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세계 문화

박설호: (2) 배금주의 비판, 아이티 항쟁과 프랑스 혁명

필자 (匹子) 2023. 8. 18. 11:31

(2) 배금주의 비판, 아이티 항쟁과 프랑스 혁명

- 니콜라스 기옌의 시작품을 중심으로

박설호

 

(앞에서 계속됩니다.)

 

3.

A: 네, 이 작품처럼 정치와 생태를 아우르는 주제를 훌륭하게 형상화한 작품을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기옌의 시에는 주어진 현실의 비인간적 상황에서 살아가는 피억압자의 애환이 상징적으로 용해되어 있습니다.

B: 네 자연은 한편으로는 피억압자들로부터 소외되어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기한 시는 인간 삶의 경제적 측면 때문에 인간이 간과하기 쉬운 소중한 자연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바로 “공기”, “하늘”, “비” 그리고 “땅”이 아닐까요?

 

A: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시어들이 “사다” 그리고 “팔다”와 같은 단어와 의미론적으로 강하게 충돌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독자의 마음속에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게 하지요. 이러한 대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물, 불, 공기, 흙 등은 우주의 본질적 4원소일 뿐 아니라, 현대인들이 망각하고 있는 가장 소중한 생명 자원, 그 자체입니다.

B: “1달라 어치의 생수 임신한 구름”은 참으로 기막힌 비유로군요. 이것들은 돈의 가치로 따지면, 가장 헐값에 얻을 수 있는 사물들이 아닌가요?

 

A: 네, 일반 사람들은 인간의 가장 소중한 자연을 헐값으로 취급하고, 쓸모없는 것들에 대해 너무도 커다란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가치가 전도된 세상이지요. 이로 인해서 나타난 것은 환경의 재앙이고, 생태계 파괴가 아니겠습니까?

B: 소름 돋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작품은 수십 년 이후의 대기 오염을 선취하고 있지요?

A: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돈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새와 꽃을/ 당기는 공기를, 10페소의/ 온화한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어찌 인간이 창공을 소유할 수 있을까요? “2 킬로미터/ 하늘을, 네가 내놓을 수 있는 네 하늘의/ 어떤 부분을” 사고팔 수 있을까요? 누가 “길가 웅덩이의 물을/ 아니면 일마일 바다를, 어쩌면 호수 하나를/ 100달러에” 구매한단 말입니까? 인간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모든 게 희생될 수 있습니까? 땅은 이제 더 이상 “죽은 새들/ 돌로 변한 물고기들, 화산들의/ 유황 흔적을” 매매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B: 이 대목에서 B. 트라벤의 소설, 『백장미』가 떠오르는군요. 작품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의 정유회사는 인디언들이 소유하는 땅 “백장미Rosa Blanca”에 엄청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이 땅을 구매하려 합니다. 인디언들이 이를 거절하자, 정유회사의 직원은 인디언 한 사람을 죽이고 서류를 위조하여 땅을 불법으로 사들입니다. 글을 모르는 하치엔다 추장은 헐값으로 땅을 팔아야 했지요. 그런데 시인 니콜라스 기옌이 어떠한 이유에서 돈과 “땅”을 기묘하게 대비하려고 했을까요?

 

A: 어쩌면 두 가지 문제 때문인지 몰라요. 첫째로 시인은 권력과 금력에 비판의 화살을 겨누고 있습니다.

B: 사실 권력자 그리고 재벌들이 문제지요. 대기를 오염시키고, 물을 더럽히며, 땅을 황폐하게 만들도록 뒤에서 조종하는 자들은 그들이 아닌가요?

A: 네. 가난한 자들이 알면서도 환경 파괴에 동참하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굶주림 때문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생태계 문제를 직시하는 데 악재로 작용하지요. 이와 관련하여 시작품은 다음과 같은 핵심적 질문을 제기합니다. 즉 하늘을 사고파는 문제, 공기와 땅을 사고파는 문제는 과연 굶주림을 떨치는 문제와 동시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가? 하고 말입니다.

 

4.

B: 그것은 참으로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생태주의와 경제발전 사이의 모순에 관해서는 다른 기회에 심도 있게 논의하기로 합시다. 중남미의 혁명 운동을 논의하는 게 어떨까요?

A: 네, 중남미 지역은 -언젠가 체 게바라도 언급한 바 있듯이- 역사적으로 “피로 물든 땅la tierra con sangre”입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로 수많은 원주민이 에스파냐 정복자에 의해 목숩을 잃었습니다. 사망자의 수는 17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천만 명을 넘어설 정도였습니다.

