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글

푸틴, 자신의 묘혈을 파는 불쌍한 독재자

필자 (匹子) 2022. 2. 22. 17:01

드디어 푸틴이 동부 우크라이나를 집어삼키려는 의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곡창 지역이라, 식량이 풍부하고,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그리고 외교적으로 서남부 방향으로 진출하기에 적합한 지역입니다. 사실 러시아는 2015년에 크림반도를 합병시킨 다음에 우크라이나의 동부 지역을 야금야금 복속시킬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습니다. 맨 처음 시도한 것은 유럽 여러 나라와 석유 그리고 천연가스 공급을 위한 경제 협정이었습니다. 러시아가 경제적인 문제로 서방의 목을 조이면, 동부 우크라이나는 이전의 크림 반도의 합병 당시만큼 수월하게 러시아에 복속되리라고 푸틴은 진단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나토의 국가들이 이를 제재하자, 푸틴은 지금까지 회담을 진척 시켰지만, 애초에 타협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사실 러시아는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석탄과 석유 그리고 천연가스의 수출만으로 미래의 러시아 경제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거대한 대륙, 지하자원 그리고 소련 시절로부터 이어온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래의 첨단 산업을 위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가 바로 러시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토의 확장을 통한 사회적 간접자본의 확충만이 최선이라고 러시아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나토가 막강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전면전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푸틴은 믿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돈바스 지역인 도네츠크, 루한스크 그리고 하르키프만큼은 복속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70년대 베트남의 정세와 매우 흡사합니다. 당시 베트남에서는 정규군과 인민 해방군이 전선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는 친 러시아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규군 사이의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벨라루시 군대가 정규군의 보급 부대의 도로를 차단하는 동안, 러시아 탱크가 우크라이나 군대로 향해 돌진하면, 승산은 러시아에게 있을 것입니다. 물론 나토 국가가 대대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그러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대다수의 인민은 전쟁을 바라지 않으며, 군대 역시 외국의 병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반해 러시아와 벨라루시의 군대 체제는  완벽하게전투 체제를 갖춘 채 공격 명령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두 개의 공화국 출범을 용인하고 이를 문서로 남겼습니다. 민약 도네츠크 그리고 루한스크 지역에 두 개의 공화국이 공표되는 한, 나토는 국제법상으로 동부 지역에 진출하는 러시아 군대를 공격할 근거는 희박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필자는 다른 글을 통해서 3월 초에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고 미리 암시한 바 있는데, 아마도 러시아는 이번 기회에 어떻게 해서든 우크라이나의 동부 지역을 하루 빨리 잠식하고, 전쟁을  끝낼 계획입니다. 나토는 막강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지만, 무작정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습니다. 나토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사태가 발발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처음부터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푸틴은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나토의 모든 국가들이 참전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숙지하고 있었습니다. 서방세계의 경제 재제는 일시적일 것이며,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입니다. 러시아로서는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 내에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진군하여 그곳을 장악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그런데 러시아 국민들 대다수는 푸틴의 계획에 동의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군대를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미국과 나토의 군사력에 대해 내심 전전긍긍하는 눈치입니다. (이는 2022년 2월 20일 ZDF 방송에서 보도된 바 있다.) 러시아 국민들은 2015년 당시만큼 러시아 군대를 대대적으로 지지하지는 않고 있으며, 전쟁의 갈등과 불안이 하루 빨리 종식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푸틴과 러시아의 군부의 생각은 이와는 다릅니다. 푸틴은 처음부터 우크라이나 땅 전체를 노린 게 아니었습니다. 그의 일차적 목표는 본바스 지역을 집어삼키는 것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까지 보여준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역량입니다. 하루 빨리 나토NATO에 가입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푸틴과 러시아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우크라이나 정치가들의 안이함 때문인지 모릅니다.대통령으로서 코메디언 출신의 젤렌스키가 당선된 것으로 미루어, 국민들의 경각심은 지금까지 그다지 크지 못했습니다. 비록 우크라이나 국민 가운데 러시아 인종은 전체적으로 4.5%에 불과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세력이 약하다고 편안하게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2013년 우크라이나 대통령, 야누코비치는 무렵에 EU 공동체 가입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주어진 절호의 기회를 안타깝게 놓치고 말았습니다.) 한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려면 분쟁 지역이라는 꼬리표를 떼애 합니다. 게다가 만장 일치제가 나토의 가입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세계 대전이 발발하지 않는 한 동부 지역은 러시아에 복속되고, 우크라이나의 국토는 키예프로부터 서쪽 지역이 될 것입니다. 사실 돈바스 지역에는 석탄과 철강석이 많이 생산됩니다. 이 지역을 차지한다고 해서 러시아로서는 당장의 이득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푸틴은 러시아에게 향하는 수많은 금융 재제를 오롯이 견뎌내야 합니다. 다만 푸틴은 먼 훗날 다시금 우크라이나를 야금야급 뜯어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차적으로 돈바스 지역을 차지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옛땅을 되찾겠다는 생각 - 그것은 수많은 독재자들의 힘을 과시하는 정책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에게 무력 침공이 어떠한 경제적 군사적 손실 그리고 심리적 아픔을 가져다주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푸틴은 지금 자신의 묘혈을 헤집고 있습니다.