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회심리론

서로박: (2) 라이히 금지된 유희와 허용된 굴레

필자 (匹子) 2023. 5. 31. 08:39

9. 성격갑옷, 물리적 심리치료로서의 식물 치료: 라이히의 물리적 심리 치료는 식물에게 나타나는 생장의 흐름에 관한 오스트리아의 병리학자 프리드리히 크라우스의 이론을 계승한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든 간에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합니다. 이로 인하여 생겨나게 되는 것이 인간 심리의 성격 갑옷입니다. 마치 소라가 외부의 위험과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고동을 자신의 갑옷으로 사용하듯이, 인간 역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성격 갑옷을 착용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노이로제를 앓든 정신분열증을 앓든 간에 이러한 성격 갑옷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심리적 방어를 위한 신드롬과 관계됩니다.

 

그렇다면 심리적 방어 신드롬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무성 생식asexual reproduction”의 치료와 관련되는 심리적 물리 치료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합니다. 환자는 이를테면 흥분, 증오심, 슬픔, 역겨움, 고통, 두려움에 의한 절망 등과 같은 감정을 숨기고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몸을 부들부들 떨거나, 눈물을 흘리고, 몸을 때리는 등 자신의 감정을 육체 밖으로 표현하고 배출하게 된다면, 환자는 일차적으로 충격 내지 억압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환자의 육체 속에 차단된 채 저장된 에너지는 이차적으로 밖으로 배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0. 라이히, 프로이트의 언어 중심의 치료 방법을 뛰어넘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에 근거한 치료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기억을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환자는 꿈 그리고 백일몽으로 은근히 드러난 자신의 문제점을 기억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프로이트는 치료사와 환자 사이의 신체적 접촉을 처음부터 금지하면서 오로지 언어만을 중시했습니다. (Reich 1982: 106f). 가령 자신의 제자이자 아나키스트인 오토 그로스Otto Gross가 치료를 위해서 환자와 키스를 나누고 심지어 섹스 요법까지 마다하지 않았을 때, 프로이트는 매우 불쾌함을 드러내며, 정신 분석학이 이런 식으로 남용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Laska: 159). 이는 산도르 페렌치와의 편지 교환에서 인용되고 있습니다. (Ferenczi 2004: 267).

 

프로이트의 이러한 방식은 정신분석의 연구를 오로지 언어의 처방으로 국한시키게 작용했습니다. 이를테면 프로이트의 제자, 자크 라캉이 모든 심리학적 병리현상을 오로지 언어와 언어에 근접한 부분에서 찾으려 했다면, 라이히는 언어 외적인 영역, 즉 생물학에 근거하는 육체적 특성에서 환자의 심리적 하자를 밝히려고 했습니다. 즉 환자는 자신을 억누르는 감정을 어떻게 해서든 육체적으로 표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치료사는 환자의 경직된 근육을 마사지해주고, 때로는 깊이 그리고 빨리 호흡하기를 요구합니다. 이런 식으로 직접 환자의 육체에 직접적인 자극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환자는 심리적 외상을 분명히 기억해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치료사는 환자의 억압된 정서 속으로 침투하여 그의 내면에 자리한 응어리져 있는 감정의 콤플렉스를 해방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환자가 심리적으로 건강을 되찾으려면 무엇보다도 감정, 육체적 자극 그리고 뇌의 작용 등의 세 가지 사항이 삼위일체로 유기적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게 라이히의 지론이었습니다.

 

11. 다시 성격 갑옷: 라이히에 의하면 대부분의 환자는 성격 갑옷을 걸치고 있습니다. 마사지 혹은 신체적 접촉을 통해서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면,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납니다. 그 하나는 식물의 경우처럼 갇혀 있는 생장 에너지가 해방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환자가 충동이 억압되고 신경 조직이 차단되게 한 끔찍한 상황을 기억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근육이 경직된 상태로 뭉쳐 있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 혹은 누군가가 당사자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치료사는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 내지 자극을 육체적으로 표출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육체적으로 도출해내는 것 – 이것이야 말로 성격 갑옷을 벗어던지게 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입니다.

 

라이히는 오늘날 이른바 “바이오피드백 Bio- Feedback”이라는 방식, 다시 말해서 두려움에 관한 사고를 조절함으로써 노이로제 환자를 치료하는 방식을 마침내 찾아내게 됩니다. 환자는 호흡과 신체 압박을 통해 마구 울부짖음으로써 근육의 무장을 풀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환자는 심리적 경직 상태에서 완전히 일탈하게 됩니다. 이것은 특히 강박증 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라이히는 환자의 발가벗은 몸에다 전선을 연결시켜, 생 에너지의 흐름을 추적하는 실험을 계속하였습니다. 이른바 상식에서 벗어난 “부도덕한” 실험으로 인하여 노르웨이 정부는 그를 타국으로 추방합니다.

