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세계 문화

박설호: (1) 배금주의 비판, 아이티 항쟁과 프랑스 혁명

필자 (匹子) 2023. 8. 18. 11:31

배금주의 비판, 아이티 항쟁과 프랑스 혁명

- 니콜라스 기옌의 시작품을 중심으로

박설호

 

   1.
B: 이번에 선생님은 쿠바의 시인, 니콜라스 기옌 (Nicolàs Guillén, 1902 - 1989)의 시 「너는 할 수 있니?」를 선택하였습니다. 왜 하필이면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요?
A: 이 작품은 한마디로 돈과 삶을 둘러싼 문제의 본질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기옌의 시는 혁명의 본질적 의미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모든 혁명은 아래로부터 위로 향하는 저항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는 “자유, 평등, 동지애”를 프랑스 혁명의 구호로 알고 있지만, 그 뿌리는 아이티 항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에 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B: 니콜라스 기옌은 우리에게는 매우 생경한 시인입니다, 잠시 소개해주시지요.
A: 네, 니콜라스 기옌은 흑백 혼혈인 “물라토 (Mulatto)”인데, 일찍이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역주 - 남아메리카 지역의 혼혈인들은 세 가지로 분류다. 흑백 혼혈은 물라토(Mulatto)이며, 인디언과 백인의 혼혈은 메스티소(Mestizo)이고, 인디언과 흑인의 혼혈은 치노(Chino)라고 일컫는다.)  그는 평생 에스파냐의 언어로써 아프리카의 영혼과 특유한 토속 문화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쿠바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오랫동안 미국에 의존하던 섬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에스파냐 출신의 저널리스트였고, 어머니는 흑인 여성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느 정치적 투쟁에 가담하다가, 쿠바 군인에 의해 사살당했습니다. 기옌은 1920년부터 법학을 공부했는데, 신문방송학으로 전과하였습니다. 1936년 에스파냐 내전이 발발했을 때 국제 작가 동맹에 참여차로 에스파로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B: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에스파냐와 쿠바라는 두 개의 이질적인 문화가 기옌 시인의 몸과 마음에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후에는 어떻게 살았는지요?
A: 1940년에 기옌은 다시 쿠바로 돌아와서 문학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였습니다. 미국으로 여행하려 했으나, 반정부적인 활동으로 인하여 입국이 거부되어, 중국, 남아메리카 그리고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1953년 칠레에서 귀국하려고 서류를 제출했을 때, 기옌의 입국이 거부당했습니다. 체제 파괴적 요주의 인물이라는 게 입국 거부의 이유였습니다. 

 

B: 말하자면 그는 본의 아니게 칠레에서 망명 생활을 보냈군요.
A: 그렇습니다. 그가 다시 조국의 땅을 밟게 된 때는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 사회주의 혁명을 실현한 1958년이었습니다. 당시에 친미 세력의 바티스타 정권이 카스트로의 게릴라 군대에 패망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니콜라스 기옌은 쿠바 작가 동맹의 회장으로 오래 일했습니다.
B: 기옌의 파란만장한 삶은 쿠바 혁명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군요. 오늘 우리가 다루려고 하는 시 가운데 하나인 「할수 있니¿Puedes?」는 공교롭게도 1960년에 발표된 것입니다. 부패한 쿠바 사회를 바로잡으려는 여러 가지 정책이 추진될 시점의 작품이어서 더욱 의미심장할 것 같은데요
A: 네, 이 작품은 자본주의에 대한 전쟁 선포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라는 거미줄 엉킨 거미들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마치 “눈이 먼 거미”처럼 자주 다음의 사실을 간과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장 귀중한 가치를 망각한다는 사실입니다.
B: 자본주의에 대한 전쟁 선포라니 참으로 섬뜩하군요.

   2.
A: 시적 함의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에 비하면 시적 표현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 물, 우리가 은연중에 만나는 나무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꽃향기, 숲에서 새 울부짖는 소리 그리고 비 온 뒤의 나무 썩는 냄새 사이로 피어오르는 버섯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것들은 인간 삶에 있어서 참으로 소중한 것들인데, 일상의 삶은 이것들을 망각하게 합니다.

너는 나에게 공기를 팔 수 있겠니? 손가락 사이로,
너의 얼굴로 부는, 너의 머리칼을 헝클리게 하는 공기를?
어쩌면 너는 내게 5페소의 바람을 팔 수 있을 거야,
아니 더 많은 어떤 거대한 폭풍을?
너는 내게 온화한 공기를
팔 수 있겠니? 공기를
(모두를 위한 게 아니라도) 너의 정원,
너의 정원에서 새와 꽃을
당기는 공기를, 10페소의
온화한 공기를.

