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 4

서로박: 소네트 패러디 (1)

다음의 글은 나의 논문 "고상한 소네트에서 조야한 소네트로"의 일부이다. 나: 소네트는 현대인의 사랑과 성을 담기에는 진부한 형식, 다시 말해 헌 부대에 불과하지요. 현대인들이 목숨 건 사랑을 체험하는 경우는 이제 드뭅니다. 사랑을 가로막던 장애물들이 오늘날 거의 철거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비극을 처절하게 노래할 필요성이 사라졌어요. 이에 반해 과거에는 구태의연한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이 온존하였으므로, 죽음을 각오하는 사랑의 열정은 실제로 출현했고, 이는 소네트를 통해 묘사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을 생각해 보세요. 피에르 아벨라르 (1079 - 1142)는 엘로이즈라는 아리따운 처녀의 가정교사로 일했는데, 그들은 활활 타오르는 연정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끝내 살을 섞었습..

22 외국시 2021.09.05

게오르크 트라클의 시의 경향

친애하는 D, 오늘날까지도 트라클의 시는 모호하고, 비의적인 작품으로 수용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트라클 시를 명징하게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트라클의 “시적 언어는 무언가의 의미를 전달하지 않은 채 그 자체 말하고” (Walter Killy)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트라클의 언어는 독자가 이해하는 언어 영역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트라클 시에 대한 이해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트라클은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랭보, 보들레르 그리고 말라르메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트라클이 남긴 대부분의 시에서는 예술작품과 관찰자 사이의 조화로움이 파괴되어 있지요.  그렇기에 트라클의 시어는 “순수한 포에지 poésie pure” (말라르메)의 시적 언어를 실제로 사용되는..

21 독일시 2021.05.16

서로박: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2)

8. 발몽, 단스니에게 발각되어 결투 끝에 사망하다.: 흐릿한 불빛 사이로 뛰쳐나왔을 때 발몽은 한 남자에게 발각되고 맙니다. 그 남자는 세실을 오래전부터 사랑하면서 그미를 지켜주겠다고 맹세한 바 있는 사랑의 기사, 단스니였습니다. 이로써 두 사람 사이에 결투가 벌어집니다. 이때 단스니의 칼에 심하게 찔린 발몽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서서히 유명을 달리합니다. 죽기 전에 단스니는 편지 한 통을 발몽의 품에서 끄집어냅니다. 편지 속에는 메르퉤이의 모든 계획이 기술되어 있었습니다. 이로써 메르퉤이의 모든 계략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됩니다. 작은 질투에서 비롯된 하나의 정사가 이처럼 커다란 파국을 불러올 줄은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습니다. 소설은 비극적으로 끝을 맺습니다. 투르벨 부인은 자신의 몸을 탐한 사내..

32 근대불문헌 2019.12.21

서로박: (요약)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피에르 A. F. 쇼데를로 드 라클로 (Pierre A. Fr. Choderlos de Laclos, 1741 - 1803)의 서간체 소설, "위험한 관계 (Les Liaisons dangereuses)"는 1782년 익명으로 파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총 175개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는 소설은 세계적으로 알려졌으며,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고 도덕적으로 몹시 분개했다고 합니다. 당시의 독자들은 익살스럽고도 음탕한 텍스트에 익숙해 있었는데도, 그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작가는 루소의 「엘로이즈의 새로운 소식 (Nouvelle Héloїse)」에 실린 모토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내 시대의 도덕을 고찰한 뒤에, 나는 이 편지들을 공개하였습니다.” 사실 드 라클로는 방종한 성 (性)생활을 묘사한 게 아니..

33 현대불문헌 2018.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