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선사 5

블로흐: (3) "굴종의 회개인가, 성령의 수용인가". 루터 비판

(앞에서 계속됩니다.) 인간 존재는 루터에 의하면 자신의 고유한 힘으로써 믿음이라는 찬란하고 순수한 빛을 확인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루터는 신앙인을 도우려고 하는 수사들의 노력마저 용납하지 않았다. 수사계급은 신앙인들에게 어떠한 가치 있는 믿음을 전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신의 과업이 진행되면, 피조물은 이에 대해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으며, 교회의 행위 역시 부질없을 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간에 신의 과업 앞에서 수동적으로 행동하고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따라서 인간은 그냥 휴식을 취하는 일 외에는 행할 게 없다. 실제로 루터는 어떤 형태를 갖춘 인간적 자유를 헐뜯고 철저히 부정한다.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그는 자신의 신앙을 성당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말하자면 루터는 보헤..

24 신학이론 2023.05.03

서로박: (2) 조아키노의 제 3제국에 대한 갈망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세 단계로서의 역사 (1): 조아키노는 오리게네스의 성서 독해의 세 가지 관점을 역사철학에 적용하였습니다. 바로 이 점이야 말로 조아키노의 공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리게네스의 성서 독해의 방법으로부터 도출해 나오는 것은 "역사의 세 가지의 단계”의 발전 과정입니다. 조아키노의 가르침에 의하면 역사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이 세 단계는 모두 신의 나라를 이룩하려고 하며, 이에 접근하려는 노력과 관련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성부의 역사, 즉 야훼신의 역사를 지칭합니다. 이것은 메시아가 출현하기 이전의 시대에 해당하는, 구약성서에 자세히 서술되고 있는 공포의 시기 내지는 의식된 법칙의 시기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 다시 말해서 성자의 역사를 지칭..

38 중세 문헌 2023.03.15

(명시 소개) 함석헌의 시 (2) "내 마음에다 칼질을 했을 뿐이다."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말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너: 함석헌의 시는 시집 『수평선 너머』에 수록되어 있는데,..

19 한국 문학 2023.02.13

서로박: 뮌처의 천년왕국설 (1)

1. 토마스 뮌처와 천년왕국설: 친애하는 M, 서양의 종교 개혁가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은 루터와 칼뱅이 아니라, 라스카사스와 토마스 뮌처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토마스 뮌처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천년왕국설의 혁명적 정신은 토마스 뮌처에 의해서 독일 농민 혁명으로 실천되었습니다. 토마스 뮌처 (Thomas Müntzer, 1489? - 1525)의 사상과 실질적인 운동은 먼 훗날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 Karl Mannheim의 영향력 넘치는 책,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 Ideologie und Utopie』에서 다시금 상세하게 언급된 바 있는데, 이로 인하여 뮌처의 삶과 사상은 현대에 이르러 유토피아의 토론의 쟁점으로 점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시기부터 현대의 정치경제학, 사회학 등을 전..

26 유토피아 2022.01.21

서로박: 블로흐의 인간신 사상 (4)

지금까지 우리는 블로흐의 기독교 속에 도사린 무신론의 입장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로 기독교 사상은 예수의 행적과 복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아들”에 관한 존재 가치 내지 사상적 단초를 알려주고 있다. 둘째로 기독교는 블로흐에 의하면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현세의 더 나은 삶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마지막 세상 Eschaton”을 메시아적 기대감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아직 아닌 무엇”을 존재론적으로 추적하려는 블로흐의 사상적 의향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셋째로 기독교 사상은 블로흐에 의하면 전지전능한 신에 대한 복종 대신에 주어진 현세에서 불의와 부정에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거역과 반역의 자세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힘없고 가난한 자들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나..

24 신학이론 2020.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