공기는 빙글 돌아
나비와 유희하고 아무도
그걸 가질 수 없어, 아무도.

¿Puedes venderme el aire que pasa entre tus dedos/ Y te golpea la cara y te despeina?/ ¿Tal vez podrías venderme cinco pesos de viento,/ O más, quizás venderme una tormenta?/ ¿Acaso el aire fino/ Me venderías, el aire/ (No todo) que recorre/ En tu jardín corolas y corolas,/ En tu jardín para los pájaros,/ Diez pesos de aire fino? // El aire gira y pasa/ En una mariposa./ Nadie lo tiene, nadie.

너는 나에게 하늘을 팔 수 있겠니?
파란 하늘 혹은 잿빛,
너의 정원과 함께 어느새 네가 팔아치운
하늘 한 자락, 너는 믿고 있니?
누군가 집 딸린 처마를 사듯이 그렇게.
너는 나에게 일 달라 어치의
하늘을 팔 수 있겠니?, 2 킬로미터
하늘을, 네가 내놓을 수 있는 네 하늘의
어떤 부분을?

하늘은 구름 뒤에 있지.
구름은 높이 스쳐가지. 아무도
그걸 가질 수 없어, 아무도.

¿Puedes venderme cielo,/ El cielo azul a veces,/ O gris también a veces,/ Una parcela de tu cielo,/ El que compraste, piensas tú, con los árboles/ De tu huerto, como quien compra el techo con la casa?/ ¿Puedes venderme un dólar/ De cielo, dos kilómetros/ De cielo, un trozo, el que tú puedas,/ De tu cielo? // El cielo está en las nubes./ Altas las nubes pasan./ Nadie las tiene, nadie.

너는 나에게 비를 팔 수 있겠니? 너의
눈동자에서 흘러 혀를 적시는 물을?
너는 나에게 일 달라 어치의
생수를 팔 수 있겠니? 임신한 구름,
어미 양처럼 폭신하고 부드러운 물을,
혹은 산 속에 내리는 비를,
아니면 개들에게 내 던져진
길가 웅덩이의 물을?
아니면 일마일 바다를, 어쩌면 호수 하나를
100달러에 팔 수 있겠니?

물은 아래로 떨어져 흐르지,
물은 흘러서 고이지. 아무도
그걸 가질 수 없어. 아무도.

¿Puedes venderme lluvia, el agua/ Que te ha dado tus lágrimas y te moja la lengua?/ ¿Puedes venderme un dólar de agua/ De manantial, una nube preñada,/ Crespa y suave como una cordera,/ O bien agua llovida en la montaña,/ O el agua de los charcos/ Abandonados a los perros,/ O una legua de mar, tal vez un lago,/ Cien dólares de lago? // El agua cae, rueda./ El agua rueda, pasa./ Nadie la tiene, nadie.

너는 나에게 땅을 팔 수 있겠니? 뿌리들이
파묻힌 역사의 깊은 밤, 거대한 공룡의
이빨들과 멀리 파묻힌 해골의
흩어진 가루를 팔 수 있겠니?
너는 나에게 파묻힌 숲을 팔 수 있겠니? 죽은 새들
돌로 변한 물고기들, 화산들의
유황 흔적을, 10 억년 동안 지속된
역사를 팔 수 있겠니? 너는 나에게
땅을 팔 수 있겠니? 너는 나에게
땅을 팔 수 있겠니, 정말?

너의 땅은 또한 내 땅이야.
만인의 발이 그걸 디디지. 아무도
그걸 가질 수 없어, 아무도.

¿Puedes venderme tierra, la profunda/ Noche de las raíces; dientes/ De dinosaurios y la cal/ Dispersa de lejanos esqueletos?/ ¿Puedes venderme selvas ya sepultadas, aves muertas,/ Peces de piedra, azufre/ De los volcanes, mil millones de años/ En espiral subiendo? ¿Puedes/ Venderme tierra, puedes/ Venderme tierra, puedes? // La tierra tuya es mía./ Todos los pies la pisan./ Nadie la tiene, nadie.  (박설호 역) 

(역주 - Nicolás Guillén: Gedichte Frankfurt am Main : Suhrkamp, 1982, S. 78.)


B: 스케일이 큰 작품이군요.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