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블로흐: 셸링과 물질 (1)

필자 (匹子) 2022. 3. 19. 09:31

젊은 시절의 셸링은 생명력을 지닌 자연의 부호를 언급했습니다. 하나의 원래 소재는 셸링에 의하면 스스로를 창조하면서 어떤 고유한 생명을 확장해 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시절에 괴테의 친구였기도 했던 셸링은 형형색색의 시적인 상을 풍요롭게 갈구했습니다. 그는 피히테가 고찰했던 낯설기 이를 데 없는 비-자아라든가 잘려진 목재 대신에, 꽃들, 나무들, 여러 가지의 숲이라든가 자연 곳곳에 드러난 놀라운 형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러한 형상들은 인간의 고유한 에너지와 무척 근친한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경직되어 있는 자연을 그야말로 양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셸링은 그들과는 다리 자연을 물체 이전의 강으로 고찰했습니다. 자연은 힘차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창조적인 물줄기라는 것이었지요, 자아가 비-자아와 조우할 때 반드시 내면을 성찰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셸링은 직관적으로 자연 자체가 출토해내는 만물이 그야말로 찬란한 생명의 힘을 지닌다고 여겼습니다. 1801년까지 이어지는 셸링의 초기 저작물들은 오로지 자연이 산출하고, 발효하는 등의 행동 그리고 과정 등을 수미 일관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것은 물질이 지향하는 길이며 방향을 가리킵니다. 셸링은 근원적 행위의 놀라운 에너지로부터 물질이 비롯하며, 수많은 사물들을 당기고 밀치는 과정을 통해서 끝없이 생성시키게 한다는 것을 서술하였습니다. 이때 셸링은 모든 객체의 내부를 독자의 눈앞에 가져다준 셈입니다.

 

셸링은 물질을 보다 명징하게 밝혀낼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자연에는 어떤 전혀 다른 방식의, 초감각인 이유가 내재해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물질은 처음부터 스스로 어떤 역동적이며 생명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셸링은 세상의 모든 사물이 바로 이러한 물질에 의해서 스스로 산출된다고 파악하였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열정적인 문장 속에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밝히고 있는데, 이 역시 모태로서의 산출 가능한 물질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것입니다. 셸링은 단순히 사고 행위가 아니라, 사고 속의 자발적 특성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셸링은 자연의 우선권을 강조하며, 자연 객체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객체의 생산을 계속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초감각적인 행위는 한마디로 주체가 객체로 다가가기 위한 과정인데. 이것이야 말로 셸링에 의하면 자연의 지속적인 행위이며, 혹은 자연이 원래 지니고 있는 생산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연은 이러한 생산의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객체들 (생산물들)을 산출해낸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칸트의 철학 초감각적 방법론이 셸링에 의해서 전복되어 있으며, 보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칸트는 인식론의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집니다. 주체가 어떻게 객체로 변하게 되는가? 이에 대해 셸링은 다음과 같이 반문합니다. 객체가 어떻게 주체로 변하게 되는가? 말하자면 셸링은 물질이 발전사의 관점에서 어떻게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가를 물었던 것입니다. 인식 이론의 근본적 질문이 이런 식으로 전복됨으로써 셸링의 자연 철학의 유형이 생겨나게 됩니다. 즉 셸링 사상의 기본적인 질문은 중력으로부터 생명의 빛으로 향하는 문제, 내지 의식의 중요성에 관한 문제가 됩니다. 이로써 셸링이 중시하는 초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논증은 정확한 논리에 따라 물질의 어떤 역동적인 이론으로 이어집니다. 셸링은 피히테와 마찬가지로 물리 역학적 차원에서의 당김과 밀침이라는 칸트의 이론을 체득하여, 이를 진정한 자연과학의 여명이라고 찬양하였습니다.

 

가령 끌어당기는 일과 밀치는 행위는 직관 그리고 자연 속에 도사리고 있는 기본적인 에너지라는 것입니다. 밀침의 행위는 물체를 하나의 점에서 사통팔달로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공간을 형성하게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당김의 행위는 다만 어떤 유일한 방향 속에서 흘러나가는 하나의 점을 생산해낸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셸링에 의하면 시간과 관련된다고 합니다. 당김과 밀침은 함께 작용하는데, 이러한 작용은 셸링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을 가득 채우게 합니다. 말하자면 물질은 이러한 두 가지 작용으로써 하나의 종합을 이루어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써 셸링은 과히 대담한 시도를 개진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피히테의 지식학에서 언급되는 기본적 에너지를 칸트의 (형이상학의 출발의 토대에서 다룬 바 있는) 자연과학의 이론과 결부시키는 것은 과히 놀랍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셸링은 물질이 원자들로 구성되었다고 하는 이른바 원자 이론을 거부합니다. 원자 이론은 셸링에 의하면 “느슨하기 이를 데 없는 철학적 상상”이며, 단순한 경험적 관찰에 의한 결론이라고 합니다. 물질에 대한 경험론적인 관찰 방법은 형이상학에서 거론되는 탈감각적인 방법과는 달리 자연을 오로지 하나의 대상으로 고찰하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원자는 셸링에 의하면 결코 물질의 건축 자재로서의 돌멩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셸링은 자연의 주요 성분으로서 오로지 얼마나 강한 에너지를 지니는가? 하는 긴장도, 당김과 밀침이라는 이원성, 이러한 이원성에서 비롯하는 양극성 등을 언급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원성이란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상호 작용을 반복하는 당김과 밀침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얼마든지 유추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셸링이 살았던 시대 사람들은 유독 감각과 현상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셸링은 밀침의 행위를 단순히 물질의 관점에서 파악하지 않고, (신의 이념에서 비롯하는) 어떤 원심력에 의한 “낙하”로 확장시켜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셸링의 초기 사상을 고려할 때 모든 현존재는 아직 비감각적이며 정신적인 무엇으로 안정화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셸링은 물질은 “오로지 자신의 행위를 통해서 균형을 맞추고 있는 정신”이라고 예리하게 투시합니다. 그는 특히 라이프니츠의 사상을 소환해내어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려고 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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