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니시오스 할리카르나소스 (Dionysios Halikarnassos, 기원전 1세기에 살았음)의 "모방에 관하여 (Ρερι μιμήσεος)"는 기원전 30년에서 20년 경에 씌어졌다고 한다. 오늘날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디오니시오스의 글은 아티카 양식의, 의고전주의 문학 이론을 다루고 있는 중요한 문헌이다. 그것은 당시에 유행했던, 이른바 “아시아주의”의 표피적이며 방종한 매너리즘 양식에 근본적으로 반기를 든다.
디오니시오스는 -키케로가 죽은 뒤에는- 의고전주의 이론의 주도적인 학자로 칭송되곤 하였다. 실제로 그는 무엇보다도 (고대 그리스 작가들이 표준으로 삼고 글을 썼던) 미메시스를 글쓰기의 가장 훌륭한 모범으로 삼고 있다. 나중에 퀸틸리아누스 (35 - 96?)은 12권의 교육 이론 및 문학 평론서, 웅변 교수론 (institutio oratoriae) (95)의 제 10권에서 고전 작품을 논할 때 필연적인 규범을 다시금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이전에 디오니시오스가 모방에 관하여 제 2장에서 상세히 거론한 바 있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디오니시오스가 언급한 문학 이론은 (기원후 40년에 발표된 바 있는) 사칭 롱기노스 (ps. Longinos)의 「장엄함에 관하여 (Ρeri hypsous)」의 내용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사칭 롱기노스는 추측컨대 원래 디오니시오스의 제자였는데, 일찍이 스승의 입장으로부터 등을 돌렸다고 한다.)
디오니시오스가 간략히 언급한 입장 가운데에서 무엇보다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미메시스 (모방, μιμήσις)”과 “젤로스 (추종, ζελος)” 사이의 구분이다. 이것들은 원칙적 미학의 사고 방향을 명확히 주제화하고 있으며, 나중에 프랑스에서 “신구 논쟁 (Querelle des anciens et des modernes)”에서 다시금 수용된 바 있다. [신구 논쟁은 17세기부터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제기된 논쟁으로서, 고대 문학과 근대 문학 사이의 가치 비교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젤로스의 개념은 나중에 20세기의 리얼리즘 논의 과정에서도 철저히 배제되고 말았다. 이로 인하여 리얼리즘이라는 개념은 동구에서 수 십 년에 걸쳐 하나의 철칙으로 기능하고 말았다.)
미메시스는 디오니시오스에 의하면 아주 정확한 그리고 집중적인 관찰로 인하여 모범적인 틀을 모사하는 어떤 행위로 정의될 수 있다. (이러한 정의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관찰과 모사이다. 따라서 미메시스에서 중시되는 인간의 예술적 감각은 무엇보다도 시각이다.) 이에 비하면 “젤로스 (추종)”은 단순한 모방을 뛰어넘고 있다. 그것은 주어진 것을 단순히 노예처럼 복사해내는 작업이 아니라, 모범적 모델의 정신 속에서 추론될 수 있는 어떤 창작 방식을 지칭한다. 이러한 창작 방식은 무척 유연한 것으로서 현대 작가들로 하여금 개별적 글쓰기 양식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미메시스 텍스트의 제 2권에서 디오니시오스는 (현대 작가가 추종할 만큼) 훌륭한 고전 작가들의 문학 세계를 추적한다. 가령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등의 서사시, 핀다로스, 알카이오스 등의 서정시,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유리피데스 등의 비극 등이 그것들이다. 디오니시오스는 무엇보다도 서정시를 다른 장르들인 서사시, 비극 등과 동등한 장르로서 규범화시킨다. 이러한 태도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그것과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그는 특히 모방하고 추종할만한 고전 작가들의 문학적 특성을 교육적 의도로써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규범은 수미일관적으로 조직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의미에 상응하는 순서에 의해 기술되고 있다.
그러나 디오니시오스는 예컨대 그의 대표적 작품인 구문에 관하여 (De compositione verborum)에서 처럼 하나의 실수를 범하고 있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참고 문헌들이 대체로 개인적 임의성에 의해 선택되었다는 점이다. 가령 그가 선정한 서사시와 서정시의 범례는 주제를 위해서 작위적으로 끌여 들였다는 인상을 풍긴다. 디오니시오스의 문헌은 발굴 당시에 고대의 다른 문학 이론적 텍스트만큼 커다란 영향을 던지지 못했다. 그것은 오랫동안 오로지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인용되었을 뿐이다. 디오니시오스는 탁월한 내용의 문헌을 집필하였지만, 후세에 그저 경미한 영향을 끼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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