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 7

신영복: 먹물뜨기와 위악 (僞惡)에 관하여

지금까지 먹물뜨기, 즉 문신(文身)은 자신과의 약속 내지는 사랑의 징표로 활용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굳건한 맹약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 의미는 퇴색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신을 다시 지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신 제작은 간단하나, 문신을 제거하는 데에는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닙니디. 아래의 글 가운데 검은 색으로 표시된 것은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이며, 푸른 색으로 필자의 말씀입니다. (신영복: 담론, 돌베개 265쪽 - 274쪽을 참고하라.) 교도소 재소자들의 문신은 자기가 험상궂고 성질 사나운 인간임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위악(僞惡)입니다. 위선과는 정반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마지 작은 벌레가 큰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울긋불긋하고 끔찍한 색을 드러내듯이, ..

2a 남의 글 2024.12.11

서로박: (1)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1. 토머스 모어와 마키아벨리 그리고 에라스뮈스: 친애하는 J, 오늘은 토머스 모어 (Thomas Morus, 1477/78 - 1535)의 『유토피아』에 관해서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이 책은 국가에 관한 철학적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작품은 1516년 간행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훌륭한 국가의 법과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한 정말로 멋진, 일시적이라기보다는 어떤 구원을 담은 소책자 Libellus vere aureus nec salutaris quam festivus de optimo republicae statu deque nova insula Utopia.” 16세기 유럽은 정신사적으로 고찰할 때 전환과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이를테면 바로 이 시기에 훌륭한 문헌..

35 근대영문헌 2023.05.20

블로흐: (3) "굴종의 회개인가, 성령의 수용인가". 루터 비판

(앞에서 계속됩니다.) 인간 존재는 루터에 의하면 자신의 고유한 힘으로써 믿음이라는 찬란하고 순수한 빛을 확인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루터는 신앙인을 도우려고 하는 수사들의 노력마저 용납하지 않았다. 수사계급은 신앙인들에게 어떠한 가치 있는 믿음을 전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신의 과업이 진행되면, 피조물은 이에 대해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으며, 교회의 행위 역시 부질없을 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간에 신의 과업 앞에서 수동적으로 행동하고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따라서 인간은 그냥 휴식을 취하는 일 외에는 행할 게 없다. 실제로 루터는 어떤 형태를 갖춘 인간적 자유를 헐뜯고 철저히 부정한다.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그는 자신의 신앙을 성당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말하자면 루터는 보헤..

24 신학이론 2023.05.03

박설호: (2) 캄파넬라의 옥중 시편

나: 일단 캄파넬라의 시 한 편을 인용하려고 합니다, 제목은 「침대를 불지르고 미쳐버린...Di se stesso, quando, ecc...」이라는 작품입니다. “카이사르를 피해, 그리스와 리비아로 자유를 찾아 떠났다, 독재자의 적 카토는. 도저히 달랠 수 없는 욕망으로 자청해서 죽음 속으로 뛰어들었다. 망각한 권력으로부터 피할 수 없다는 걸 영리한 한니발이 알아차렸을 때, 그는 독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래 클레오파트라 역시 뱀을 움켜쥐었다. 경건한 마카비도 그렇게 행동했다, 브루투스와 솔론도 일순 광증에 사로잡혔고, 다윗 역시, 가트 지역의 왕에 대한 두려움으로. 예언자 요나가 어디론가 잠적한 뒤에 다시 돌아왔듯이, 나 또한 성스러운 마음으로 희생물을 바쳤다, 방화를 저지름으로써.“ (필..

22 외국시 2022.12.14

서로박: 캄파넬라의 철학시편 (2)

너: 일단 캄파넬라의 시 한 편을 인용하려고 합니다, 제목은 「침대를 불지르고 미쳐버린...Di se stesso, quando, ecc...」이라는 작품입니다. “카이사르를 피해, 그리스와 리비아로 자유를 찾아 떠났다, 독재자의 적 카토는. 도저히 달랠 수 없는 욕망으로 자청해서 죽음 속으로 뛰어들었다. 망각한 권력으로부터 피할 수 없다는 걸 영리한 한니발이 알아차렸을 때, 그는 독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래 클레오파트라 역시 뱀을 움켜쥐었다. 경건한 마카비도 그렇게 행동했다, 브루투스와 솔론도 일순 광증에 사로잡혔고, 다윗 역시, 가트 지역의 왕에 대한 두려움으로. 예언자 요나가 어디론가 잠적한 뒤에 다시 돌아왔듯이, 나 또한 성스러운 마음으로 희생물을 바쳤다, 방화를 저지름으로써.“ (필..

34 이탈스파냐 2021.06.30

서로박: 만인의 자유와 평등. 1

자연법은 만인의 자유와 평등을 지향한다. - “법의 눈은 지배 계급의 얼굴에 박혀 있다.” (블로흐) - “법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교회 (성당)의 유리창과 같다. (박설호) - “자연법의 정신은 행하는 규범 (norma agendi = 공권력)가 아니라, 행하는 능력 (facultas agendi = 촛불집회)에서 발견된다.” (블로흐) 1. 친애하는 K, 감옥에는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이 거의 없습니다. 부자와 권력자들이 죄 짓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이 복마전에 머무는 경우는 잠깐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의 국가에 관하여 De civitas Dei』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나는 배 한 척 가지고 도둑질하므로 해적이라 불리지만, 당신은 큰 함대를 가지고 도둑질하므로 황제라고..

27 Bloch 저술 2020.12.03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4)

(앞에서 계속됩니다.) 그렇다면 캄파넬라는 정말 자살하려고 자신의 감방에 불을 질렀을까요, 아니면 광인으로 이해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것일까요? 이에 관해서 우리는 그저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캄파넬라는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아니 로마 가톨릭 신앙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처음부터 비판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배움에 대한 애틋한 열망 때문에 도미니크 사원에 들어갔지만, 교단의 철저한 규정에 대해서 그리고 이를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수사들에 대해서 비판의 칼날을 세우곤 하였습니다. 사실 로마 가톨릭의 계율에 의하면 자살은 그 자체 절대로 행해져서는 안 되는 반윤리적 행위라고 합니다. 언젠가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기실 기독교 역사를..

22 외국시 201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