 명도 없습니다. 이로 인하여 여러 가지 갈등이 복합적으로 출현하게 됩니다. 그와 결혼을 약속한 처녀는 어느새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습니다. 그의 작은 재산 역시 마을 사람들의 소유로 골고루 분배되어 있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으로서는 참으로 기가 막힌 노릇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면, 자신이 생존인물이어야 하는데, 관청에서는 자신이 죽은 사람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때 사무엘은 한 가지 사항을 알아냅니다.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요한네스 슈바르츠라는 남자가 있는데, 그는 생물학적으로 죽었으나, 서류상으로는 살아 있다는 게 그 사항이었습니다. 어쩌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자신이 요한네스 슈바르츠로 살아가는 게 한 가지 방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요한네스 슈바르츠라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는 참으로 기이한 삶을 살아간 사람이었습니다. 전쟁 직후의 시점에는 관청이 파괴되어 서류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사무엘 키퍼는 매우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했으나, 결국 정신 이상자로 몰려 정신병원에서 수감됩니다.

 

자신의 존재는 살아 있지만, 서류상으로는 죽어 있는 답답한 세상은 요한네스 슈바르츠라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끝내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주인공으로서는 은하수 저세상으로 떠나서 자신의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내려고 합니다. 어쩌면 은하수 건너편에 살고 있는 야훼신은 자신이 생존하고 있다는 증명서를 발급해줄지 모릅니다.

 

 

 

 

 

첫 번째 장면에서 주인공은 비행접시의 환상을 지닌 채 병원 건물 위의 피뢰침으로 올라가려고 합니다. 의사는 그를 19호실에 수감합니다. 두 번째 장면에서 주인공은 의사에게 함께 은하수로 가자고 부탁합니다. 그는 은하수의 영역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그곳의 아침이란 언제나 창세기의 아침 같지요. 그리고 밑으로 깔리는 안개, 또 앞에는 태양, 정말 아름다운 태양이죠.” 의사는 처음에는 미친 자의 생각이라고 그냥 무시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말에 어떤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것을 서서히 간파하게 됩니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의사에게 자신의 원고를 건네줍니다. 세 번째 장면에서 의사는 원고가 극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 사무엘 키퍼는 함께 공연하자고 의사에게 요구합니다. 이로써 극작가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즉 정신 나간 세상에서 정말 미친 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일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은하수를 아시나요?」는 1958년과 1959년에 가장 인기 있는 극작품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작가 비팅거는 어떤 노여움 때문에 이 극작품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전후의 서독에서 -보르헤르트의 『문밖에서』를 제외하면- 언제나 재미없고 수준 낮은 연극 공연에 식상하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작품에서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고 세상과 타협할 줄 모르는 한 인간의 상상의 세계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였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주인공 사무엘은 이 세상에 주어진 모든 관습, 도덕 그리고 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국외자로서 주어진 사회에 순응하려고 노력하는데, 그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테마는 전후 시대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