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니에 7

서로박: (3) 미셸 투르니에의 '쌍둥이 행성'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소설의 구조적 특징: 소설의 관점의 측면에서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즉 작품의 첫 부분에서는 주로 일기 형식의 서술로 등장인물의 다양한 관점이 복합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러한 서술은 정태적 사진처럼 평이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관점은 소설의 중간 부분부터 서서히 폴. 한 사람의 관점으로 좁혀집니다. 사건의 흐름 역시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소설의 진행이 정태적 상황의 서술로부터 역동적 사건의 서술로 변한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그밖에 소설의 두 가지 사건, 다시 말해서 알렉상드르의 이야기 그리고 장과 폴의 이야기는 상호 보완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주제를 고려할 때 서로 상반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앞에서 언급했..

33 현대불문헌 2024.03.27

서로박: (1) 미셸 투르니에의 '쌍둥이 행성'

1. 대립하는 문학적 공간: 미셸 투르니에의 장편 소설 『쌍둥이 행성Les Météores』(1975)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비교적 방대한 이 작품은 한국어 문헌으로 아직 번역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이전에 발표된 소설의 배경으로 설정된 두 개의 대립적 현실을 다시 소환해내고 있습니다. 첫째로『방드르디 혹은 태평양의 끝Vendredi ou les Limbes du Pacifique』 (1967)에는 로빈슨 크루소 그리고 방드르디 (금요일이라는 가상적인 인물)가 등장합니다. 이로써 작가는 문명과 야생의 차이점, 한계 그리고 어떤 대안으로서의 태양 축제 등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둘째로『마왕Le roi des Aulnes』 (1970)은 작품 배경으로서 프랑스와 독일이라는 두 개의 대립하는 가..

33 현대불문헌 2024.03.27

서로박: (2) 미셸 투르니에의 '마왕'

(앞에서 이어집니다.) 작품에는 괴테의 이야기시 「마왕Der Erlkönig」 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이야기 시, 즉 “담시Ballade”에는 아이를 안고 있는 아버지가 등장합니다. 아버지는 미몽에서 깨어나니, 품 안에 있던 아이가 마왕에 의해서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사실 괴테의 마왕은 여러 관점으로 해석됩니다. 첫째로 마왕은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자연의 힘을 상징합니다. 둘째로 마왕은 하늘로 상징되는 신적 존재와는 반대되는 "지구 내부의 영혼 âme chtonienne” 내지는 자연의 마력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가령 괴테는 『파우스트』제 1권에서 “지령 Erdgeist”에 관해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셋째로 마왕은 성폭력을 당한 사람의 꿈에서 나타나는 가해자로 이해될 수 있습니..

33 현대불문헌 2023.09.13

서로박: (2)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앞에서 계속됩니다.) 7. (부설) 맨드레이크: 맨드레이크는 라틴어로는 “만드라고라”, 독일어로는 “알리우네”라고 불리는 약초입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악마의 사과Devil’s appl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약초는 지중해 근해에서 자라는데, 마치 인삼처럼 다육질의 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줄기는 약 30센티 자라며, 통상적으로 꽃 한 송이만을 피웁니다. 맨드레이크는 구약성서 「창세기」 그리고 「아가」에서는 사랑의 묘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혼하는 남녀는 만드라고라, 즉 맨드레이크의 즙액을 마시면, 첫날밤을 황홀하게 보낸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작가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는 자신의 5막 희극작품, 「만드라고라」에서 이 약초를 최음제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다육질의 뿌리..

33 현대불문헌 2023.08.24

박설호: (3) 미셸 투르니에의 "동방박사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13. 헨리 반 다이크의 네 번째 동방박사: 미셸 투르니에는 집필 중에 두 편의 작품을 참고했다고 술회했습니다. 그 하나는 미국의 소설가 헨리 반 다이크 (Henry van Dyke, 1852 – 1933)의 「다른 현자의 이야기The Story of the Other Wise Man」 (1996)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세 명의 동방박사를 거론하지만, 사실은 네 명이라고 합니다. 반 다이크는 짤막한 단편 소설을 통해서 세인에게 전해지던 네 번째 동방박사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아르타반이라는 이름의 동방박사는 뒤늦게 예루살렘으로 떠나게 됩니다. 아기 예수를 위해서 아르타반은 홍옥, 청옥 그리고 진주를 선물로 준비합니다. 그런데 도중에 불행한 사람을 만나, 그를 도와주느라..

33 현대불문헌 2023.04.04

박설호: (2) 미셸 투르니에의 "동방박사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8. (부설) 몰약: 몰약은 감람나무과의 몰약수 또는 합지 수에서 추출된 약재입니다. 그것은 의학적으로 뭉친 혈액을 풀어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부종을 없애 통증을 완화하며 새살이 돋아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효능은 고대에는 분명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몰약의 냄새는 유황과 거의 같습니다. 그렇지만 몰약의 냄새는 유황보다도 소박하고, 둔탁한 편입니다. 몰약의 맛은 매우 씁니다. “Myrrh”라는 단어도 히브리어의 “murr”, 즉 쓰다는 의미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고대 사람들은 단맛이 강한 포도주에 몰약 수지를 담다서, 단맛을 중화하려고 했습니다. 누군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에게 포도주를 해면에 적셔서 건넸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몰약이 어느 정도 섞여 있었던..

33 현대불문헌 2023.04.04

박설호: (1) 미셸 투르니에의 "동방박사들"

1. 동방박사는 누구인가?: 친애하는 T, 오늘은 미셸 투르니에가 1980년에 발표한 소설 『가스파르, 멜키오르 그리고 발타사르』를 논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동방박사는 마태오의 복음서 2장에 세 명의 왕으로 등장하는 성자들입니다. 이들은 별을 관찰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베들레헴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신약 성서에는 “성자” 내지는 “왕들”이라고 표기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아가 동방박사가 몇 사람인지도 불분명합니다. 사실 동방박사의 이야기는 기원후 3세기에 광범하게 퍼지게 됩니다. 6세기에 이르러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이 가스파르, 멜키오르 그리고 발타사르라고 언급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아무도 동방박사들이 몇 명인지 거론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기원후 7세기에 시리아 지방에서는 동방..

33 현대불문헌 202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