 

12. 멋진 신세계: 새로운 세계, 미국은 라이히에게는 결코 멋지지 않았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라이히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감추어져 있는 진리와 거짓 사이에서 진실만 가려내려는 그의 작업은 수많은 반발과 음해를 동반하였습니다. 특히 밝혀진 진리가 지금까지 상식적으로 인정받은 학문적 통념을 부정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이럴 경우 사람들은 새롭게 밝혀낸 진리를 진리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해당 연구자의 학문적 의도를 의심하고 그를 매도합니다. 라이히가 밝혀낸 진리는 무척 슬픈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성적 억압은 인간 동물을 심리적으로 병들게 할 뿐 아니라, 비민주주의의 노예를 양산시킨다는 억압 가설은 실로 놀랍고도 슬픈 진실이었습니다. 더욱이 20세기는 정신병자를 여전히 악마, 혹은 마녀에 신들린 자로 치부하는 멋진 과학 기술의 시대가 아닌가요? 게다가 미국의 사회적 관습은 청교도적 보수주의로 팽배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라이히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소수의 심리학자들은 뒤늦게 1945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간행된 라이히의 『성격 분석Charakteranalyse』을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13. 여섯 가지 하자를 지닌 성격 (1): 라이히는 1933년부터 『성격 분석』이라는 방대한 책을 집필했습니다. 자고로 성격은 필자의 표현에 의하면 성의 격식 (格式)입니다. 가령 인간의 오욕칠정이 사회적 삶에서 그리고 사랑의 삶에서 성격이라는 감정의 통풍구를 통해서 흡입되고 배출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그렇기에 성격은 특히 사랑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성격 분석에 서술되어 있는 모든 방대한 사항들을 요약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우리는 하자를 지닌 인간의 여섯 가지 성격을 약술하기로 합니다.

 

첫 번째는 “팔루스Phallus”의 나르시스의 성격을 가리킵니다. 환자는 남성적 기질을 지닌 어머니의 영향으로 애정으로 인한 흥분을 강하게 느끼지 못합니다. 그는 대체로 여성을 비하하는 경향을 지니면서, 일부 동성애의 성향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유형의 인간은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피하는 대신에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경향을 드러냅니다. (Reich 1970: 272). 두 번째는 수동적 여성적 성격의 소유자를 가리킵니다. 구강기의 시기에 근엄한 어머니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아이는 스스로 움츠러들면서 수동적이고 여성적인 태도를 취하기 마련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버지가 완강하여 아이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을 은폐해야 합니다. 불편하지 않게 생활하기 위해서 아이는 고분고분한 여성의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14. 여섯 가지 하자를 지닌 성격 (2): 세 번째는 남성적 공격성향을 지닌 성격을 가리킵니다. 이는 여성에게도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강인한 아버지는 딸에 대한 따뜻한 애정 표현을 거부함으로써 딸의 여성적 특성이 발달하지 못하게 작용합니다. 그렇기에 딸은 사랑 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아버지의 강인함만을 체득하여, 실생활에서 이를 재현시킵니다. 네 번째는 히스테리의 성격을 가리킵니다. 이는 일부 여성들에게 드러나는 증상입니다. 아버지는 딸을 사랑하지만, 드물게 자신의 사랑을 어색한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사랑은 여성들에게 차단되고, 성욕은 왜곡된 형태로 표현됩니다. 이것이 바로 히스테리 증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령 이반 투르게네프Ivan Turgenev의 「첫사랑」의 여주인공 치나이다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혼란스러운 행동이라든가, 블라디미르 나고코브Vladimir Nabokov의 소설 『롤리타Lolita』(1955)에서 여주인공을 드러내는 교태 등은 히스테리 증상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가령 아름다운 처녀, 롤리타는 사랑이 무엇인지, 성이 무엇인지 모르는 척 행동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필자의 『서양문학 속의 호모 아만스』에서 다시 언급될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강박의 성격을 가리킵니다. 강박증 환자 가운데 의외로 근엄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부모는 단정하게 옷을 입고, 주위 환경을 더럽히지 말라고 끊임없이 잔소리합니다. 이를테면 청결을 강요받고 자라난 아이에게는 아예 성에 관심을 기울일 겨를이 없습니다. 마음속에는 폭력과 사디즘의 증오가 끓어오르지만, 언제나 꾹꾹 참고 지냅니다. 게다가 근엄한 사회의 질서 메커니즘은 이러한 사람들의 가학적 충동을 더욱더 억누르게 합니다.

 

강박증 환자의 경우 초자아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초자아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항상 목표 지향적으로 행동하는데, 이로 인하여 주위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이 현저하게 뒤떨어져 있습니다. (슈미트바우어: 68). 여섯 번째는 마조히즘의 성격을 가리킵니다. 자의식이 결여된 사람들이 이들에 속하는데, 자기 비하 내지 왜소화의 성향을 드러냅니다. 마조히즘의 성격을 지닌 인간에게는 성취 욕구가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성적으로 긴장하지 못하며, 성욕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