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슐레겔 (Friedrich Schlegel, 1772 - 1829)의 「포에지에 관한 대화 (Gespräch über Poesie)」는 초기 낭만주의의 이론적 저작으로서 1800년 잡지 아테네움에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한마디로 슐레겔은 낭만주의의 포에지 개념으로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새로운 시대를 동경하였으며, 사회적 이상을 무엇보다도 예술을 통해 실현시키려 하였다.
서문에서 슐레겔은 “포에지란 (제반 법칙들을 정립시키는) 오성에 의해 촉진된다”라는 전통적인 입장을 부정하고 있다. 그대신 포에지는 “스스로 인류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만개하며, 시적인 무엇으로부터 솟아 나온다고 한다. 이어서 「시 예술 시기」 장에서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 문학이 “황금의 시대”로 이해되고, 아리스토파네스와 에우리피데스의 문학은 폄하되며, 로마의 라틴 문학은 지엽적인 주석 (註釈)에 평가되고 있다. 슐레겔은 르네상스 문예 부흥과 관련하여 프랑스 의고전주의를 “고대 예술의 잘못된 수용”으로 비판한다. 고대 문학의 독일적 수용에 기여한 사람으로서 빙켈만과 괴테가 언급되고 있다.
「신화학에 관한 연설」의 장에서는 “새로운 포에지의 어떤 여명”에 대한 전망이 이론적으로 규명되고 있다. 현대의 문학예술은 -슐레겔에 의하면- 어떤 구심점 내지 입지점, 다시 말해 간주관적 (間主観的)으로 연결되는 상징적 언어가 결핍되어 있다. “가장 성스러운 것은 형태가 없고 (다시 말해 이념은 관조로써 발현되지 않는다), 사랑은 (여러 이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능력으로서) 표현을 통해 극복될 수 없는 무엇으로 나타난다.” 이로써 상징 (이념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 사이의 조화)에 대한 가능한 조건은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슐레겔은 이념의 나라 (자아의 자유 및 자율성의 영역). 현상의 나라 [자연의 (인과성과 결정론이 지배하는) 필연의 영역] 등의 중개 작업 내지는 연결 고리에 관하여 묻고 있다. 이것은 -프랑스 혁명이 말해주듯이- 오로지 정치적으로 실현될 수는 없다. 칸트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관조에 합당한) 이념의 비성취적 요소와 현상 세계에서 미적인 것으로 개념화된 비성취적 요소 사이에는 유사성이 존재하는데, 이 두가지 요소는 상호 보조한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슐레겔은 그것들을 일원화시키려고 시도한다. 다시 말해 예술의 기능은 -슐레겔에 의하면- 상기한 두가지 요소의 중개 작업이 아니라, “성찰을 위한 하나의 상징” (도덕적인 것의 상징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게 하는 일이다.
슐레겔은 “새로운 신화학”의 장에서 자기 목적으로서의 신화학을 설계한다. 새로운 신화학은 그자체 미적이며, 미적인 것에 대한 가능한 조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문학 작품의 기본적인 창작 과정 내지 부호가 지적하는 바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이로써 신화학은 -비유적으로 말하면- 둥근 원으로 구현되어 있다. 과거에 예술의 상징을 보장해주던 신화학은 이제 예술 작품 자체로 변하고, 예술은 이로써 다시금 새로이 신화화되고 있다.
신화학은 모사, 변형 등의 (관계 그리고 변전의) 능력을 통해서 그자체 “자연의 예술 작품”으로 명명될 수 있다. 슐레겔은 낭만주의 포에지를 “(기대하지 않은 연결로서의) 위트, 판타지, 모순에 관한 자극적 대칭, 인공적으로 조직된 혼란, 열광과 아이러니의 영원한 뒤바뀜”으로 설명한다. 이로써 그는 포에지의 이상적 실현 형태를 아라베스크로 규정하고 있다.
“장편 소설에 관한 편지”의 장은 (“간접적인 신화학”인 낭만주의 포에지와 관련되는) 어떤 역사적 이론적 토대를 규명하고 있다. 슐레겔은 낭만적인 것을 “어떤 환상적 형식속에서 어떤 감상적인 소재를 밝혀주는 무엇”으로 정의한다. 감상적인 것은 슐레겔에 의하면 “사랑의 정신”으로서 [상상속에 떠오르는] 분화된 무엇 (신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결합이라고 한다. 위트, 판타지의 개방성 등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해줄 수 있는 형태는 그로테스크와 아라베스크이다. 이와 관련하여 슐레겔은 장편 소설이 낭만주의적 요소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장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연, 유희, 상상적 충만성, (모든 것을 의심하게 하는) 아이러니 등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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