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8

서로박: 상처입은 소크라테스

1. 사실 같은 허구, 허구 같은 사실 친애하는 R, 소크라테스는 서양 철학사의 맨 처음 등장하는 인물로서, 그의 사상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실제 삶은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독일의 작가, 게오르크 카이저는 극작품, 「구출된 알키비아데스」에서 군인으로서의 철학자의 진면목을 묘사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하여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상처 입은 소크라테스”라는 단편을 발표하였습니다. 작품 속에서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32년의 델리온 전투의 영웅으로 등장합니다. 어쩌면 이는 허구인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브레히트의 단편이 전적으로 허구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문학이 실제로 있을 수 있는 가능한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우리는 이를 허황된 내용으로 처음부터 배격..

46 Brecht 2023.09.27

서로박: 플라톤의 '필레보스'

“필레보스”는 플라톤의 철학적 대화를 담은 글로서 기원전 360년경에 탄생하였다. 이 문헌은 내용상 "정치학 (Politikos)" 그리고 "티마이오스 (Timaios)" 사이에 편입될 수 있다. 필레보스는 필사본으로 전해지는데, 여기에는 “혹은 쾌락에 관하여, 윤리적 대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사실 플라톤의 모든 작품들은 이른바 논리학, 물리학 그리고 윤리학 등으로 나눈 스토아 학자들의 구분에 의해 나누어지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확정할 수 있다. 즉 플라톤은 그리스 정신사에서 오랫동안 민중적 전통을 지녔던 테마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항 말이다. 가령 모든 생명체에게 선한 무엇은 과연 쾌락 속에 자리하고 있는가, 아니면 정신 속에 결정되어 있는가? 하는 물음을 생각해..

37 고대 문헌 2022.05.10

라스카사스, 인종 그리고 국적 (2)

4. 라스카사스가 유럽 사람들의 행동 가운데에서 가장 부끄럽게 생각한 것은 인디언들에게 가한 끔찍한 범죄의 은폐였습니다. 범죄의 은폐에 관한 내용은 앎 (Wissen)과 양심 (Gewissen)이 서로 엉켜 있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당신과 같은 인문학도는 이러한 관련성에 관하여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드러내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가령 선조들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공개하는 일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자신의 선조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백일하에 공개하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공로, 혹은 범죄를 드러내느냐, 숨기느냐 하는 문제가 핵심적 물음입니다..

2 나의 글 2022.01.30

여운형 선생이 그리운 ...

여운형 선생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어느 선배를 만났습니다. 대통령 후보인 L과 동기동창인데, 어째서 그를 찍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L이 동창들에게 너무 섭섭하게 대한다고 하더군요. 자신에게 잘 대해주지 않았답니다. 그 선배는 대의 대신 사리사욕을 추종하는 자에 불과합니다. 여운형 선생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누군가 당권파 K 아무개 국회의원에게 평소에 그렇게 집착하던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앞으로 무엇을 할 거냐고 물었더니, K 국회의원은 누구보다도 당원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당권파의 그 국회의원 역시 대의 대신 정파만 생각하는 자에 불과합니다. 여운형 선생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비록 우리에게 섭섭하게 대해도, 나라와 사회를 생각하는 대인배는 오히려 인간..

2 나의 글 2021.10.04

서로박: 만인의 자유와 평등. 1

자연법은 만인의 자유와 평등을 지향한다. - “법의 눈은 지배 계급의 얼굴에 박혀 있다.” (블로흐) - “법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교회 (성당)의 유리창과 같다. (박설호) - “자연법의 정신은 행하는 규범 (norma agendi = 공권력)가 아니라, 행하는 능력 (facultas agendi = 촛불집회)에서 발견된다.” (블로흐) 1. 친애하는 K, 감옥에는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이 거의 없습니다. 부자와 권력자들이 죄 짓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이 복마전에 머무는 경우는 잠깐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의 국가에 관하여 De civitas Dei』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나는 배 한 척 가지고 도둑질하므로 해적이라 불리지만, 당신은 큰 함대를 가지고 도둑질하므로 황제라고..

27 Bloch 저술 2020.12.03

서로박: 게오르크 카이저의 구조된 알키비아데스

표현주의에 속하지만, 표현주의적 예술 사조를 뛰어넘은 극작가, 게오르크 카이저 (G. Kaiser, 1878 - 1945)의 「구조된 알키비아데스 (Der gerettete Alkibiades)」는 1917년에서 1919년 사이에 집필되었으며, 1920년 1월 29일에 뮌헨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극작품은 기원전 약 400년경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소재로 삼고 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아테네의 젊은 장수이자 폴리스 수상인 알키비아데스는 죽음의 위협에 처했다가 포티데아 출신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 의해 구조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향연 (Symposion)"의 육체적 아름다움과 정신적 아름다움의 대립에 관한 대화극을 통해서 정반대로 기술되고 있다. 극작가 카이저는 플라톤의 대화를 인..

43 20전독문헌 2020.08.21

서로박: 브레히트의 '부상당한 소크라테스' (2)

어느 제자가 집으로 들어서서 다음과 같은 소식을 전한다. 즉 온 아테네가 소크라테스의 영웅적인 행위로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바깥의 왁자지껄한 소리를 자신에 대한 조소의 소리로 받아들인다. 시 당국이 주인공의 공적을 치하하려고 하자, 소크라테스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공개적 모임이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다. 이후에 주인공의 친구 안티스테네스가 찾아와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즉 고르기아스가 퍼뜨린 소문에 의하면 소크라테스는 적을 피해 도망쳤는데, 하필이면 적진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알키비아데스가 등장하여, 아레오파고스 법원으로 동행하자고 주인공을 설득하려 한다. 이때 크산티페는 남편에게 눈짓을 보낸다. 이는 퉁퉁 부어오른 발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신호나 다..

46 Brecht 2018.12.06

서로박: 브레히트의 '부상당한 소크라테스' (1)

1. 브레히트는 독일의 극작가 게오르크 카이저 (G. Kaiser, 1878 - 1945)의 극작품 「구조된 알키비아데스 (Der gerettete Alkibiades)」을 읽고 단편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 원래 카이저는 플라톤의 "향연 (Symposion)" 제 36장의 내용을 참조하여 극작품을 집필하였다. 실제 역사에 있어서 소크라테스는 발을 다쳐서 도망을 칠 수 없었는데, 이러한 계기로 인하여 그리스 군대는 델리온 (Delion) 전투에서 페르시아 군대를 무찔렀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델리온 전투는 페르시아 전쟁이 끝난 뒤, 펠로폰네소스 전쟁 동안에 (정확히 말하면 기원전 424년경에) 일어나, 수십 년 지속되었다고 한다. 브레히트는 카이저의 극작품 제 1장의 내용을 단편의 소재로서 채택하였다...

46 Brecht 2018.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