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파울 6

서로박: (3) 장 파울의 '거인'

(앞에서 계속됩니다.) 13. 로크바이롤, 죽음을 연습하다.: 로크바이롤은 어둠 속에서 린다를 만납니다. 그렇지만 그는 린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습니다. 대신에 알바노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신이 먼저 권총으로 자살할 테니, 뒤이어 자살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순간 로크바이롤은 실제 현실에서 자신의 극작품을 연기한 셈입니다. 린다는 야맹증 환자였지만, 귀마지 어두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미는 어둠 속의 남자가 알바노가 아니라는 사실을 예리하게 간파합니다.  로크바이롤은 권총으로 자살하는 흉내를 내려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이때 그는 즉사하고 맙니다. 안타깝게도 육혈포에 총알이 하나 박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린다는 이 순간 경악에 사로잡힙니다. 친애하는 P..

40 근대독문헌 2024.10.20

서로박: 빌케의 아토피아 사회

헬무트 빌케 (1945 - )는 니클라스 루만의 시스템 이론에 입각하여 자신의 아토피아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21세기에 이르러 현대 사회는 엄청난 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가령 국가의 영토 구분은 오늘날 급진적으로 해체되어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에 제한이 없으며, 사회의 변형이라든가 이행의 과정은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 고전적 유토피아의 전통은 거의 파괴되고, 그 대신에 디지털 사회 구조가 정착되었다. 이로써 출현하는 것은 아토피아라고 한다. “아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뜻과는 달리 정치적 영역으로서의 장소의 중요성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아토피아는 정치와 복지 국가에 대한 믿음에 대항하는 사고로 출현한 셈이다. 변화된 사회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

26 유토피아 2023.04.08

서로박: 프리스의 문학세계 (3)

(앞에서 계속됩니다.) 4. 『비행선』(1) 두 번째 작품, 『비행선 Das Luftschiff』은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 Der Weg nach Oobladooh』과는 달리 동서독에서 공히 1974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비행선을 소재로 한 작품은 주로 20세기 이후의 유럽 문학에서는 생텍쥐페리의 일련의 소설 외에는 거의 출현하지 않았는데, 프리스가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켰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생텍쥐페리의 소설과 프리스의 『비행선』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리라고 판단됩니다. 왜냐하면 전자가 모성과 이에 대한 일탈이라는 심층 심리적 모티프를 제공하고 있다면, 후자는 시민주의 사회의 부자유와 이에 대한 일탈 욕구라는 어떤 사회학적이자 정치적인 모티프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소재가 ..

45 동독문학 2023.03.14

서로박: 프리스의 '비행선' (2)

(앞에서 계속됩니다.) 친애하는 F, 소설의 내용이 어떠했는지요? 물론 소설의 줄거리를 일직선적으로 이어나가는 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특히 우리가 주의해야 할 사항은 다양한 소설의 관점입니다. 소설의 관점은 세 가지로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폴로니아는 자신의 아버지를 회고하면서 그의 구체적 삶을 서술합니다. 이를테면 슈탄네바인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라든가 비밀스런 이야기들은 그미에 의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폴로니아가 보수적 시민주의 내지 소시민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슈탄네바인에 대한 그미의 시각은 온건하고, 우호적입니다. 이에 반해서 손자인 소설적 화자인 치코는 할아버지의 어정쩡한 정치적 태도를 비판적으로 논평합니다. 슈탄네바인은 비정치적인, 아..

45 동독문학 2022.06.05

서로박: 프리스의 '비행선' (1)

친애하는 F,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 (1935 - 2014)의 『비행선 Das Luftschiff』은 이전의 발표된 작품,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 Der Weg nach Oobladooh』과는 달리 동서독에서 공히 1974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비행선을 소재로 한 작품은 주로 20세기 이후 생텍쥐페리의 일련의 소설 외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독일문학 작품에서는 거의 드문 소재인데, 프리스가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켰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생텍쥐페리의 소설과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비행선』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리라고 판단됩니다. 왜냐하면 전자가 모성과 이에 대한 일탈이라는 심리학적 관점의 모티프를 제공하고 있다면, 후자는 시민주의 사회의 부자유와 이에 대한 일탈 욕구라는 ..

45 동독문학 2022.06.05

블로흐: 죽은 뒤에 누구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가? (2)

3. 첫째로 스파르타쿠스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 독일의 소설가, 장 파울Jean Paul은 언젠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죽은 뒤에 대화를 나눌 상황에 처할 경우, 내가 과연 누구와 담소를 나눌 수 있을까? 하고 질문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질문 자체가 나를 난감하게 만드는군요. 예컨대 죽은 뒤에 스파르타쿠스와 담소를 나누는 것은 매우 긴장감 넘치는 일일지 모릅니다. 사도 바울과 담소를 나누는 것 역시 흥미진진할 테지요. 죽은 뒤에 헤겔과 담소를 나누게 되면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느끼리라고 여겨지는군요. 아직 발효되지 않은 무엇,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무엇 그리고 모순적인 무엇에 관한 대화를 생각해 보세요. 헤겔은 이러한 것들을 변화되는 움직임으로서의 개념의 흐름 이해하였..

30 bloch 대화 2021.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