B: 이들 가운데에는 유럽에서 전파된 전염병 때문에 사망하기도 했지요? 신대륙 발견으로 인해 수많은 동식물이 교류되었는데, 끔찍한 전염병이 창궐했다고 들었습니다.

 

A: 16세기에 에스파냐의 신부, 라스 카사스는 힘없는 인디언들보다 차라리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데리고 와서 노동력을 보충하면 어떨까? 하고 카를 5세에게 요청한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말”은 나중에 “씨”가 되고 맙니다. 라스 카사스는 흑인의 인권은 인디언의 인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요청을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B: 아, 아메리카 정복자들은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서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강제로 신대륙으로 이주시켰군요.

 

A: 그렇습니다. 1700년경에 아메리카 정복자들은 아프리카의 콩고 지역에서 약 50만 명의 흑인을 산토도밍고로 이전시켰습니다. 그들은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거대한 노동력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50만의 흑인들 가운데 6만 2천 명이 콩고 왕국의 백성이었습니다. 콩고 출신의 흑인들은 고결한 마음을 지니고, 대부분 고향에서 평화롭게 살던 자연인들이었습니다. 문제는 서인도 제도의 에스파냐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 갈레 선을 타고 이주한 흑인들을 그야말로 노예처럼 혹독하게 부려먹었다는 사실입니다.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들은 하루 14시간 일하면서 비참한 삶을 이어갔습니다.

B: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인디언 비극의 역사는 한마디로 흑인 비극의 역사와 맞물려 있군요. 피델 카스트로가 당시 부패한 바티스타 친미 정권에 대항해서 싸우다가 사회주의 국가를 결성하지 않았습니까?

A: 네. 나중에 체 게바라는 “더 많은 월남을!aún más vietnam!” 하고 외치면서 볼리비아로 향했지요.

 

5.

B: 그렇다면 1960년대 쿠바 혁명의 역사가 중요할 것 같은데, 선생님은 어째서 콩고 18세기에 아이티에서 발생한 콩고 항쟁을 언급하려고 하시는지요?

A: 우리는 혁명의 전개 과정보다는 오히려 혁명의 근원을 파헤쳐야 합니다. 콩고 아이티 항쟁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생한 모든 인종 갈등과 저항 운동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말해주고 있어요. 특히 이 사건은 1789년 프랑스 혁명과 묘하게 결착되어 있습니다.

 

B: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프랑스 사회와 열대 지역 사이의 관련성이로군요.

A: 그렇습니다. 콩고 왕국의 흑인들은 산토도밍고에 도착하는 순간 열대 지역의 섭리가 파괴되는 것을 직감합니다. 그곳에는 강제노동과 착취가 자리하고 있었지요. 그는 노동자들을 규합하여 플랜테이션 구역을 탈출합니다. 나중에 흑인들은 “보두 종교”의 영성의 힘을 바탕으로 식민 통치자에 맞서 싸웁니다. 이로써 생겨난 것이 이른바 콩고 아이티 폭동입니다.

 

B: 아이티에서의 흑인 항쟁은 프랑스 혁명이 발발한 지 3년 후의 시점인 1792년에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콩고 아이티 흑인 항쟁이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타당한가요?

A: 예리한 질문이로군요. 콩고 아이티 항쟁은 1750년부터 약 40여 년 동안 연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하루아침에 발발하여 순식간에 끝난 항쟁이 아니었지요. 가장 격렬한 무장 투쟁이 1792년에 발발했을 뿐입니다. 흑인들의 무장 투쟁에 관한 소식은 그 이전에도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 역시 1799년 7월에 베네수엘라에 도착했을 때, 흑인들의 투쟁에 관한 소식을 이미 숙지하고 있었습니다.

 

B: 그의 탐험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모험이었네요.

A: 그렇습니다. 게다가 신대륙에는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 정치적 분위기는 혼란스럽고 험난했습니다. 모든 것은 훔볼트의 일기에 고스란히 기술되어 있어요. 훔볼트는 흑백 간의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흑백 혼혈인, ”물라토”가 백인과 혼인하는 일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종이 뒤섞이는 게 궁극적으로 인종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B: 말하자면 혼혈 정책이 인종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씀이지요?

 

A: 네, 프랑스 계몽사상가,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 역시 『부갱빌 여행기 보유』에서 이에 관해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디드로는 백인의 영리한 두뇌와 염소의 다리를 지닌 (육체적으로 강인한) 혼혈인 “크레올”이 세상에서 가장 바람직한 인간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백인의 두뇌를 무조건 우수하다고 단언한 데에서 디드로의 백인 우월주의가 엿보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