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회심리론

서로박: (4) 라이히 금지된 유희와 허용된 굴레

필자 (匹子) 2023. 6. 3. 11:19

(앞에서 계속됩니다.)

 

21. 감정의 페스트, 조현병: 특히 우리가 관심을 지녀야 하는 것은 정신분열증 (조현병)에 관한 라이히의 연구입니다. 미리 말씀드리건대 “감정의 페스트”라고 불리는 정신 질환은 신생아에 대한 보육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합니다. 신생아가 태어나면, 그의 몸은 주위의 수많은 환경에 의해서 자극을 받습니다. 이러한 자극을 통해서 신생아의 신체는 반응하게 되는데, 이와 병행하여 반응하는 것은 인간의 신경 조직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신체 발달과 심리 발달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생아의 신경 조직의 반응의 조절입니다.

 

한 인간의 바람직한 심리의 발전은 바로 이러한 영유아의 발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환경적 영향을 받게 됩니다. 물론 정신분열증에 관해서 아직도 연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영유아기에 인간이 심신의 발달 과정에서 신경 조직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이후의 시기에 스스로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심리적 외상을 받게 되면, 이는 결국 정신 분열증을 유발시키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 놀라운 견해를 밝힌 사람으로서 우리는 빌헬름 라이히 외에도 교육자이자 치료사인 루돌프 슈타이너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22. 라이히의 이론과 정신질환: 라이히의 이론은 차제에 우리에게 어떠한 기대 효과를 가져다줄까요? “성의 억압은 심리적으로는 정신 질환을 유발하며, 사회적으로는 권위적 사도마조히즘의 인간형을 양산하고 있다.”는 라이히의 주장은 한국 사회 내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성교육의 문제, 일부일처제의 성윤리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 정신질환에 대한 치유와 사회적 시각 그리고 억압과 복종만을 고집하는 강제적 성 윤리 등은 인간 동물이 심사숙고하여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고로 라이히의 오르가슴 이론은 결코 외면당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그 자체 음란한 학설로 매도되어서도 안 됩니다. 나는 성에 관한 논의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간주하거나 이를 외면하는 고매한 학자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이들은 성 문제를 논한다는 자체를 신성한 학문적 권위에 위배되는 무가치한 일이라고 내심 믿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이들은 자기가 억압당하고 힘들게 살아온 만큼 젊은 사람들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친척 가운데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가 없어서 이해의 폭이 좁기 때문일까요?

 

23. 지금 여기서 갱생하기. (1): 라이히의 이론은 옳든 그르든 간에 남한 사회의 성도덕을 어느 정도 유연하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라이히를 통해서 한 가지 사항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서 새롭게 출발하는 긍정적 사고방식입니다. 이것은 새롭게 더 훌륭하게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갱생”이며, “부활”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이를테면 서양 문화에는 동양문화와 비교할 때 몇 가지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들 가운데 하나는 서양인들이 학벌과 성적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무슨 대학을 나오고 무슨 자격증을 땄는가? 를 많이 따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학이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게 아니라, 능력 배양과 사람 됨됨이를 학습하는 일입니다. (김상봉: 190). 사랑과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사랑의 삶에서 크고 작은 실패를 겪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 실패에 관해서 제 삼자가 시시콜콜 지적하는 것은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악한 짓거리입니다. 이를테면 한 여자가 여섯 번 결혼하고 일곱 번 재혼해도 유럽에서는 이를 “과거에 내린 눈”이라고 여기고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그미를 과거 많은 여자라고 비아냥거립니다.

 

24. 지금 여기서 갱생하기 (2):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할까요? 그것은 지금 여기서 내가 바로 그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끔찍한 불행에 대한 기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살겠노라는 적극적 자세가 더 중요한 일인지 모릅니다. 과거에 겪었던 심리적 상처로 인하여 현재 삶을 망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역경을 겪은 사람들에게 갱생의 길이 주어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과거에 참으로 죄 많은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선하게 살기로 누군가 결심한다면, 우리는 『죄와 벌』에 등장하는 소냐에게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 과거를 완전히 무시해도 안 되겠지만, 과거의 아픔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삶을 힘들게 만들지요. 마지막으로 호모 아만스의 자세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목숨을 다할 때까지 끊임없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발돋움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참혹한 기억은 어떻게 해서든 극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 문헌

 

- 김상봉 (2004): 학벌 사회, 한길사.

- 도스또예프스키, 표도르 (2009): 죄와 벌, 2권, 홍대화 역, 열린책들.

- 라이히, 빌헬름 (2005): 오르가즘의 기능. 도덕적 엄숙주의에 대한 오르가즘적 처방, 윤수종 역, 그린비.

- 라이히, 빌헬름 (1987): 파시즘의 대중심리, 오세철 외 역, 현상과 인식 1987. 이 책은 최근에 다시 새롭게 변역되어 간행되었다. 빌헬름 라이히 (2006): 파시즘의 대중심리, 황선길 역, 그린비.

- 블로흐, 에른스트 (2004): 희망의 원리, 5권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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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üller, Ludwig Robert (1933): Die Einteilung des Nervensystems nach seinen Leistungen, G. Thieme, Stuttgart.

- Reich, Wilhelm (1992): Leidenschaft der Jugend. Eine Autobiographie 1897 – 1922, Köln.

- Reich, Wilhelm (1982): Die Funktion des Orgasmus (1927). Revidierte Fassung: Genitalität in der Theorie und Therapie der Neurose/Frühe Schriften II, Köln

- Reich, Wilhelm (1970): Charakteranalyse. Erweiterte Fassung, Köln.

- Sharaf, Myron (1994): Wilhelm Reich. Der heilige Zorn des Lebendigen. Die Biographie, Berlin.

- Trilling, Lionel (1955): Freud and the Crisis of our Culture, Bos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