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서로박: 프리스의 '비행선' (2)

필자 (匹子) 2022. 6. 5. 10:38

(앞에서 계속됩니다.)

 

친애하는 F, 소설의 내용이 어떠했는지요? 물론 소설의 줄거리를 일직선적으로 이어나가는 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특히 우리가 주의해야 할 사항은 다양한 소설의 관점입니다. 소설의 관점은 세 가지로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폴로니아는 자신의 아버지를 회고하면서 그의 구체적 삶을 서술합니다. 이를테면 슈탄네바인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라든가 비밀스런 이야기들은 그미에 의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폴로니아가 보수적 시민주의 내지 소시민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슈탄네바인에 대한 그미의 시각은 온건하고, 우호적입니다. 이에 반해서 손자인 소설적 화자인 치코는 할아버지의 어정쩡한 정치적 태도를 비판적으로 논평합니다. 슈탄네바인은 비정치적인, 아니 반정치적인 태도를 고수하다가 에스파냐의 프랑코 정부군 내지 독일의 나치에 철저하게 이용당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비하면 주인공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우호적이지도 않으며 악의적이지도 않습니다. 물론 작가는 자신의 아이들인 레나, 봅 그리고 미하를 염두에 두면서, 슈탄네바인의 유고에 담긴 거짓된 사항을 비판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의 비판적 관점은 역사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에 입각해 있습니다. 작가는 한편으로는 슈탄네바인이 바보, 몽상가 그리고 발명가로 살아갔다는 점에서, 에스파냐의 악한 소설의 주인공의 면모를 지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작은 거인의 꾀 내지 술수”를 지니지 못했음을 한탄합니다. 그는 과거의 세계를 정확히 통찰하지 못하는 관계로 어떠한 새로운 세계도 설계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그의 망상은 어쩔 수 없이 종이배의 상으로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공의 장단점에 어떻든 간에, 소설의 삼차원적 관점은 독자로 하여금 한 인간의 과거사에 대한 객관적 거리감을 견지하게 해줍니다.

 

상기한 바와 같이 관점의 다양성으로 인하여 슈탄네바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손자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슈탄네바인을 도피자로 규정합니다. 주인공은 “비행하는 인간은 지상의 궁핍함을 떨칠 수 있다.”고 순진하게 생각했습니다. 손자는 자신의 할아버지의 시민주의의 세계관 그리고 그의 정치적 둔감함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그렇지만 슈탄네바인은 소설의 화자의 관점에 의하면 다른 한편 주인공을 “사회적 제약과 장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열망을 실현하려고 노력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주어진 사회의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이 한 개인을 억압하고 구속한다고 하더라도 주인공은 자신이 행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자유를 실천했다고 합니다. 작가 프리스는 나중에 이 작품을 직접 시나리오로 개작했는데, 시나리오에서 주인공 슈탄네바인은 마지막에 되젠 Dösen의 정신 병원에 수감되고 맙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영화 『비행선』은 라이너 시몬 감독의 연출로 제작되어 1983년 3월 17일에 구동독에서 처음으로 상연된 바 있습니다.)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는 현재 베를린 근교의 페터스하겐에서 살다가 2014년 사망했다.

 

또 한 가지 생략될 수 없는 것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그의 조수의 관계입니다. 첫째로 프리스의 작품의 배경은 세르반테스의 그것을 유추하게 합니다. 이를테면 주인공의 사업 파트너인 레빈과 쉬테는 슈탄네바인이 작성한 “위험한 문헌”을 찾으려고 마틸데의 별장을 마구잡이의 수색작업을 벌이는데 (212쪽 이하), 이는 세르반테스의 작품에 묘사된 놀라운 도서관의 장면과 무척 유사합니다. 둘째로 작품의 인물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인물과 비교될 수 있습니다. 『돈키호테』의 경우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소설에 전개되는 과정에서 제각기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끼칩니다. 산초 판사는 처음부터 현실주의자의 시각을 견지하고 돈키호테의 망상을 기이하게 여기지만, 나중에는 그가 어째서 시대착오적으로 행동하는가를 이해하고, 어떤 더 나은 무엇에 대한 동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다른 한편 돈키호테는 산초 판사의 영향으로 죽기 직전에 현실감각을 되찾으면서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후회합니다.

 

그렇지만 『비행선』의 경우는 이와는 약간 다릅니다. “창공의 기사” (261쪽), 슈탄네바인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소리귀에타의 영향을 받고 어느 정도 현실 감각을 되찾는 반면에, 소리귀에타는 주인공으로부터의 어떠한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확고한 정치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옳든 그르든 간에 마지막에 이르러 소련으로 망명을 떠날 정도로 사회주의 신념을 실천에 옮기는 인물입니다.

 

친애하는 F, 마지막으로 한 가지 사항만 덧붙이기로 하겠습니다. 『비행선』에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서 우리는 장 파울의 작품을 거론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비행사 지아노초의 운항 일지 Des Luftschiffers Giannozzo Seebuch』(1800)을 가리킵니다. 장 파울의 작품은 맨 처음 그의 대표적 장편인 『거인 Titan』의 부록으로 발표되었는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접하고 찬탄을 금치 않았습니다. 지아노초는 사회로부터 소외된 삶을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비행선을 타게 됩니다. 이때 그는 자신이 창공에서는 멋지게 살지만, 지상에서는 역겹게 생활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비행을 계속하다가, 비행선은 어느 지역에 착륙하게 되는데, 그곳은 공교롭게도 전쟁터였습니다. 그곳에서 지아노초는 절도범으로 몰려 체포됩니다.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은 자신의 운항일지에 기록됩니다. 결국 주인공은 비행선의 추락으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