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서로박: 게오르크 지멜의 사회학의 미학

필자 (匹子) 2021. 4. 16. 09:57

 

1896년 베를린에서 처음 간행된 "사회학의 미학 (Soziologische Aesthetik)"에서 게오르크 짐멜 (G. Simmel, 1858 - 1918)은 인간 행위는 몇가지 기본적 동기들의투쟁, 타협, 결합등에 의해 정해진다는 자신의 기본적 입장을 피력한다. 이러한 기본적 동기는 그 수에 있어서 시대적으로 달리 확정되며, 명제와 반명제라는 두가지 사항으로 요약된다고 한다. 두가지 사항은 어떤 대립되는 양극성이다. 이는 가령 고대 그리스 시대에 “존재”와 “변화”로, 기독교의 시대에는 “신적인 것”과 “지상의 것”으로, 르네상스 시대에는 “정신”과 “자연”으로, 19세기에는 “사회주의”와 “개인주의”로 출현한 바 있다. 이러한 이원론은 하나의 공통된 인류사적 근원을 지니며, 나아가 물질적 삶에 대한 관심사 뿐 아니라, 미적 입장을 포괄한다. 따라서 여기서 사회학적 입장, 미학적 입장, 그리고 상호 관련성 등이 도출될 수 있다.

 

 

 

 

 

지멜의 사회학 서적 영어판

 

인간은 어떤 핵심적 조직체를 정립하기 위해 어떤 대칭적으로 체계화시킨 사회적 상을 상정한다. 이는 모든 전제주의적 형태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 조직체는 -비록 권력과 물질에 대한 관심사에서 출현한 것이라 하더라도- (전체와 부분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에 의거한) 하나의 순수한 미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기서 사회적 관심사는 미적 관심사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실제로 우리는 아름다움에 이끌려 사회적 상에 대한 어떤 미적인 입장을 새롭게 품곤 한다. 가령 원의 형태로 이루어진 도시의 아름다운 배열을 생각해 보라. 대칭 형태의 미학은 (존재의 미적 동일성 내지 미적인 일원성에서 출발한) 어떤 미학적 범신론에 근거하고 있다. 개별적 존재 내지 개인적인 것은 일시적으로 의미를 상실한다. 예컨대 건축물의 높낮이의 차이, 개별적 독창성 등은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삶의 다양성이 철저히 대칭적 구성속에 예속되면, 이는 사회적으로 미적으로 서서히 매력을 상실한다. 이제는 전체적 일원성 대신 개별적 다양성이 모습을 드러내며, 비합리적 자유 및 개인적 아름다움이 활개를 친다. 그리하여 전체로서의 기능성은 더 이상 합법적인 기준이 되지 못하며, 개인적 의미와 사적 관심사만 극대화된다. 이러한 토대하에서는 다시금 어떤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사회 상이 서서히 발전된다. 새로운 사회 상은 모든 자유주의적 조직체 형태의 출발점으로 형성된다. 요약하자면 “문화”, “사회”, “미학” 등의 영역에서 인간의 입장들은 특정한 사회에서 통시적으로 변화된다. 전체성, 보편성, 유용성 등의 극은 이와는 대립되는 부분성, 특수성, 미학주의 등의 극으로 전도되거나 다시 환원된다.

 

이를테면 인류의 초창기에는 사회적 유용성 내지 합목적성의 경향이 아주 뚜려하게 나타났다. 따라서 이때 미의 특성은 (사회적 유용성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어떤 초지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의 “순수한 형태”로 확정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미적 형태는 미적 감정의 사회적 근원을 유추하고, 이를 확정시키며, 나아가 형식주의적으로 전달하게 한다.

 

본서의 마지막 논문에서 짐멜은 예술 양식의 내적 의미심장함을 (인간과 사물 사이에 도사린) “간격” 내지는 “거리감”으로 규정한다. 그는 동시대 예술 양식의 기본적 모습으로서 “인간과 사물 사이의 거대한 간격”을 들고 있다. 동시대 작가들은 단편적, 경구적 그리고 상징적 기술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데, 이는 개개인들이 주어진 세상이나 사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반증하고 있다. 사물들을 직접적으로 포착하려는 자연주의적 시도는 짐멜에 의하면 모더니즘적 신경 쇠약증 내지는 민감성으로 인해 실패를 맛본다. 실제로 사물과 직접적으로 조우하려는 모든 예술적 시도는 모더니스트에게는 고통을 의미한다.

 

 

 

 

 

게오르크 지멜의 초상화 

 

이렇듯 짐멜은 문화와 예술에 드러난 거리감의 극대화 현상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이를 -"돈의 철학" (1900)에서도 거론되고 있지만- 포괄적 화폐 경제의 사회 구조와 관련지운다. 화폐야 말로 모든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 물량적 제 3자로 기능하며, 이로써 주체와 객체 사이에는 오로지 화폐에 의한 관계만이 허용되고 있으며, 미학적 영역 역시 이에 대한 민감한 반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