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서로박: 크리스테바의 '시적 언어의 혁명'

필자 (匹子) 2023. 11. 9. 15:56

 

불가리아 출신의 문학 이론가, 기호학자, 페미니즘의 정신분석학자, 쥴리아 크리스테바 (J. Kristeva, 1941 -)의 "시적 언어의 혁명 (La révolution du langage poétique)"은 1974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본서는 시적 언어가 얼마만큼의 영역내에서 기능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추적한다.

 

크리스테바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 분석학, 현상학, 구조주의 그리고 헤겔 및 유물론의 변증법 등의 사고를 추적함으로써 어떤 고유한 텍스트 개념을 찾고 있다. 그녀가 다루는 연구 내용은 말라르메, 아르토 그리고 죠이스 등의 작품에 나타난 문학적 현대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음의 사항이다. 시적 언어는 텍스트의 어떤 비판적 실제 작업, 의미 부여의 과정 그리고 주체의 형성 과정 등으로 실현된다. 크리스테바는 기호학적인 것과 상징적인 것의 개념을 통해서 두가지 이질적인 상태를 기술하고 있다. 두가지 이질적인 상태는 주체가 균열되어 있는 무엇으로서, 의미가 다의적 (多意的)인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호학적 상태는 -크리스테바에 의하면- (그리스어로 “σημιου”과 같이) 어떤 개념 없는 구분성이다. 이 구분성은 충동의 “아직 임시적인, 주로 가변적인 표현으로” 규정될 수 있다. 오직 충동적 표현만이 “목소리와 제스처의 리듬”으로서 적절하게 기술될 수 있다. 충동적 표현은 이론적으로는 “상징적인 것”에 앞서며, -정신분석학적으로 고찰할 때- “전 (前) 오이디푸스 시기”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의미 부여의 상징적 상태는 -라캉이 기술한 바 있는- “거울의 단계”로 시작되는 것이다. 가령 어린아이는 자신과 구분되는, 대립적으로 비치는, 자신과 동일한 상을 거울 속에서 처음으로 인식한다. 이때 그는 어머니로부터 구분되는 의식의 진행 과정을 통해 상징적 질서 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바로 이 테티스의 단계에서 주체와 객체 그리고 내부와 외부는 정착된다. 상징적인 것으로 들어서는 시기를 표시하는 파괴는 (아이의 언어 습득 시기로 나타나는데) 어떤 구조주의적 사고 유형 속으로 이전된다. 다시 말해 그것은 언어적 부호 속에 내재해 있다. 적어도 언어적 부호가 “기표 (signifikant)”과 “기의 (signifikat)” 라는 두가지 영역을 결합시키는 한 그러하다. 여기서 두 영역의 이질성으로 인해 상징적인 것은 처음부터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한다.

 

기호적인 것과 상징적인 것은 지금까지 이론적으로 대립하는 것들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크리스테바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외디푸스 이전의 단계, 상징 이전의 단계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실제 경험론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호학적인 것은 “어떤 이상적인, 상징 이전의 직접성을 복구하는 긍정성의 도입”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것은 오히려 -크리스테바에 의하면- 상징적인 것 속에 기능하는 어떤 방식이다.

 

시적 텍스트의 실제는 충동이 기호학적으로 회귀하여 기능하는 특성을 보여준다. 이는 “어떤 지양될 수 없는 변증법”속에 도사린 상징적인 것과 이질적 모순으로서 결합되며, 모든 긍정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작가는 시적 텍스트에서 뜻을 변형시키고, 의미 해체를 통해서 텍스트에다 다의적인 특성을 부여한다. 이렇게 작용하는 텍스트의 실험은 은유, 전이, 입장 변화, 다른 부호 체계로의 이행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모든 의미 부여의 작업은 다양한 부호 체계로의 입장 이전의 작업이다. 그렇기에 어떤 명시화된 대상은 결코 부호와 동일할 수 없다. 그것은 분명히 말해 어떤 관련된 체계의 척도에 따라 일탈되어 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기표 (signifikant)”는 더 이상 어떤 부재하는 “기의 (signifikat)”로부터 파생된 단어가 아니다. 자료, 문장 연결, 이전 가능성 등을 고찰할 때 시적 의미 부여의 기능은 “정착의 (기호학적인) 초월”로서 기술될 수 있다.

 

가령 전위주의의 텍스트 작업은 크리스테바에게는 어떤 미메시스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의미 부여의 과정 속에서 과정의 주체를 창조적으로 기술하기 때문이다. 과정속의 주체는 기호학적으로 충동적인 “구분성”으로부터 혁신적 잠재성을 끌어낸다. 그것은 충동적인 균열된 것으로서 광기 그리고 체제 비판 사이의 위험한 한계를 체득하게 해준다. 크리스테바의 간 (間) 텍스트의 개념은 텍스트 구조주의 문예학에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정신 분석학의 충동과 관련되는) 기호학적인 것의 개념은 현대 페미니즘 문학 이론에서 격렬히 토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