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현대불문헌

서로박: (요약)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필자 (匹子) 2018. 12. 31. 10:02

 

 

피에르 A. F. 쇼데를로 드 라클로 (Pierre A. Fr. Choderlos de Laclos, 1741 - 1803)의 서간체 소설, "위험한 관계 (Les Liaisons dangereuses)"는 1782년 익명으로 파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총 175개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는 소설은 세계적으로 알려졌으며,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고 도덕적으로 몹시 분개했다고 합니다. 당시의 독자들은 익살스럽고도 음탕한 텍스트에 익숙해 있었는데도, 그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작가는 루소의 「엘로이즈의 새로운 소식 (Nouvelle Héloїse)」에 실린 모토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내 시대의 도덕을 고찰한 뒤에, 나는 이 편지들을 공개하였습니다.” 사실 드 라클로는 방종한 성 (性)생활을 묘사한 게 아니라, 소위 지성인이라는 자들의 아무런 열정 없는 기계주의적 사고를 예리하게 지적하려고 하였습니다. 이로써 지성인이라는 작자들은 쉽사리 악의 도구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질문: 하이너 뮐러의 「사중주」와 비교하세요.)

 

 

 

쇼데 드 라클로(1741 - 1803)

 

마르퀴스 메르퉤이는 파리의 귀족층의 부인이니다. 과부인 그미는 음탕하고, 몹시 권력 지향적입니다. 그미의 마음은 (거의 파괴적이라 할 정도의) 지적 욕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러한 욕구를 바탕으로 해서 메르퉤이는 권력을 추구하고, 남성 지배의 세계에 도전장을 보냅니다. 그미의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특히 남성의 마음속에 이글거리는 사랑과 욕정의 정체를 알아내는 입니다.

 

메르퉤이는 어느날 자신의 정부 (情夫) 콩트 드 제르퀘르가 10대 소녀인 세실 드 볼랑쥐와 결혼하려고 하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정부에게 복수하려고 결심합니다. 그리하여 그미는 (자신의 옛 애인이자) 친구인 비콩트 드 발몽에게 다음과 같이 부탁합니다. 즉 세실을 납치해서, 그미의 성을 마구잡이로 유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발몽으로서는 그런 일이라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는 지금까지 무수한 여자들을 그런 식으로 정복해 왔기 때문입니다. 발몽은 (친구 메르퉤이의 부탁대로) 세실을 유혹하려고 합니다. 그는 이를 위한 사전 포석 단계에서 세실의 어머니를 만납니다. 그런데 세실의 어머니, 투르벨 부인은 발몽과는 전부터 아는 사이였습니다. 그미는 언젠가 발몽의 엽색 행각을 방해하며, 그를 부도덕한 남자라고 공개적으로 모욕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투르벨 부인은 남편에게 정조 지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며, 결혼 외의 모든 관계를 사악한 짓거리로 매도하였습니다. 투르벨 부인의 근엄함은 (딸 세실보다 오히려) 투르벨 부인에 대한 발몽의 관심을 부추깁니다. 발몽은 그미를 농락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모욕을 분풀이하고 싶었고, 아울러 (난공불락의 여성을 정복할 때의) 짜릿한 쾌감을 맛보고 싶어 합니다. 발몽의 접근은 조심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그는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애틋한 말로써 그미를 유혹합니다. 발몽의 시도는 그미와 육체적 사랑을 나눔으로써 성공을 거둡나다. 그런데 문제는 발몽이 어느새 투르벨 부인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메르퉤이는 발몽의 감정을 “패배”라고 간주합니다. 그미는 발몽과 언쟁을 벌입니다. 그미는 세실을 유혹하라고 발몽에게 강력히 요구합니다. 만약 발몽이 세실의 순결을 빼앗으면, 메르퉤이는 그에게 자신의 몸 뿐 아니라, 응당의 돈까지 지불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발몽은 이를 실천에 옮기려 합니다. 어느 날 밤 그는 세실의 침실에 잠입하다가, 세실의 옛 애인이자 보호자 (Chevalier), 단스니에게 발각됩니다. 그는 단스니와 결투합니다. 이때 부상당한 발몽은 즉시 사망합니다.

 

죽기 전에 (메르퉤이의 모든 의도가 담긴) 편지가 단스니에게 전해집니다. 모든 내막은 백일하에 드러납니다. 소설은 비극적으로 끝을 맺습니다. 투르벨 부인은 커다란 충격으로 정신적 혼란에 사로잡힌 채 쓰러져 죽습니다. 콩트 드 제르퀘르는 세실에게 파혼을 선언합니다. 세실은 속세와 인연을 끊으려고 수도원으로 들어갑니다. 메르퉤이는 어느 재판에 연루되어 모든 재산을 잃게 되고, 게다가 천연두에 걸려 추한 얼굴로 비참하게 살아갑니다.

 

작가 드 라클로는 탁월한 언어로써 발몽과 메르퉤이의 심리적 상태를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정확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이로써 작가는 앙시엥 레짐 시대의 지식인들이 지녔던 퇴폐적 감정과 (권력과 애정을 동시에 차지하려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가장 훌륭한 고전적 언어로써 묘사하였던 것입니다. 드 라클로는 프랑스 혁명 당시 자코뱅파에 가담했습니다. 또한 그는 1783년에 집필한 「여자들과 그들의 교육에 관하여 (Des femmes et de leur éducation)」에서 모든 사회 체제의 변화 그리고 혁명을 부르짖었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귀족 사회의 부정과 술수를 파괴하고 싶은 욕구에서 "위험한 관계"를 익명으로 집필, 발표하였던 것입니다. 인간의 심성을 예리하게 분석하는 작가, 스탕달 역시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시인 보들레르 역시 이 작품을 라신의 탁월한 분석극과 비교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