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전홍준의 시, '장돌뱅이 서씨'

필자 (匹子) 2024. 11. 1. 10:54

장돌뱅이 서씨

 

오십 년도 지났을 거야

매운 날씨에 엄마 치맛자락 잡고

사람 숲 헤치며 

대목 오일장 가던 날

 

우시장 지나 싸전

그 옆 냇가에는 붕어 잉어 가물치

담긴 대광주리

추녀 밑 장돌뱅이들

지게 받쳐두고 홑적삼에

오돌오돌 떨고

그 속 서씨

염장한 고등어 담긴 항아리

열어놓고 곰방대 빨고 있었네

 

오종종한 얼굴

소처럼 선한 눈

콧수염에는 콧물이 고드름인 양

맺혀 있었지

도붓꾼 고단한 생을 살아낸 그는

무엇이 되었을까

아마 포슬포슬한 흙이 되었을 거야 

착한 흙 말이야

 

 

*시작노트

이제 서산 너머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나이,

칠십 대에 접어드니

글썽이는 눈물 같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흙이 되었어도 약하고 착하게 살아서

향기가 나는 사람들.

그들을 불러내어 찬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