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더러운 철학, 개마고원 2010.
김진석 교수님은 1994년에 "초월과 포월"이라는 독창적인 책을 간행한 바 있습니다.
저자가 철학을 더럽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철학 철학자들이 더러운 현실을 더럽다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현실과는 동떨어진 자세를 취하면서 순수만을 고집하는 태도를 더럽다고 주장합니다. 더러운 것은 철학이 무시당하는 현실입니다. 제목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한 현대인의 태도를 반영한 것 같아 내 마음도 울적해집니다.
몇 가지 핵심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노자의 무위 자연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저자는 새로운 시각이자 " 자연"이 과연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놀라운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
(2) 철학과가 이렇게 인기 하락한 것도 철학 교수들의 책임도 크다고 말합니다. 대부분 대학에서 전공을 없애고 교양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경우에 해당하는 사항이라고 김교수는 주장합니다. 미국의 명문대에서 폭넓은 시각을 지니도록 교양교육을 강화하지 않습니까?
학부제, 교양 학문의 강화 등과 같은 슬로건은 사실 따져보면 인문학의 비인기 학과를 압살시키려는 시장 중심적 개량주의 정치가의 농간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대학의 기업화 및 이에 영향을 준 미국 의 학제를 통렬하게 분석한 중앙대 김누리 교수님의 글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들에 의해서 농락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2) "노마디즘의 전쟁기계와의 관련 부분"에서 저자의 번득거리는 놀라운 기지가 느껴집니다.
(3) 저자는 지나친 순수주의는 원리주의와도 통하므로 위험하다고 주장합니다. 문제는 나의 견해에 의하면 원리를 원리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현실과의 관련성 속에 포장하는 수사법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원리를 원리로, 현실을 현실로, 그리고 원리와 현실의 절충적 언급을 절충론으로 언급하는 솔직함이 필요합니다.
(4) 저자는 말로만 생태를 외치는 것을 거부하고, 생태주의자들에게 어떤 구체적인 실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5) 책의 가장 독창적인 면은 저자의 자세입니다. 그의 시각은 권위와는 무관합니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지금까지 상아탑에서 형이상학을 서술한 반면, 저자의 시각은 현실로 내려와 있습니다.
(6) 정치 의식에 있어서 흐릿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입장과 자신의 자세를 피력하는 데 있어서 솔직합니다. 적어도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하고, 유희를 유희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7) 차제에 김진석 교수님이 "즐거운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간행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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