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서로박: 카를 G. 융의 '시 작품에 대한 분석 심리학의 관계에 대하여'

필자 (匹子) 2023. 11. 26. 11:49

 

카를 구스타프 융 (C. G. Jung, 1875 - 1961)의 「시작품에 대한 분석 심리학의 관계에 대하여 (Über die Beziehung der analytischen Psychologie zum dichterischen Kunstwerk)」는 1922년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융은 학문적 심리학의 과업에 대한 영역 그리고 예술적 행위의 어떤 관찰 사이에 명확한 한계선을 그으려 했다. 융에 의하면 예술의 해석은 결코 어떤 노이로제에 관한 심리 분석의 범례와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될 수 없다고 한다.

 

예술 작품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나타나듯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무조건 “유년기의 자궁에 관한 상상”을 형상화시킨 것으로 파악될 수는 없다. 융은 예술을 “자신의 고유한 방식 (sui generis)을 지닌 영역”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심리 해석자는 -융에 의하면- 자신의 방법론을 예술 작품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한다. 이 경우 노이로제 심리학의 관찰 방법은 반드시 실패를 맛볼 것이다. 왜냐하면 예술 작품은 병적 영혼의 표현만이 아니라, 초인간적인 (다시 말해 개인 한사람에 국한되지 않는) 인간의 전체적 유형에 속하기 때문이다. 개별적 예술가들은 “예술적 사건을 고유한 법칙에 따라 형상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자기 스스로 표출되려는 무엇”을 위한 모태로 기능한다.

 

 

문제는 예술적 창조를 적절하게 심리학적으로 관찰하는 일이다. 이는 (예술 작품이 복잡한 영혼 행위들의 창조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선 우리는 다소 의식적으로 의도하는 예술 창조를, 어떤 예술가의 의식적 포착 행위로부터 벗어나는 무엇과 구분시켜야 한다. 여기서 융은 (실러의 「소박한 문학과 감상적인 문학」에서 시도한 바 있는) 구분을 원용하고 있다. 가령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1883 -1885) 그리고 괴테의 "파우스트" 등은 융에 의하면 다소 초개인적 형상화의 과정 속에서, 다시 말해 인간의 의지 방향과는 무관하게 탄생한 예술의 범례라고 한다.

 

초개인적 형상화의 과정은 어떤 고유한 영혼의 생명체, 독자적 부분의 어떤 유형의 영혼에 대한 표현으로서 나타난다. 이를 지니고 전달하는 자가 바로 예술가이다. 예술가의 영혼은 자생적 집합체로서 독자적으로 작용하지 않는가? 이때 자생적 집합체는 -때때로 예술가의 개인적인 활력적 관심사에 대항하여- 자신 속에서 스스로 성취되는 삶으로서의 표현을 강요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러한 삶은 원래의 상 내지 상징 속에 이미 형상화되어 있다. 예술 작품은 (넓은 의미에서 고찰할 때) 이미 작업화된 상을 표현한다. 그렇기에 상기한 과정은 융에 의하면 예술 작품속에 혼입되어 있다. 이렇게 설계된 상의 배후에는 “원초적 상”이 도사리고 있으며, 우리는 이에 대한 관찰을 배워야 한다. 융은 “시작 (詩作)은 언어의 배후에 도사린 원초적 언어를 울려 퍼지게 하는 일이다.”라는 G. 하우프트만의 견해를 원용한다.

 

“원형들 (Archetypen)”이라는 원초적 상속에는 전 인류의 공동적 재산이라는 무의식적 신화의 어떤 영역이 내재하고 있다. 원초적 상들은 원래 타고난 생각은 아니지만, 창조적 상상의 “규범적 원칙”, 다시 말해 “상상 행위의 카테고리”이다. 상상 행위는 그러한 기본적 상속에서 역사의 진행에 의한 삶의 경험을 한결같이 하나의 상으로 투영시키려고 한다. 예술은 융에 의하면 영혼의 이러한 기초적 진행 과정을 아주 명징하게 표현하려 하며, “현재의 언어 속으로” 이전시킨다고 한다.

 

한 개인이든 주어진 문화의 단계이든 간에 사람들은 예술에다 어떤 보상의 능력을 부여한다. 예술은 현재의 발전 과정의 일면성을 지적하며, 전체로서의 영혼적 현실을 요청해낸다. 그러한 한 예술은 융에 의하면 교육적이고 구원적인 기능을 지닌다고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 감추어진 것을 의식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개방시킨다. 원형적 내용과의 만남은 “근본 상태속으로 잠입”하도록 해주니까 더욱 그러하다. 융의 전체적 입장 및 예술관은 전체적 원형에 관한 무의식적 존재 내지 그 기능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니체와 유사하게 융은 문예 미학을 예술의 신비적 근원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새로이 규명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