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4

서로박: (5) 조아키노의 제 3제국에 대한 갈망

(앞에서 계속됩니다.) 23. (부설) 체제 비판과 종교: 신앙의 깊이는 기존 권력의 박해를 통해서 정확하게 측정됩니다. 그 이유는 새로운 신앙이 주어진 현실의 상태를 용인하지 않는 체제 비판적인 자세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주어진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하여 영성적 믿음이라는 공동의 의지를 표방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영성 공동체는 당국의 권력에 의해서 무참하게 짓밟히고 맙니다. 이 경우 진리는 권력의 탄압에 의해서 은폐되고 맙니다. 논의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입니다만, 진리에 대한 권력자의 탄압은 이조시대에서도 발생하였습니다. 함석헌의 말을 인용하자면, “중축이 부러진” 이조시대에 그나마 고결한 지조의 처절한 불꽃을 보여준 것이 바로 사육신의 처형과 그들의 비장한 죽음이라고 합니다. ..

38 중세 문헌 2023.03.18

(명시 소개) 함석헌의 시 (2) "내 마음에다 칼질을 했을 뿐이다."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말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너: 함석헌의 시는 시집 『수평선 너머』에 수록되어 있는데,..

19 한국 문학 2023.02.13

(명시 소개) 함석헌의 시 (1) "내 마음에다 칼질을 했을 뿐이다".

너: “겨레의 할아버지”, 함석헌의 시를 논한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이 설레는 까닭은 작품 속에 강인한 목표 의식과 도덕성이 자리하기 때문이고, 시 해석이 어려운 까닭은 개인사와 한국 역사가 용해된 포괄적 해석을 요청하기 때문입니다. 나: 이해할만 하군요. 시작품 이해에 있어서 일단 함석헌의 삶과 사상을 일차적으로 이해하는 게 급선무일 것입니다. 함석헌의 삶을 깊이 파악하려면, 두 권의 책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치석의 『씨알, 함석헌 평전』(시대의 창, 2005) 그리고 김성수의 개정판 『함석헌 평전』(삼인 2011)이 바로 그 문헌입니다. 너: 한 번 참고하겠습니다. 함석헌의 삶은 일제 강점기와 분단 시대로 나누어집니다. 함석헌은 두 시기에 열정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비..

19 한국 문학 2023.02.13

(명시 소개) 정끝별: 유리병 속에 시를 담는 마음으로

정끝별: 유리병 속에 시를 담는 마음으로 "그래 그때쯤이면 시집은 한 '십여년만'에 내면 좋을 것도 같아...... '여전히'라는 부사를 쓸 수 있었으면 해...... 그래 내가 아꼈던 '섬세'라든가 '통찰'이라든가 '정갈'이라는 말이 정말 제값을 했으면 해...... '조용한 사랑'을 돌아보자는 것도 좋군...... 조금은 식상하기는 하지만 표현 그대로의 '삶의 장면들'과 '사물의 모습'을 놓쳐서는 안 돼...... '깊고 따뜻한 성찰'이라는 말이나 '제 아름다움'이라는 말도 낡았지만 얼마나 소중한 말이란 말인가......" (강은교 외: 유쾌한 시학강의 아인북스 2013, 289쪽에서 인용) 선생님, 잘 아시겠지요? 상처입은 느낌은 즐비하지만, 시구들은 정작 출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구의 어설픈..

19 한국 문학 202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