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림 (명저)

(명저 소개) 박태일의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

필자 (匹子) 2023. 12. 17. 09:41

 

 

박태일의 시는 지금까지 발표된 일련의 시집에서 서정성 그리고 언어 구사의 측면에서 탁월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지역 문학 연구자로서 오랫동안 많은 국내외의 지역을 탐색하면서 도서관과 책방을 뒤지는 수집가이기도 합니다. 청년 시절 그가 등단하지 않았을 때 그의 집에 우연히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의 서재에는 이미 천 권의 시집이 꽂혀 있었습니다. 박태일 시인은 평생 시를 위해서 살아온, 수십년 동안 시에 침잠해 온 영혼입니다.

 

이번에 간행된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 (산지니, 2023)는 그가 북간도 지역을 여러 번 답사하고 여러 도서관에서 북한 문학 그리고 역사 자료를 수집하는 와중에 집필된 100편의 시 작품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나그네”는 연변 말로 남편이라는 뜻을 지니고, “안까이”는 아내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박태일 시인이 수년에 걸쳐 북간 지역을 여행하며 접한 것은 연변 사람들의 다양한 정서, 분단의 아픔 그리고 핍박받은 사람들의 애환 등이었습니다. 이러한 한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지만 변방이라는 이유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지역이 바로 북간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정독하지는 못했으나, 놀라운 것은 시인이 한인 피해자들의 아픈 개인적 역사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변강이라는 말」, 「살아가도 죽어가도」, 「내자 지은 옥수수는 고개 치벋고」, 「두만강 두만강 말마라」, 「산조 저 김좌진의 딸」 등은 명작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박 시인은 일제의 폭거와 만행, 망각된 변방인의 비애 그리고 해원을 거침없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박태일 시론을 한편도 발표하지는 못했습니다만, 내심 몇몇 작품을 결코 망각될 수 없는 수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시작품들 또한 차제에 명작으로 평가되기를 바랍니다.

 

 

연길시의 밤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