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글

미운 오리새끼

필자 (匹子) 2022. 6. 11. 20:39

17세기에 유명한 랍비가 살았습니다. 꿈속에서 그는 천사를 만나서 천사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저세상에서 누구와 함께 살게 될까요? 이때 천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우츠 Lodz에 살고 있는 치자크 라이프라는 남자와 함께 살게 될 것이오.

 

치자크 라이프? 처음 듣는 이름이었습니다. 랍비는 우츠로 가서 치자크 라이프를 만나기로 결심합니다. 며칠 간 여행하여 수소문 끝에 치자크 라이프의 집에 당도했습니다. 집주인은 출타중이었습니다. 랍비는 치자크 라이프를 기다렸습니다.

 

저녁 무렵 치자크 라이프가 집으로 당도했습니다. 그는 평범한 장사꾼이었고, 입에서는 술냄새가 풍기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랍비같은데, 내게 무얼 사려고 하시오?" 랍비는 아무 대답 없이 그냥 기도문을 외웠습니다. 치자크 라이프는 랍비를 집밖으로 내쫓았습니다.

 

귀향길에 랍비는 중얼거렸습니다. 신이여, 당신은 참으로 무심하군요. 어찌 저런 거렁뱅이와 저세상에서 함께 살아라고 하시는지요? 랍비는 차제에 더욱 기도하고 참선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야 신의 노여움이 풀릴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악천후로 인해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강물이 불어서 랍비는 강을 건널 수 없었습니다. 이때 치자크 라이프는 강 건너편으로 당도하여 랍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유대인 장삼을 강물 위로 던져서, 신기하게도 그것을 타고 강 건너편으로 와서 랍비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랍비님, 당신의 기도문을 다시 한 번 들려주실 수 없는지요? 기억력이 형편이 없어서..."

 

이때 랍비는 치차크 라이프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치자크 라이프는 성자였던 것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라이프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출전: Ernst Bloch: Spuren, Frankfurt a. M. 1985, 12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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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안데르센이 묘사한 미운 오리새끼였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한 마리의 초라한 오리새끼로 길들여졌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 아름다운 여중생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접어야 했습니다.

 

세상은 당신에게 오로지 '금지'만을 강요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하늘을 바라보니, 노랗다 못해서 마냥 잿빛이었습니다.

 

절망의 사막 속에서 걸어가는 낙타에게 한 모금 물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수많은 시험을 통해서 당신의 능력은 마냥 제한당했습니다. 당신은 스스로 그저 그렇고 그런 학생이라고 믿었습니다. 당신의 창의력은 한 마리 오리의 범위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를 떠난 뒤에 비로소 당신은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 자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결한 백조인지를.."

 

내 글을 읽는 독자여, 당신 역시 자신이 내적으로 얼마나 충실하고도 고결한 본성을 지니고 있는지, 스스로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당신이 치자크 라이프일 수 있습니다. 부디 노력하여 당신의 가장 훌륭한 본성을 찾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