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자를 선택할 때 무엇을 따지는가? 돈과 권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구혼남의 좋은 패로 활용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낭군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일까?
평강 공주는 바보 온달과 결혼하여 그를 훌륭한 장수로 거듭나로록 도와주었다. 사실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의 이야기에는 현실성이 결핍되어 있다. 구중궁궐에서 살아가는 평강 공주가 온달을 직접 만날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그 밖에 바보와 결혼하리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중에 온달을 찾는 자극제가 되었다는 점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쨌든 평강 공주는 인간의 적극성과 희생정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수동적으로 행복의 감이 자신의 입안으로 떨어지기를 바라는 신데렐라보다 더 우리를 감동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과도한 적극성은 때로는 혼인 생활의 독이 될 수 있다. 자신의 뜻대로 남편을 변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크나큰 착각 일 수도 있다. 이를 사람들은 평강공주 콤플렉스라고 칭한다.
평강 공주에 비하면 김건희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나이 많은 사내를 선택하여 결혼하였다. 그러나 권력을 지닌 자를 남편으로 선택한다는 마음에는 좋든 싫든 간에 인간을 수단 내지는 도구로 이용해먹겠다는 함의가 숨어 있다.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는 자는 반드시 나중에 자기 자신이 역으로 이용당하게 되어 있다.
많은 외국 여인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 “그분과 함께 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I really concieved, I could be a better person with him.” 이러한 말속에는 인간적 따스함이 담겨 있다. 한국의 젊은 여인들에게서 나는 이러한 말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가령 나의 여조카는 시부모 될 사람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사귀던 남친에게 결별을 선언하였다.
소설가 천승세는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나의 딸이여, 인간의 삶에서 사랑은 가장 귀중하고도 값진 일이다. 남녀의 사랑이 그렇게 고귀할진대 어찌 처녀성만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는가? 수단으로써 사람을 사귀는 게 아니라면, 몇 번이고 구애받지 말고 몸과 마음을 열어젖혀라. 다만 네가 사랑하는 남자는 돈과 권력을 무기로 삼는 소인배가 아니어야 한다.”
제발 부탁이니, 자본주의 사회 운운하면서, 돈과 권력을 남편감의 선택 기준으로 삼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말을 듣던 여조카가 일갈했다. 삼촌이 뭔데, 나의 결혼에 관해서 감놔라 배놔라 하세요? 내가 손가락 빨면서 고생하기를 바라세요? 부디 여조카가 생각을 바꾸어 속물처럼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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