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종교 심리학의 저서는 1939년에 간행되었다. 프로이트는 초기 시절에 제자 어네스트 존스 (E. Jones), 오토 랑크 (O. Rank) 테오도르 라이크 (Th. Reik) 등과 함께 “이드” 심리학을 연구하면서, 특히 신화, 전설 그리고 동화 등에 관심을 기울였다. 말하자면 그는 자신의 이론에 대한 증명 사항을 그러한 영역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집단적인 무의식의 판타지의 결과로서 종교 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존스는 포이어바흐의 명제, “인간이 종교를 만든다”를 받아들여, 신화 연구에 몰두했던 것이다. 프로이트 역시 다음과 같이 기술한 바 있다. 즉 “종교의 현상은 오로지 개인의 잘 알려진 노이로제 증상이라는 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이해될 수 있다. 즉 인간 가정의 근원적 이야기 속에 담긴 망각된 의미심장한 내용의 반복으로서 말이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는 이 작품에서 하나의 구체적인 경우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추적하고 있다. 말하자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일신교인 유대교 그리고 모세가 구체적인 신화 형성에 어느 정도의 범위에 이르기까지 참여했는가? 하는 물음이다. 물론 이 작품은 오토 랑크 (O. Rank)의 유명한 저서, "영웅 탄생에 관한 신화 (Mythus von der Geburt des Helden)"에 개진된 입장을 재구성하며,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한다.
랑크는 인도 유럽의 문화권 내의 수많은 영웅 신화에서 어떤 공통되는 특징을 발견한 바 있다. 랑크에 의하면 신화 속에 나타난 많은 영웅적 행위들의 무의식적 충동의 모티브는 아들의 아버지 극복 내지 아버지 살해라고 한다. 신화 속에 천편일률적으로 나타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즉 궁궐에서 아들로 태어난 영웅은 젖먹이 시절에 버려지는데, 가난한 양부모 밑에서 성장하다가, 오랜 방랑 생활을 거쳐, 결국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만난다고 한다. 이때 영웅은 친아버지를 살해함으로써 복수한다는 것이다.
모세 신화에서는 이러한 틀이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모세는 원래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 태어나는데, 강물에 버려져서 이집트 왕궁에서 자란다. 프로이트는 이로써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즉 모세는 원래 이집트인이었으며, 파라오 아멘호텝 4세의 추종자 내지는 높은 신분의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아멘호텝이 실시한 태양신을 숭배하는 단일 신앙을 수용하여, 유태인 변방의 종족으로 침투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모세가 정치적 망명객으로서 사막을 방황하기 이전에 있었던 일이다.
프로이트의 견해에 의하면 이집트에서 유래하는 추상적인 태양 숭배는 얼마 되지 않아 미디안 종족의 야훼 신앙과 뒤섞이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유태인의 단일 신앙은 두 개의 문화적 흐름을 타협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한다. 비록 성서가 수백 년 동안 편집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흔적이 부분적으로 지워지거나 남아 있곤 했지만 말이다. 프로이트는 예언자들의 암시 그리고 오늘날 셀린 (E. Sellin)에 의해 제기된 바 있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추종하고 있다. 즉 이집트의 모세는 이집트 문화와 야훼 문화가 뒤섞이기 이전에 이집트 문화를 증오하는 유대인에 의해서 살해되었다는 것이다.
모세에 대한 살해는 은폐되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살해 행위는 수백 년간의 잠재적 시기를 거쳐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었던 것이다. 즉 “모세 살인에 대한 후회 내지 죄의식은 메시아에 대한 갈망의 판타지를 더욱 부추겼다”. 이로써 새로이 탄생한 메시아는 유태 민족을 해방시키고, 약속한 대로 세계를 바르게 다스리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틀로 이루어진 신화적 시스템은 계속 형성되었다. 가령 타르수스 출신의 사도 바울은 이를 그대로 수용한 바 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초기 저서, "토템과 터부"의 많은 내용을 작품 속에 많이 도입하였다. 이 책에서 프로이트는 역사 이전의 씨족 사회의 사변적 모델을 발전시킨 바 있다. 즉 여러 형제들은 막강한 아버지에 대해 저항하다가, 결국 아버지를 살해한다. 이들은 토템 식사시간에 아버지 살해에 대한 기억을 고스란히 떠올리곤 했다고 한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기독교의 성찬식은 이를 엄격하게 경고하고 있다. 원래 토템 신앙은 (인간의 모습을 띈) 여러 신들을 숭배하는 이른바 다신 종교의 전 단계를 만들어낸다. 나중에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자신의 지배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 유일 신앙을 계속 발전시켰다. 이로써 유대인들은 “하나의 신”이라는 이전의 상에 대해 단일 신앙의 창시자, 모세가 얻게 된 모든 신화적인 면모를 그대로 투영시켰던 것이다. 이로써 인간 모세는 위대한 지도자라는 등급을 얻게 된다. 왜냐하면 그는 유대 민족의 “자아 이상”에 해당하는 위대한 인물로 숭상되었기 때문이었다.
프로이트의 종교 심리학은 1927년에 발표되었던 "어느 환상의 미래"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답습하고 있는데, “고대의 유산”에 대해 반드시 찾아내어야 할 상징적 결과물로서의 종교의 체계를 다루고 있다. 프로이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버지로서의 신이 언젠가 지상에 방랑하다가 어느 원시 종족에 의해서 추장으로 선택된다. 이때 그는 막강한 지배력을 발휘하다가, 아들에 의해 살해당한다. (...) 나중의 종교 역시 이러한 내용에 의해서 가득 채워진다. 즉 후계자는 한편으로는 후회의 마음으로 아버지 살해의 흔적을 지우면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투쟁에 대한 다른 해결책을 찾아내려고 고심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후의 후계자는 이 모든 조처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자신의 아버지를 제거할 수밖에 없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이러한 신화적인 틀 속에서 우리는 인류 역사의 모든 발전을 거대하게 진척시키는 반향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23 철학 이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라톤의 필레보스 (0) | 2021.02.26 |
---|---|
헤겔의 정신현상학 (0) | 2021.02.26 |
서로박: 계몽주의와 절대 왕정 시대의 유토피아 (3) (0) | 2020.09.26 |
서로박: 계몽주의와 절대 왕정시대의 유토피아 (2) (0) | 2020.09.26 |
서로박: 계몽주의와 절대 왕정 시대의 유토피아 (1) (0) | 2020.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